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Phantom)'의 K-방역 체험기
‘유령(Phantom)'의 K-방역 체험기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0.09.21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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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은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노력해야
공연장 찾아준 관객들에 감사와 감동 느껴
'오페라의 유령' 공연장면(PhantomOnTour 트위터 캡처)
'오페라의 유령' 공연장면(PhantomOnTour 트위터 캡처)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한국 공연이 지난 8월 9개월 간의 여정을 마쳤다. 작년 12월 부산 공연을 시작으로 3월에 서울 공연을 시작했지만 단원 중 확진자가 발생하며 공연을 잠시 중단하기도했다. 이후 철저한 방역과 관리를 통해 추가 감염 없이 무사히 순회공연을 마쳤다. 공연단의 무용수인 카메이 아야카(Ayaka Kamei)는 한국 공연에서 겪었던 팬데믹과 'K-방역‘에 대해 느낀 바를 최근 댄스 매거진에 기고했다.

“<유령>의 월드투어 리허설을 시작하던 지난해 1월과 지금, 세상은 달라졌다. 내 유일한 관심은 공연에 최선을 다하며 투어를 즐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우리는 한국에서의 9개월간 투어를 위해 첫 공연지인 부산에 도착했다. 몇 달 후 우리 공연이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라이브 무대공연이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코로나 바이러스?”
올 2월 처음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말을 들었다. 곧 그러다 말겠지 생각했고 다른 사람들도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점점 작은 변화와 걱정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공연단 관리팀은 우리에게 사람들 앞에서는 꼭 마스크를 쓰고 다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하철이나 극장에서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을 보게 됐다.

부산 공연이 끝나고 우리는 휴식을 위해 집으로 돌아갔다. 다시 서울로 가서 블루스퀘어 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다. 뉴욕에서 쉬는 동안에는 그저 몇 명 정도의 확진자만 나왔다. 서울 확진자 수가 나날이 증가하는 것을 보며 우리 배우들은 서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우리 괜찮을까, 다시 가도?” PD들과 관리팀, 경영진은 우리 걱정을 잠재우며 안전수칙을 알려주었다.

서울에 온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했다. “심각하네, 정말 공연해도 될까?”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3월 14일부터 8월 8일까지 146회를 공연할 예정이었다.

철저한 방역과 동선 추적
배우들과 단원들, 공연장 스태프들, 관객들 모두 전파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행동수칙을 따라야 했다. 공연단에는 매일같이 지침이 주어졌다. 극장 입장 전 체온측정은 의무였고 무대 뒤쪽에 있을 때도 마스크를 써야 했다. 또한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경우 공연단 관리팀이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모든 인원의 동선추적 기록을 제출했다.

손소독제가 극장 모든 곳에 비치돼 있었고 우리 모두 손을 세심하게 씻었다. 또한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모든 의상과 소도구는 매일같이 직원들이 열심히 소독했다. 모두가 규칙을 잘 따르고 있어서 (전 세계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느꼈다. 한국은 바이러스를 확실하게 통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일일 확진자 수는 꾸준히 의미있는 감소세를 보였고 3월 이후 가끔 증가하기도 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단원 중 확진자 발생
4월 1일 공연자 중 한 명이 양성판정을 받자 모든 공연단 인원 및 극장 소속 인원들도 모두 검사를 받고 항체검사도 받았다. 우리가 그토록 긴 시간 동안 함께 있었음을 생각해 볼 때 나는 다른 사람들도 당연히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다른 한 사람만 양성을 나타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는 포렌식 추적을 통해 극장 안에서는 바이러스 전파가 발생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만약에 대비해 우리는 3주간 격리돼야 했고 재검사 결과 아무도 새로 감염된 사람이 없었다.

격리기간 동안 우리는 호텔방 창문으로 서로 손짓으로 인사하곤 했다. 또 줌(zoom, 온라인 미팅 앱)을 통해 회의도 하고 발레수업, 퀴즈풀이 등을 하기도 했다. 나는 전 세계 선생님들을 통해 영상수업을 받았다. 뉴욕 메트(Metropolitan Opera), 뉴 어드벤처 무용단(New Adventures), 호페쉬 셱터 무용단(Hofesh Shechter Company) 등을 통해 가가 테크닉, 커닝햄 테크닉 등등을 배운 것이다.

계속되는 걱정과 관객들에 대한 감사
4월 23일에 다시 공연을 시작했다. 놀랍게도 관객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며 우리는 거의 만석 상태에서 공연했다. 내 모든 걱정은 공연하는 동안 사라져 버렸다. 관객들이 여전히 우리 공연을 보고 싶어 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PD들과 극단 관리진은 우리를 안전한 상태로 잘 유지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스러웠다. 약간만 두통이 있어도 걱정이 들었다. “코로나 걸렸나? 나 땜에 공연 못하는거 아냐?“ 나는 밖에 나가는 것이 무서워서 한동안은 극장과 호텔만을 시계추처럼 왕복했다. 우리 모두 세계에서 유일하게 실제 공연중인 공연단일지도 모른다는데 대한 부담과 책임감을 느꼈다.

하지만 해냈다. 우리는 팬데믹 상태에서 서울에서 다섯 달 동안의 공연을 마친 것이다. 그렇다, 그냥 집에 돌아가야 했던 사람들을 생각할 때 우울하기도 했고 훌쩍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또한 행복의 눈물도 흘렸고 자부심도 느꼈다. 매 공연 커튼 콜마다 관객들을 보며 얼마나 감사했는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

카메이 아야카(Ayaka Kamei)(PhantomOnTour 트위터 캡처)
카메이 아야카(Ayaka Kamei)(PhantomOnTour 트위터 캡처)

위기극복은 모두가 힘을 합쳐야
8월 18일, 우리는 대구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투어 세 번째이자 마지막 공연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다시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대구 공연은 예정보다 3주 일찍 막을 내렸다. 하나 더 기억할 것은 우리가 이 바이러스를 매일매일 체크했으며 어떤 공연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제 뉴욕으로 돌아간다. 11월에 우리는 대만에서 다시 공연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통해 배운 것은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는 개인과 공동체 모두가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서울에서의 성공을 통해 미래에도 희망을 갖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공연예술계가 창조성과 회복력을 가지고 전에 없이 보다 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임을 확신한다."

카메이 아야카는 일본 에히메현(縣) 출신으로 현재 뉴욕에서 무용수로 활동중이다. 뉴욕주립대 퍼처스 칼리지(SUNY Purchase)에서 공부했으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모어댄스(MorDance), 아얄리스 무용단, 아조트 극단 등 여러 공연단에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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