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댄스2020 프리뷰] 국내 프로그램-1 (11월 6-7일 방영분)
[시댄스2020 프리뷰] 국내 프로그램-1 (11월 6-7일 방영분)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0.11.05 18: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춤비나리, 김보라, 송송희
_춤비나리-살풀이춤_ 강미선
춤비나리-강미선 '살풀이춤'(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제23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댄스) ‘시댄스 온라인’이 6일(금)부터 22일(일)까지 시댄스 홈페이지와 유튜브채널, 네이버TV를 통해 개최된다. 더프리뷰는 시댄스 공연일자에 맞추어 작품소개와 함께 안무가들의 인터뷰를 간략히 소개한다. 인터뷰 전문은 시댄스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6일 공연작품들(6일 오후 8시부터 7일 오후 8시까지)

<춤비나리>

지난 10월 28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올해 시댄스에서 유일하게 유관중으로 진행된 전야제 공연이다. 시나위 합주가 막을 열고 연희단 팔산대의 판굿과 강미선의 살풀이춤, 김운태 채상소고춤 등 명인들이 저마다의 장기로 축제를 맞이하고, 발레리나 김지영, 현대무용가 이광석은 전통음악과 창작춤이 만나는 감각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사회를 맡은 전통공연 기획/연출가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의 입담이 여전하고, 이종호 시댄스 예술감독의 무용 국제교류 이야기도 곁들여진다. 

한국의집예술단 '영고무'(사진=국제무용협회)
한국의집예술단 '영고무'(사진=국제무용협회)

아트프로젝트 보라 <초기화된;몸>

컨택의 시대를 지나 불현듯 찾아온 언택의 시대, 앞으로의 리택은 어떤 모습일까? 한국 현대무용의 무서운 아이에서 늠름한 성인으로 커버린 김보라가 그간 당연히 여겼던 ‘접촉’에 대해 당돌한 질문을 던진다. 몸은 접촉과 만남을 통해 춤예술의 주체이자 원천이 된다. 한 사람만 들어가는 가상의 공간에서 무용수들의 몸은 나의 모든 사적 경험과 이슈들을 빨아들이며 그간의 희망과 절망, 환상과 우울을 섞어낸다. 간절하면서도 두려운 접촉, 팬데믹 시대에 접촉이란 무엇일까. 우리의 몸은 리셋되어야 할까. 갇힌 공간의 무용수들은 만남 없는 접촉에 대해 이야기하며 “팬데믹 시대 신체의 의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아트프로젝트 보라 '초기화된'몸'(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아트프로젝트 보라 '초기화된'몸'(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Q : ‘접촉불가’라는 지금의 작업을 위해 처음 던진 질문은?

A : 안무자/공연자들을 만나 이에 대해 60여 개 질문을 던졌다. 며칠 후 받은 대답들이 곧 방법이 되어 진행하게 됐다. 이게 동기가 되었고 그 동기가 선을 넘어 개인정보 그 이상까지도 알고 싶어지더라. 이 작품을 함께하는 창작자들에게 당연하게 묻기 시작하며 인터뷰 형식의 방법이 동원됐다.

Q : 단원들과 리서치를 할 때 어떤 대화와 움직임이 오고 갔는지?

A : 단원들과 함께 접촉할 수 없었기에 그런 방법들이 나타나게 됐다. 코로나로 인해 어딜 가든 개인정보를 당연하게 알려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물음을 갖게 됐다. 단원들 본인에 대한 대화로 시작했다. 단, 질문을 알려주지 않고 대답만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예컨대 본인의 이름, 나이, 성별 등 기본적인 부분부터 생활습관, 자가 건강검진, 싫어하고 좋아하는 사소한 이야기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초기화되고 싶은 신체 부분, 그리고 지금 경험하고 있는 팬데믹에 관한 상황들까지도 연결되어 렉처 방법의 리서치를 길게 진행했다.

크기변환_201009아트프로젝트보라 초기화된 몸셀렉트small-43
아트프로젝트 보라 '초기화된'몸'(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그후 움직임은 다른 무용수와의 접촉 없는 비접촉 움직임으로 각자 개별 리서치를 진행하며 몸의 공간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모두가 만날 수 없는 각자의 공간과 시간을 탐구했다.

Q : 시댄스 이전에 댄스필름 버전을 시도했다. 그 이유는? 그리고 이번 공연과의 관계는?

A : 코로나에 대한 리서치는 할수록 끝이 없었다. 사실 댄스필름으로 만든 작업과 극장공연으로 촬영된 작업의 움직임과 방법은 다르다. 하지만 작업의 시작점, 동기가 같고 이를 받아들이는 창작자의 마음가짐 또한 유사했기에 같은 제목으로부터 파생되는 두 가지 작품으로 분리했다.

Q : 작품이 유관중으로 보여지게 된다면 달라지는 점은?

A : 올해 시댄스에서 진행되는 <초기화된;몸>은 무관중으로 비어있는 극장의 각 공간들에서 퍼포머들이 절대 서로 만날 수 없는 루트로 진행됐다. 각 퍼포머들은 극장의 곳곳에서 라이브로 공연을 하고 있지만 카메라라는 관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유관중으로 보여지게 된다면 관객들이 각 공간을 선택하여 퍼포머의 움직임을 찾아서 보는 투어형이 될 것이다. 관객들에게 각 공간별 장소특정 공연이 될 것 같다.

