코메리칸의 발레리노 꿈은 유죄?
코메리칸의 발레리노 꿈은 유죄?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0.09.14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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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아들 대니얼 조 이야기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과 동양인에 대한 편견
발레리노 대니얼 조(Daniel Cho)(사진=Verb Ballets)
발레리노 대니얼 조(Daniel Cho)(사진=verbballets.org)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미국 이민 1세대들은 현지에 정착하기 위해, 그리고 자녀의 미래를 위해 많은 어려움을 견디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신들의 삶을 돌볼 여유는 거의 없다. 그런데 그 자녀가 예술가가 되려 한다면 어떨까? 미국 오하이오 버브 발레단(Verb Ballets)의 대니얼  조(Daniel Cho)는 바로 그러한 ‘자녀’다. 그는 댄스매거진 7월호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모든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것은 대립되는 두 세계관 사이에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의미다. 동아시아 문화는 집단주의 개념에 강하게 고착돼 있다. 개인보다는 단체의 요구를 강조하는 유교적 원리이다. 아시아 이민자들은 서구문화를 자립과 자주의 구현으로 보며, 이는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로 잘 요약된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늘 이런 문화적 불일치와 타협해야 한다. 즉 개인의 성취를 우선시하는 사회 속에서 성장하면서 아시아적 전통인 집단주의의 이상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직업적, 경제적 안정을 제공하는 일자리를 가지려 하지만 또한 우리 부모들이 미국에 이민 오기 위해 치렀던 수많은 희생에도 보답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 동료들, 멘토들은 우리보고 우리의 열정을 찾고 우리의 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스무 살 때 첫 발레수업을 받았고 이게 내가 추구해야 할 길이라는 데 조금도 의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부모님께 했을 때, 부모님의 그 표정과 나를 덮친 순전한 죄책감은 결코 못 잊을 것이다. 우리 부모님은 아무것도 없이 미국에 왔고 자식들의 성공을 위해 너무도 열심히 일해야만 했다. 어떻게 그 아들이 그토록 이기적으로 자기만을 위한 그런 커리어를 원할 수 있단 말인가?

코메리칸(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발레를 추구한다는 죄책감(?)은 늘 타협을 요하는 부침 많은 경험이었다. 이는 알론조 킹 발레단(Alonzo King Lines Ballet)의 교육 프로그램 학생 시절에도, 그리고 버브 발레단원인 지금도 늘 피할 수 없는 무엇이었다. 부모님의 걱정은 잘 모르고 계시는 데서 오는 거라는 걸 알았다. 부모님과의 계속되는 대화가(때로 무척 힘들었지만) 부모님께 나의 목표와 열정을 상기시키는 데 결정적인 것이었다. 그 죄책감은 무용을 원하는 나의 마음을 주눅들게도 했고 때론 짐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문화적 간극의 체험에 대해 분명히 이야기하며 스스로를 정당화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나는 서로 다른 문화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나의 유산임도 알았다. 나는 전문 무용수로서 나의 예술에 대한 사랑과 무용계의 아시아 대표임을 내세워 대응하는 법도 배웠다.

매 번 무대에 오를 때마다 나는 코메리칸의 후손으로서 커다란 자부심을 느낀다. 늦게 시작했으면서도 계속 무용을 할 수 있는 것은 부모님이 마련해 주신 교육기회 덕분이다. 또한 한국문화가 강조하는 뛰어난 직업윤리도 한 몫 했다. 전문 무용수로서 나는 의식과 같은 매일의 작업 속에서 늘 성취감을 느끼며 예술가이자 한 인간으로서 나 자신을 전진시킨다. 또한 내 공연에 흥미를 보이는 많은 아시아 관객들로부터도 이러한 성취감을 느낀다.

불행하게도 나의 경험 속에는 수많은 인종차별적 멸시도 포함된다. “눈 좀 떠”부터 선생의 “그런 동양인 허벅지로는 발레에서 일을 할 수 없을 거야”라는 말까지. 그러나 이런 경험들은 아시아인의 존재를 옹호하고 앞으로 있을지 모를 분별없는 인종차별 행위를 없애버리고 싶은 나의 열정을 더 강하게 만들 뿐이었다.

흔히 아시아인들은 ‘남들 하는 대로 하는’이라는 생각을 실천하는 온순한 사람들이라고 인식된다. 내가 무용을 하는 것 자체가 이러한 개념으로부터의 근본적 결별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리고 나의 열정을 이해하고 받아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나는 내 이야기가 다른 아시아계 미국인들, 그들이 무용계에 있든 다른 분야에 있든, 우리의 이야기와 경험을 쉼없이 전달하고 옹호하는 데 힘이 되기를 바란다."

 

대니얼 조는 1세대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스워스모어 칼리지(Swarthmore College)에서 무용과 교육을 전공했다. 알론조 킹 발레단에서 알론조 킹, 시드라 벨, 섀넌 길렌 등의 작품에 출연했으며 2018년 버브 발레단(Verb Ballets)에 입단했다. 최근에는 알론조 킹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머큐시오 역으로 쿠바 국립극장에서 공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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