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규 마임극 ‘요선시장 코로나땡 동그랑땡’
유진규 마임극 ‘요선시장 코로나땡 동그랑땡’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0.09.20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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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촌집, 남서울집 등 새록새록한 추억들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삶' 주제
요선시장 (사진 = )
유진규 마임극 ‘요선시장 코로나땡 동그랑땡’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한국 마임의 대명사 유진규의 프로젝트 공연 <요선시장 코로나땡 동그랑땡>이 9월 21일(월)-24일(목) 춘천 요선시장(서부대성로 44번길 9)에서 열린다.

이 공연은 코로나19로 공연장이 폐쇄돼 기존의 공연형태가 무의미해진 시점에서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기획됐다. 2020 강원문화재단 원로예술인 지원 선정작이다. 

유진규는 “코로나19로 사회상과 개인의 생활이 변한만큼 예술에도 새로운 법칙이 자리 잡게 될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기존의 생활로는 돌아갈 수 없다.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사고의 전환과 빠른 실행력이 지금 내가 취할 행동”이라고 말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2층 건물의 요선시장을 옥상까지 포함, 무대를 3개 층으로 구분했다. 1층에서는 옛 기억을 되살린 요선시장 내 술집 골목길을, 2층에서는 떠난 이들과 여전히 이곳에 살고 있는 이들의 흔적을, 옥상 3층에 올라서서는 2층의 옥상집과 시장 바깥 풍경을 돌아본다.

코로나19 이전에 맘껏 누렸던,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삶이 보일 것이다. 공간 곳곳에 모니터와 시, 영상, 사운드, 그림, 설치가 함께한다. 1층으로 다시 내려오면 요선시장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평창이모집으로 안내를 받는다. 관객은 스스로가 ‘나는 관객이면서 동시에 배우, 작가, 연출가, 기획자, 평론가’라는 자각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 공연시간은 낮 12시부터 3시,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하루 2회, 총 8번의 참여 기회가 있다.

요선시장 골목안 풍경
요선시장 골목안 풍경

요선시장은 한때 춘천에서 가장 번화한 현대적 시장이었다. 유진규는 “십여 년 전부터는 아무도 가지 않는 불 꺼진 시장이 되었다. 38년 전 처음 이 시장을 찾아 한동안 어울려 술 마시던 젊은 시절의 나는 이제 칠십을 바라보는 노인이 되어 흔적만 남은 술집 골목을 걷는다. 이전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으나 우리에겐 기억이 남아있다.”며 “요선시장의 강촌집과 남서울집에 대한 기억과 향수가 남아있는 분들은 꼭 이번 프로젝트에 함께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마임배우 유진규는 대한민국의 마임 전성시대를 이끈 1세대 마임이스트다. 서울 출생으로 건국대학교 수의학과에 입학했지만, 대학교 연극반에서 마임을 만난 후 마임이 자신의 존재의미라고 느껴 당시 불모지였던 마임에 뛰어들었다.

1989년 그는 사라질 위기에 처한 마임을 다시 살리고자 한국마임페스티벌을 만들었다. 일부 작품을 당시 거주하던 춘천 무대에서 선보인 것을 계기로 이듬해부터 춘천마임축제를 개최하게 되었다. 이후 25년간 예술감독직을 맡아 '도깨비난장’ ‘아水라장' ‘미친 금요일’ 등을 기획하며 춘천을 마임의 도시로 만들었다. 춘천마임축제는 지금까지도 그 명성을 이어와 춘천의 대표 축제, 세계 3대 마임축제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유진규는 예술가의 본질을 잃지 않고 <육체표현> <아름다운 사람> <빈손> <방>시리즈, <몸>시리즈 등 꾸준한 창작활동을 이어왔으며 매번 새로운 시도를 통해 획기적인 작품들을 발표해 왔다. 한 때는 대학가에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어 젊은 예술가들에게 공연의 장을 내주고 '젊음과 문화가 넘치는 대학로'를 만드는 데도 앞장섰다.

어려움도 있었다. 1996년 뇌종양 진단을 받아 활동을 접기도 했고, 마임축제에서 갑작스레 물러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더욱 마임, 몸, 몸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일에 몰두했고 새로운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불꺼진 요선집 모습
불꺼진 요선집

코로나로 인해 캄캄해진 요선시장의 불을 다시 켜고 1층과 2층, 옥상을 둘러보며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제공한다. 관객 모두가 관찰자이면서 참여자이며 창작자가 되는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체험할 수 있다.

한편 내년에 마임인생 50년을 맞이하는 유진규의 생애를 담은 구술집 <유진규 이야기집>이 연내 발간될 예정이다. 

강촌집
요선시장 강촌집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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