아트프로젝트 보라 '초기화된'몸'(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아트프로젝트 보라 '초기화된'몸'(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송송희 <자연스럽게>

겨울나무를 바라봅니다. 가지들 사이사이로 지나간 초록과 땅 속에서 새로움을 준비하는 뿌리를 떠올리며 가슴이 울립니다. 땅과 하늘과 바람과 나를 잇는 나무는 개체이면서 사회입니다. 이파리가 모여 줄기가 되고 줄기는 모여 가지가 되고 이어 나무가, 그리고 숲이 됩니다. 빛과 바람, 물을 따라서 무엇을 하려 하지도, 되려 하지도 않고 시간을 거부하지도 않으며 살아갑니다. <자연스럽게>는 나무의 삶과 시간에 대한 사색의 이야기입니다. 시간을 따라 흐르고 변화하는 몸을 바라보며 느껴지는 정서를 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Q : <자연스럽게>의 창작 계기는?

A : 평소 산책을 하며 하루를 정리하기도하고 복잡한 마음을 덜기도 한다. 내겐 소중한 일상의 의식이다. 어느 겨울날, 잎이 없는 빈 나뭇가지들을 보며 문득 생각이 났다. 잎도 없고 푸르지도 않지만 무언지 모를 묵직하게 꿈틀거리는 처절한 생명력 같은 것을 느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겨울 나무의 강인함에 매료되어 나무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생각했다.

Q : 신체를 이용해 나무를 감각적으로 표현한다고 느꼈다. 자연을 몸으로 가지고 오는 작업과정에 대해 설명해 달라.

송송희 '자연스럽게'(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송송희 '자연스럽게'(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A : 나만의 영감을 머릿속에 이미지화하거나 형상화하려 한다. 신체 각 부위에 대상들의 감각이나 기관들을 동질화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움직임을 만들어 간다. 나무, 바람, 햇빛, 구름, 세부적으로는 나무의 제 각각의 가지 형태, 뿌리, 줄기, 나뭇잎, 등등. 거기에 적정한 질감을 부여해서 만들어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대상의 주변환경에 대해서도 설정을 하고 몸이 어떻게, 어디로 움직여야 하는지 등에 흥미를 느낀다.

Q : 이전 작품 <구멍>에서도 그렇고 <자연스럽게>에서도 자연물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만들었는데 평소 자연물과 몸에 대한 생각은?

A : 자연물과 몸. 몸이 곧 나다. <자연스럽게>에서는 시간과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나무를 주제로 여러 존재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나, 그리고 우리들을 고찰했는데 그러한 대상들을 통해 나 자신을 바라보고 투영하며, 그것에 대해 탐구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창작물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저를 발견하고 호흡하는 통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그런 대상들에게 관심을 갖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크기변환_201007송송희 자연스럽게셀렉트small-2
송송희 '자연스럽게'(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Q : 어떻게 무용을 시작했고 안무가가 되었는지?

A : 초등학교 시절 처음 현대무용을 배웠고 이후는 어쩌다보니 가야금을 전공하게 됐는데 이후 다시 춤이 추고 싶어져 20살에 다시 춤을 시작해 무용과에 입학했다.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어떻게 안무가의 길을 걷게 되었냐는 질문은 왜 안무를 하느냐 라는 말과 같다. 무엇을 만든다는 것은 내가 좋아하고 관심있는 것들을 나의 재료로 나의 언어와 방식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관객과 교감할 수도, 못할 수도 있지만 삶의 생기와 원동력으로 그렇게 애쓰는 것이 안무라고 생각한다.

Q : 작품 창작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면?

A : 무엇보다 관객에게 시간을 주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 하고자 하는 것에 시간을 갖고 기뻐하고 괴로워하며, 발견해 나갈 때 느끼는 희열과 감동, 그 자체의 과정을 온전히 단정하고 담담하게 담아내는 작업을 해나가고 싶다. 왜 하려는가 라는 진정성을 놓지 않고 되뇌인다면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크게 또는 작게 스스로 무언가를 취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마 아직은 스스로 그 철학을 갖고자 하는 과정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저의 몸은 무엇을 담고 어떻게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 생각해 봐야겠다.

Q : 부득이 무대공연이 아닌 영상공연으로 작품을 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A : 처음 겪는 일이라 생소하고 낯설다. <자연스럽게>는 유기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변모들을 지속하며, 몸으로의 조용한 체화를 그려내는 작품이다. 영상연출에 특별히 신경쓴다기 보다는 작품 자체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차분한 편이어서 그 분위기와 집중력의 흐름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것에 염두를 두었다. 또한 작고 섬세한 동작들이 많아서 그런 이미지를 정교하게 포착하는 데 중점을 뒀다. 영상공연이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대에 맞춰 융통성이 필요한 부분이 있겠지만 그래도 관객과 직접 마주하고 소통하고 호흡하는 것이 춤이 갖는 제일 특별한 생명력이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송송희 '자연스럽게'(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송송희 '자연스럽게'(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Q : 다음 작품으로 관심 가는 주제가 있다면?

A : 아직 구체적 구상은 없지만 역시 자연에 대한 여러 소재들에 대한 다각도의 실험들을 차근차근 깊이 있게 탐구하고 싶다. 자연은 무한한 이야기와 그림과 음악들로 가득해서 끝이 없다. 그들을 하나씩 주역으로 삼아 오래도록 탐구하고 지속하는 것이 현재의 목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