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새로운 영상시대에 대비해야”
“포스트코로나, 새로운 영상시대에 대비해야”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0.10.03 08: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국제무용제 이슈토크 ‘코로나19 이후의 무용’
“미증유의 난관에 봉착한 공연계, 그러나 길은 있다“
김흥수 부산금정문화재단 상임이사(좌), 이태상 신라대 교수(우)(사진=부산국제무용제)
김흥수 부산금정문화재단 상임이사(좌), 이태상 신라대 교수(우)(사진=부산국제무용제)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공연예술’에 대한 논의가 여러 측면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월 7일 오후 부산국제무용제 사무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의 무용’이란 주제로 이슈 토크(Issue Talk)가 열렸다. 부산국제무용제 부대행사로 마련된 이 좌담회에서는 현대무용가 이태상 신라대 교수(사회), 김흥수 부산금정문화재단 상임이사, 이종호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댄스) 예술감독이 코로나 사태에 따른 무용계의 변화 양상과 향후 전망을 피력했다.

다음은 좌담 내용을 추가 보완해서 정리한 것이다.

장정윤 운영위원장 인사말
제 16회 부산국제무용제는 부대행사의 하나로 ‘코로나19 이후의 무용’을 이슈로 다루는 토크(Talk)의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올해 부산국제무용제는 해운대 해변 특설무대 위 행사를 계획하였으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온라인 영상으로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축제라는 고양된 기분을 영상매체로 어떻게 얼마만큼 이끌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큽니다. 특히 올해 개발된 프로그램 중에 <시민참여 몹mob>이 있는데요, 일종의 사회공헌 프로젝트입니다. 시민들의 지친 일상을 위로하고 자연친화적 힐링의 기회로 구상하였으나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많은 사람의 참여가 어려웠습니다.

앞으로 무용행사 등의 방향설정을 위해 오늘 귀한 자리 함께해 주신 전문가님들의 의견을 참고하고자 합니다. 수고 부탁드리면서 인사 말씀에 대신하겠습니다.

상상을 초월한 코로나19의 피해
이태상 : 사회를 맡은 이태상입니다. 부산국제무용제는 2005년부터 부산시가 부산시민은 물론 부산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을 위하여 관광상품으로 개발한 축제입니다. 2020년에는 ‘춤, 바다 위 푸른 몸짓’이라는 주제로 국내외 35개 단체의 화려한 무대가 펼쳐집니다. 매년 6월에 열렸던 부산국제무용제가 올해 코로나19로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면서 9월에 온라인 축제로 전환하여 다소 색다른 느낌이 듭니다. 오늘의 토크를 함께해 주실 두 분을 어렵게 모셨습니다. 금정문화재단 김흥수 상임이사님과 서울세계무용축제 이종호 예술감독님입니다.

김흥수 : 부산을 대표할 수 있는 축제에 코로나19라는 뜻하지 않은 사태를 맞이해서 이런 시간을 갖게 됐는데, 저는 지역 문화재단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좋은 방안이 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이종호 :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댄스)는 올가을 제 23회를 맞이해 준비중입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외국 무용단들의 초청을 모두 취소하고 국내 팀들로 다시 프로그램을 짰는데, 이 역시 라이브 공연은 어려울 것같아서 부산국제무용제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행사로 바꿨습니다. 저희는 시댄스 외에도 한국의 창작무용을 국제무대에 알리는 행사를 많을 때는 1년에 7-8번 해왔습니다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올스톱이 된 상태입니다.

이태상 : 오늘 토크의 주제는 ‘코로나19 이후의 무용’ 즉 ‘포스트 코로나19 공연예술의 전망’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무용과 문화예술계의 변화 및 그 대응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그에 따른 무용인들의 소득감소나 상실감 등 각종 피해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흥수 : 큰 충격이 시작된 올해 초부터 지금 가을의 문턱에 있는데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첫 번째 충격은 무대가 꿈이고, 생활이고, 터전이었던 환경에서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것이고, 또 하나로는 무용인들뿐만 아니라 공연예술, 문화예술가들이 항상 가까이했었던 모든 사람과 모든 팬, 같이 젊은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제자나 후배들과 살아가기가 단절됐던 올해 초부터의 안타까움이 지금도 가시지 않고 아직 방향을 못 잡지 않나 생각합니다. 굉장히 상실감이 있고요. 그 대안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가 요즘 공연계의 이슈가 아닌가 합니다.

