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특별전 ‘ㄱ의 순간’ 전시회
한글특별전 ‘ㄱ의 순간’ 전시회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0.11.05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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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과 역사유물로 풀어낸 한글의 재해석
'ㄱ의 순간' 전시회(사진=예술의전당)
'ㄱ의 순간' 전시회(사진=예술의전당)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예술의전당이 창간 100주년을 맞은 조선일보와 공동으로 ‘한글’을 주제로 한 특별전시회 <ㄱ의 순간>을 개최한다.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과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오는 12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한글을 소리와 그림, 말과 글의 관계로 풀어내고자 장르를 망라한 작고·현역작가 47명의 작품 70여 점과 역사유물 자료 50여 점 등 총 120여 점을 선보인다. 현역작가로는 강이연, 강익중, 박대성, 이강소, 이슬기, 최정화 등이 한글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풀어내고, 김환기, 박수근, 백남준 등 작고한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한글의 잉태와 탄생, 일상과 미래를 예술로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과 보물급 역사유물을 대규모로 함께 선보인다. 그간 한글 주제의 전시들은 주로 한글의 형태와 의미에 초점이 있엇고 서예가와 타이포그래피 작가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리고 문자예술 서(書)는 전통 미술의 핵심이었지만, 현대미술과의 관계에서는 거의 단절되었다.

<ㄱ의 순간>은 이러한 관습적인 맥락에서 탈피해 문자로서의 한글이 예술과 결합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한글이 탄생하는 지점부터 일상과 미래의 모습까지, 장르를 초월한 예술의 총체로 선보인다. 한글을 주제로 한 회화, 조각, 서예, 유물 뿐 아니라 영상, 음악, 향 등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이 어우러지는 종합 예술의 향연이 펼쳐진다.

김환기, 백남준, 박수근 등 거장들의 한글 소재 작품 전시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면면을 보면 그야말로 화려하다. 대한민국 미술품 경매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김환기,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가장 한국적인 화가로 일컬어지는 박수근의 한글을 주제로 한 작품이 소개된다. 또한 문자와 서예를 바탕으로 전 세계로 활동 영역을 넓힌 남관, 이응로, 황창배의 작품에서도 한글은 핵심이다. 이우환과 김창열 등 한국 전통을 세계에 알린 거장들의 작품들 속에서도 한글과 예술이 결합하는 지점을 찾아볼 수 있다.

서도호, 최정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 작품도 포함
한국 미술의 현재를 이끌어가는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도 한글을 주제로 한 신작들을 선보인다. 서도호는 영국에서 그녀의 딸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던 경험을 토대로 영상작품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만들었다. 일상과 평범함에서 예술을 이끌어내는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최정화는 아프리카에서부터 가져온 골동품과 나무뿌리에 네온사인으로 한글을 새기는 등 연작 10점 <ㄱ의 순간>을 새로 제작하였다.

'ㄱ의 순간' 전시작품들(제공=예술의전당)
'ㄱ의 순간' 전시작품들(제공=예술의전당)

 

이 밖에 BTS와 ARMY를 통해 세계속의 한글 모습을 시각화한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의 <문>, ‘미스터트롯’을 소재로 한 강익중의 <트롯아리랑>과 오디오비주얼아트 개척자 태싯그룹, 쌈지길 아트디렉터 이진경이 한글 노래를 시각화한 작업 등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말모이 원고>, 11월 22일까지 전시
지난달 새로 보물로 지정 예고된 <말모이 원고>(국립한글박물관 소장)은 개막 후 11월 22일까지만 전시한다. <말모이 원고>는 1910년대 조선광문회에서 주시경 선생과 제자들이 참여한 최초의 현대적 우리말사전의 원고이다. 편찬자들의 사망과 망명 등으로 출판되지는 못했으나 이후 조선어사전을 만드는 밑바탕이 되었다. 한글학회에서 1967년부터 약 25년간 제작하여 1991년 간행된 <우리말 큰사전>도 함께 전시에 선보인다. 이 밖에도 윤동주, 이육사, 신채호의 친필원고 등 어두운 시대에서 우리말과 글을 살리려는 선조들의 노력을 <ㅅ 얼> 섹션을 통하여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최초로 공개되는 <표착조선인서화>는 1819년(순조 19년) 안의기 선장 등 조선인 선원 12명이 항해 중에 표류하여 일본 땅에 머물렀을 때 일본 화가가 12명의 조선인을 그리고 안의기 선장이 한글로 글씨를 쓴 한일 합작품이다. 이처럼 집단 초상화와 대자(大字) 한글 초서로 된, 그것도 본격적인 한일 합작 서화(書畫)작품은 지금까지 발견된 사례가 없는 유물이다.

한국 문양의 보고(寶庫)인 천전리 암각화, 양전동 암각화 탁본과 가야토기, 청동거울 등도 전시되어 한글 조형의 기원을 찾아가본다. ‘붓을 든 고고학자’ 김혜련은 고대 토기의 문양에서 한글의 기원을 찾았다. 한국 기하문의 뿌리를 고조선에서부터 찾아 사각형 면적에 점, 선, 원의 요소로 다양한 문양을 발견하여 그려낸다. 작가는 이러한 공동체적 미감으로부터 한글의 조형 원리를 발견해냈다.

한편 오는 18일에는 '미스터트롯'으로 유명한 가수 영탁 등 문화계 인사들이 전시장에 방문해 관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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