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논담] 문화예술기관의 ‘리더십’과 ‘팔로워십’
[컬처논담] 문화예술기관의 ‘리더십’과 ‘팔로워십’
  • 이인권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0.05 15: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더프리뷰=서울]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 인간이 활동하는 모든 조직체에서 '리더십'(leadership)이란 말은 가장 격있게 들린다. 그래서 누구나 리더십을 운위한다. 리더십이란 ‘사람을 이끈다’는 의미로 그 주체를 ‘리더’라 부른다. 이에 더해 리더십의 대척점에는 '팔로워십‘(followership)이 있다.

다양한 조직체 가운데 공공 분야 문화예술기관은 일반 회사조직과는 다른 면이 있다. 특히 영리 추구가 조직의 존재이유가 되는 민간조직과 달리 공적 재원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문화예술기관들에서는 리더십과 팔로워십이 더욱더 중시된다.

문화예술기관에서 경영관리자가 있다면 그 상대에는 전문인력의 구성원들이 있다. 이런 구도에서 경영관리자의 리더십 못지않게 구성원들의 팔로워십도 중요하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리더십과 팔로워십이 궤를 맞춰야 조직이 성장하고 발전하게 되어있다.

리더십은 한마디로 '인간이 서로 교감하고 소통함으로써 발생하는 공명현상'이라 할 수 있다. 구성원들의 몰입과 열정을 길어낼 수 있는 능력이 미흡하게 되면 조직 역량을 축적해 나갈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조직의 리더십은 흔히 능동적이고 주도적일 수 있지만 팔로워십은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경향을 띠는 경우가 많다. 조직에서 리더십이 어떻게 발휘되고 시현되느냐에 따라 팔로워십은 자연스럽게 조성된다고 할 수 있다.

훌륭한 리더십은 올바른 팔로워십을 낳는다. 능력 있는 리더로서의 경영관리자는 그에 걸맞게 똑똑한 구성원을 육성하려고 한다. 그래야만 그 구성원이 일정한 시기가 되면 조직에서 리더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언제나 조직에서 경영관리자와 구성원 사이에는 역할이 승계되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하루아침에 특정 직책이나 직함이 주어졌다 해서 갖춰지는 것이 아니다. 조직의 구성원 단계에서부터 미래 리더십 인성을 갖춰나가야 하기에 리더인 경영관리자로부터 학습되는 것이다. 그래서 성공하는 조직에서는 ‘리더 육성 멘토링’(High-Potential Mentoring)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문화예술을 창작하고 운용하는 전문기관의 리더가 되는 경영관리자와 구성원들은 명령과 복종의 관계가 아닌 상호 존중의 사이가 되어야 한다. 경영사상가인 헨리 민츠버그는 리더십을 갖춘 조직 경영관리자가 구성원들 사이에서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즉 사람 사이의 생산적 관계, 지식정보의 효과적 공유, 효율적인 의사결정이다.

원래 리더십은 인간사회가 형성되면서부터 생겨났지만 많은 종류의 동물세계에서도 리더십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새의 대열만 보더라도 리더를 따르는 무리들은 리더의 역할을 인정하고 그에게 존엄을 보인다. 이것은 그들 나름의 조직체계에서도 일정한 위계를 지키며 리더와 팔로워의 본분을 지켜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영학에서는 리더십과 팔로워십을 잘 나타내 주는 예로 1년에 4만km가 넘는 거리를 날아가는 철새족 기러기를 든다. 기러기가 겨울을 나기 위해 남반구를 향해 장거리를 비행할 때는 전형적인 V자 대오를 이룬다. 그 이유는 함께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기러기들끼리 서로 대화를 원활하게 나누기 위해서다.

또한 앞 기러기의 날갯짓이 상승기류를 일으켜 뒤에 있는 기러기의 여행을 수월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다보면 전체 무리의 앞쪽에 있을수록 더 많은 품이 들게 된다. 그럼에도 그들은 주어진 대형에서 협동심을 높이는 것이다.

또한 기러기 떼들이 날아가면서 끼룩끼룩 거리는 것은 선두에 있는 리더에게 주는 응원과 격려의 외침이다. 이렇게 기러기들은 먼 거리 이동을 하면서 일사분란하게 하나가 되어 힘을 합치고 노력해야한다는 본능을 지니고 있다.

연구 결과 기러기들의 겨울나기 무리 이동은 혼자 날 때보다 75퍼센트나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로부터 조직은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단합과 협력정신을 발휘하게 되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기러기의 예화는 바로 리더십과 팔로워십의 상관관계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문화예술기관은 바로 기러기 떼들 같은 환상의 조합을 통해 리더십과 팔로워십의 시너지를 창출해 내야 한다. 여기에서 리더십 가치를 보스십 행태로 착각해서는 안 될 일이다. 존경받는 정치지도자였던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리더는 열린 자세로 조직을 이끌어 가지만, 보스는 뒤로 숨기면서 조직을 몰아쳐 나간다”고 했다.

결국 조직은 어떤 리더십이 발휘되느냐에 따라 어떤 팔로워십이 형성되는지가 판가름 난다. 리더 한 사림이 팔로워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는 있지만 역으로 팔로워들이 훌륭한 리더를 만들 수는 없다. 바로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 만큼 그 어느 조직보다도 창조력과 상상력을 더욱 필요로 하는 문화예술기관에서 리더십과 팔로워십은 핵심역량의 요체가 된다. 그것이 바람직한 창조경영의 기틀이 되는 것이며 그 출발점은 바로 문화예술 리더십이라 할 수 있다.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는 2020전국생활문화축제 추진위원장, 문화커뮤니케이터,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예원예술대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한국기록원으로부터 문화 거버넌스 지식경영을 통한 단일기관 최다 보임 예술경영가로 대한민국 최초 공식기록을 인증 받았으며 <예술경영 리더십>, <예술공연 매니지먼트>,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등 14권의 책을 냈다.

이인권 칼럼니스트
이인권 칼럼니스트
camter@daum.net
예술경영 컨설턴트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다른기사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