이종호 : 그렇습니다. 아직도 방향을 못 잡고 있다는 게 가장 안타까운 일인데 벌써 6개월이 넘지 않았습니까? 처음 예측했던 것과는 워낙 다른 상황으로 전개되는 바람에 그 누구도, 예술가든 기획자든 정부든, 대책을 못 세우고 있는 것이겠지요. 우선 소득감소가 심각합니다. 정신적, 정서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당장 제일 큰 문제는 공연들이 대부분 취소되지 않았어요? 그게 수입감소로 직결된 점이 가장 가시적인 타격이지요. 주최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다소 여유가 있는 공공기관이면 공연을 못해도 출연료를 준다든지 하니까 좀 나은데 민간단체나 개인이 기획했다가 취소된 경우에는 어디서도 보상 받을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 계속됐고, 이건 사실 우리 뿐만 아니라 북미나 유럽도 비슷한 것같아요. 그들도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물론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요. 공연만 아니라 레슨도 제대로 할 수 없으니까 수입원은 더욱 축소됐지요. 온라인 강의로 전환하고 있지만 아직 기술과 경험의 부족으로 난관이 많지 않습니까?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자체 단위에서 다양한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런저런 문제점도 많았어요. 물론 그들로서도 초유의 사태 앞에서 불가피한 부분들이 있었겠지만 앞으로는 단순한 재난지원금 차원을 넘어 창작 활성화와 향유의 측면, 그리고 특히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비하는 새로운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는 정책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아울러 예술가 뿐 아니라 기획/제작자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이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예술계 내에서 이들의 보이지 않는 역할, 그리고 특히 이들에게 달린 관련 업종 식구들에 대한 배려와는 매우 거리가 먼 지원책이었습니다. 예술가들에 대한 창작지원과 문화향유 확대를 위한 지원금에 비해 기획제작자나 축제 같은 조직단위에 대한 지원은 아주 인색한 우리 정부의 문화정책 경향이 이번에도 그대로 나타난 셈이지요. 특히 일거리가 없어진 청년 기획제작 인력의 숫자가 만만치 않고, 한편으로는 문화예술계에서 기획제작 부문이 갖는 파급력을 고려한다면 이제부터라도 이들을 많이 배려해야 합니다.

이태상 : 정말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요즘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상화로 인해 극장관람 등이 불가해지면서 무용창작이나 공연방식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는데요, 그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흥수 :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이슈는 저희가 이전까지 들어보지 못한 생활이죠. 공연이라는 것이 여러 사람 앞에서 펼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모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대면, 영상, 이런 것들이 대안으로 나올 때 많은 예술가들이 너무 마음의 대비, 현실적인 대비가 솔직히 안 돼요. 몇 년 전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접할 수 없는 소외지역을 위해 이런 사업을 도입했었습니다. 그래서 공연예술을 영상에 담아서 소외지역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어요. 지금은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상황에서 공연예술을 영상으로 담아야 한다는 숙제가 있는데 시도는 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확실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한편으로는 저희가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간단히 영상으로 우리의 공연예술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이런 사고방식은 도달하지 못할 목표를 세워놓고 뛰어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됩니다.

이종호 : 맞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예술의 현장성과 대면성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상이 완벽한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너무 조급하게 달려들지 말고 종합적,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를 대비하는 큰 틀에서 볼 때 이 문제는 예술가 뿐 아니라 과학기술, 인문학까지 함께 참여할 성격의 문제라고 봅니다.

이종호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예술감독
이종호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예술감독

저같은 아날로그 타입은 갑자기 영상시대에 대비하려니 매우 어렵더라고요. 시댄스에서는 국제교류나 국제합작을 많이 했었는데 이 부분이 제일 타격이 큽니다. 올해 한국무용수 한 명이 싱가포르에 가서 현지 무용수와 함께 공동안무를 하기로 했었는데 갈 수 없게 되자 고민 끝에 영상으로 진행해 봤습니다. 옆에 통역 앉혀놓고, “나 이 음악 가지고 5분짜리 만들었는데 넌 어떠니” 하면 그쪽에서는 “그걸 이렇게 발전시켰어” 하는 식으로 총 7-8회에 걸쳐 현재 10여 분 짜리 작품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내년에 코로나가 풀리면 현지에 가서 직접 만나서 하기로 하고 일단 멈춘 상태입니다. 다른 예를 들면 올해 시댄스 프로그램에 젊은 안무가 10팀을 선정해서 한 팀당 5분씩 코로나에 관련된 이야기를 춤으로 만들어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을 짜기로 했었는데 10명 이상 모이는 것도 여의치 않다보니 고전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서 지금 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큰 트렌드와 기술적인 문제까지 모든 것을 포함한 연구를 해봐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태상 : 과거부터 유럽에서는 필름 페스티벌이 많이 발전돼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들이 코로나19라는 재난적인 상황에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발전해나가는 모습이 대단합니다. 이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예술 분야에서 일어난 새로운 성찰에는 무엇이 있을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흥수 : 예술 분야에서 가장 큰 변화는 교육이라 생각합니다. 예술교육에 큰 변화가 왔고 앞으로 상당히 많이 변화할 것입니다. 회의도 줌이라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하는 등 줌 환경이 일상이 되었어요. 교육도 줌이라는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했는데 저는 앞으로 교육은 더 그렇게 되리라고 봅니다. 특히 이론교육에 있어서는 더욱 그럴 겁니다. 이번에 대학의 영상교육 과정에서 혼란을 겪었는데 상대적으로 사이버 스쿨에서는 굉장히 획기적인 대안이 되었죠. 이론교육의 교류, 이런 것이 나타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실기교육과 이론교육이 같이 이루어졌다면 앞으로는 체계적인 이론교육을 실시해 여러 개의 교육과정 시스템을 공유할 것으로 생각되고요, 실제 실기교육은, 비대면으로 시행은 했지만, 거리를 두는 방식은 어느 정도 새로운 방향을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태상 : 예술의 교육 변화는 불가피할 것입니다. 이론교육에 있어서는 불가피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실기교육에서는 어떻게?

김흥수 : 상당히 많은 자료 중심으로 실기교육이 굉장히 입체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환경도 한 선생님 위주였던 것이 좀더 조직화하는 시스템으로 옮겨갈 것이다, 이런 거죠.

이태상 : 공연예술이라 함은 저희가 생각하기에는 현장성과 감동 아니겠습니까? 그런 부분을 빼고 이야기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종호 : 현장성의 문제는 지금 다들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이슈이지요. 글자 그대로 처절하게 붙들고 있는 화두거든요. 그런데 뾰족한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연극이나 무용에서 어떻게든 현장을 지켜야 한다는 데에는 100% 공감하고 있지만 이 사태가 계속될 경우에 대해서는 여전히 답답한 상황이죠. 그런 와중에서 무용계에서는 일단 무용영상이라도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것같습니다. 그러니까 영상예술가의 의도에 맞춰 춤을 적절히 활용한 영상작품이 아니라 ‘춤을 제대로 보여주는 기록영상’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같습니다. 지금까지는 라이브 공연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으므로 기록영상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덜했는데 이제는 실제 공연에 버금가는 영상을 찍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는 거죠. 그런데 아직은 무용영상에 대한 경험과 기술의 부족으로 만족스런 수준이 못됩니다. 그나마 자금과 기술을 투입할 수 있는 국공립단체들은 한결 낫지만 민간 예술가들은 그렇질 못하죠. 바로 이 부분을 보강하자는 건데요, 기록물로서의 충실도와 작품의도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영상연출을 겸비한 무용영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태상 : 저희는 최대한 21세기 메커니즘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겠습니다. 요즘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습니다. 많은 국민이 우울감과 무기력증까지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에 따른 무용의 역할도 필요할 것 같고요. 현재 공연예술이 지니는 현장성을 대체하고 있는 비대면 콘텐츠의 한계점과 그에 대한 대응방안에는 무엇이 있을지 이야기 나누어 보겠습니다.

김흥수 : 저는 앞으로 예술가에 대한 친근감을 불어넣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공연이 만들어지기까지 연습과정에 예술가가 공연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영상에 다 담길 거라고 생각이 되는 거예요. 지금까지는 상당량의 예술작품이 영상으로 어떻게 하면 더 정확하게 다뤄질 것이냐, 섬세하고 세밀하게 담아질 것이냐가 문제였는데 앞으로는 그런 것이 만들어지는 과정 또한 담길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관람하는 관람자들의 많은 감탄의 댓글이 전달되고 공유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는 공연은 순간을 놓치면, 그 호흡을 놓치면 지나가는 것이었는데 잠깐 멈추고 그것을 더 섬세하게 보고 또 다른 이면의 배경이나 히스토리를 보고, 그렇게 되는 공연을 어쩌면 깊이 있게 입체적으로 즐기는 형태가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이종호 : 메이킹 필름에 더해 실황영상의 진화로군요. 기존에도 메이킹 필름은 있었지만 대면이 제한될수록 예술가의 속마음과 작품 제작과정의 주변적 이야기 등이 풍부해지면서 관객과의 교감 폭이 커지도록 노력해야겠지요. 아울러 실연에서 놓칠 수 있는 미묘한 뉘앙스를 영상으로 다시 잡을 수 있다면 대단한 거죠. 결국 기술력이 뒷받침돼 줘야 하는 거네요.

이태상 : 무대가 없어지고 온라인으로 예술을 접할 때 생기는 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흥수 : 이번에 K-방역이라는 세계가 놀란 시스템이 드러났죠. 지금까지 우리가 선진국이라 생각했던 많은 나라들이 우리를 놀라게 하지 않았습니까? 미국, 가까운 일본,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이런 선진국들이 방역에 굉장히 많은 허점을 드러낸 거죠. 그리고 우리 자신도 잘 몰랐던 우리의 K-방역이라는 게 상당히 해결사 노릇을 하지 않았습니까. 코로나라는 걸 이렇게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해 낼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생겼습니다. 저는 공연예술이 K-방역과 결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가령 무용교육기관은 우리 나라 학생뿐만 아니라 전 세계 무용을 알아야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는 것이 지금까지는 예술가가 일반적이었는데 앞으로는 일반인들에 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무용계에서, 우리 예술계에서 가장 취약했던 것이 예술가들은 박수만 받았지, 고객이 누군지는 잘 몰랐거든요. 근데 그 고객에 대한 예술가의 지금보다 더 섬세한 서비스가 어쩌면 예술가에게 또 다른 상위진출의 기회이고 또 다른 직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이태상 : 김 대표님 말씀을 들어보니까 저희는 지금 찾지 못하고 잠재되어 있는 온라인 관객들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종호 : 어떤 면에서는 영상을 통한 간접대면이 예술가들에게 더 유리할 수도 있을 겁니다. 좀 역설적이지만, 대체로 예술가들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자기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잖아요? 자신을 매우 보여주고 싶어하죠. 그러면서도 어떤 때에는 숨고 싶어하는 묘한 이율배반의 심리가 있어요. 그러다보니까 예술이 지나치게 대중화되거나 상업화될 때 거기에 적극 편승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난 그런 거 싫어”하면서 묻혀버리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갈등이 있는데, 앞으로 본격적인 온라인시대가 도래하면 숨고 싶어하는 예술가들도 쑥스럽지 않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을 거라는 말씀이지요. 비대면의 심리적 안전거리라고나 할까요? 이거 즐거운 모순 아닙니까? 온라인으로 가는 걸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태상 : 그러면 문화예술 콘텐츠의 유통을 위해 문화시설을 플랫폼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장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요? 현재 우리 공간들을 문화시설의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요?

김흥수 : 지금까지는 저희가 공연장을 전용 공연장과 다목적으로 쓸 수 있는 공연장으로 단순화했었는데 무용은 무용에 더 최적화된 그런 환경이 나올 것이라 생각해요. 지금까지는 제작하는 과정을 보기 위해 매우 많은 카메라가 동원됩니다. 작품이 만들어지기 전후에 이런 것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다큐멘터리로 소개된다든지, 이야기한다든지, 과정이라든지, 무대가 만들어지는 많은 주변 환경 등 공연 이면의 모습, 공연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내용을 담기 위해서는 지금의 스튜디오가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가 지금은 공연 관객을 앞에 둔다는 것을 전제합니다만, 굉장히 큰 스튜디오에 많은 입체적인 카메라가 동원되어서 최종적인 문화 콘텐츠로 만들어지는 그런 것을 실제 시행할 때, 접속하는 아주 많은 사람이 댓글을 달고 감탄하는 것의 영상을 즐기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종호 : 기존의 공간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와 함께 앞으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문화공간을 지을 때 달라질 역할과 기능을 고려해서 설계 문제도 다시 생각해야 하겠지요.

이태상 : 그런 기술들이 상용화될 때까지는 시스템 개발과 지원이 많이 필요하겠지요. 오늘 말씀들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공연예술의 교감에 한계가 있다는 것, 온라인 메커니즘 발전이 함께해야 한다는 것, 지원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는 것, 온라인 시대의 잠재 관객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것, 그리고 공간 활용의 변화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것으로 제16회 부산국제무용제 이슈 토크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