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댄스2020 프리뷰] 국내 프로그램-7 (11월 12-13일 방영분)
[시댄스2020 프리뷰] 국내 프로그램-7 (11월 12-13일 방영분)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0.11.11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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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 Next I, 정다슬, 춤비나리
풀레이풀 '고기잡얼 어'(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풀레이풀 '漁(어) - 고기잡을 어'(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제23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댄스) ‘시댄스 온라인’이 6일(금)부터 22일(일)까지 시댄스 홈페이지와 유튜브채널, 네이버TV를 통해 열리고 있다. 더프리뷰는 시댄스 공연일자에 맞추어 작품 내용과 안무가들의 인터뷰를 간략히 소개한다. 인터뷰 전문은 시댄스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12일 공연작품들(12일 오후 8시부터 13일 오후 8시까지)

1. Who's Next I

1) 플레이풀 - <漁(어) - 고기잡을 어>
“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을려고 왔던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저절로 간다. 한 번뿐인 인생의 바다, 우리는 힘차게 노를 저으며 그 누구 앞에서도 당당하다. 한국적이면서도 쌈빡한 춤사위, 구수한 음악, 춤이 삶에 대한 의식임을 상기시켜준다. ‘좋은 사람들끼리 함께 춤추며 논다’는 의미의 플레이풀은 고양예고 한국무용 전공 동문들이 모인 무용단이다. 한국적이면서도 참신한 아이디어로 작품의 예술성과 안무성을 인정 받았으며, 수준 높은 콘텐츠로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무용협회 주최 2020 젊은 안무자 창작공연에서 ‘최우수 안무가상(문화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한국무용대상 결선에도 올라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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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레이풀 '漁(어) - 고기잡을 어'(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Q : <漁(어) - 고기잡을 어>와 <피셔맨 매듭> 모두 뱃놀이와 관련된 작품들이다. 어떻게 이런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A : 바다가 주는 고독감과 불확실성에 따른 두려움, 아름답지만 때로 그 속의 초라하고 무력한 작은 배의 이미지 등등. <漁(어) - 고기잡을 어>에서 내가 펼치는 인생의 항해일지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Q : 음악과 움직임, 그리고 주제 면에서 한국 전통 요소를 많이 활용했다. 전통의 어떤 부분을 취하고 어떤 부분에서 전통을 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넣었는지?

A : ‘온고지신(溫故知新)’이 창작의 기본 마인드이다. 한국무용과 현대무용, 스트릿댄스를 조금씩 융합해 우리끼리 하는 말로 ‘팝국무용'을 만들었다.

Q 다양한 베리에이션과 장면전환으로 눈을 뗄 수 없었다. 군무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A : 군무, 독무 할 것 없이 눈을 뗄 수 없는 게 중요하다. 사람이 많으면 통제도 어렵지만 대신 다양한 그림을 만들 수 있다. 또 왜 이렇게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작품의 전반적 템포 조절을 많이 생각했다.

Q : 올해 초 젊은 안무자 창작공연 최우수안무가상, 최근에는 대한민국 무용대상 최종결선 진출 확정 등 젊은 안무가로서 무용계에 이름을 알린 한 해가 된 것 같다. 앞으로의 방향은?

A : 플레이풀은 고양예고 출신 무용수들이 주축이다. 무용단 이름처럼 마음껏 놀듯이 공연하자는 것이 우리 비전이다.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들, 혹은 무용에서 잠시 떠나있는 후배들에게 춤이 너무 고플 때 찾을 수 있는 친정집이 되었으면 한다.

Q : 영상매체를 활용해 춤을 전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해보고 싶은 영상작업(혹은 기타 새로운 시도)가 있다면?

A : 예술로서의 무용도 중요하다. 그러나 가볍지만 더 빠르게 소비되고 좋은 접근성을 가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비되는 무용을 만드는 것도 이 시대에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텍스트를 더 세분화하는 시도 및 촬영기법을 활용해 기존의 공연예술에서 제한되는 표현을 많이 시도해보고 싶다.

 

2) 마묵무용단 - <하얀 코끼리>
공사장의 철근은 하나 둘 모이고 엮이어 임시계단, ‘비계’가 된다. 그 위에서 춤추는 무용수들은 새롭게 태어나듯 오브제의 물성과 흐르는 몸이 재해석된다. 변하기도 하고 끝내 무용수들에 의해 힘겹게 끌려가는 비계는 ‘인간은 본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인간의 고뇌에 대한 은유이다. 안무자 윤민석은 한국무용 미학을 토대로 표현의 확장을 위해 1997년부터 파리 8대학에서 공부하며 유럽 무용가들의 기법을 흡수했다. 글씨를 쓰기 전 ‘묵을 간다’는 의미의 마묵(磨墨)무용단은 불교적 심성을 바탕으로 전통무용과 현대무용이 만나는 지점에서 작품을 빚어내고 있다.

마묵무용단 '하얀 코끼리'(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마묵무용단 '하얀 코끼리'(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Q : 공사장에서나 볼 수 있는 비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어떻게 비계에 대해 시선을 품게 되었나?

A : 대상과 그 대상을 바라보는 관찰자로서의 존재와 자신이 연결된 세계에 대한 관심이다. 대상을 바라보는 합리적 견고함을 깨지기 쉬운 한 겹의 껍질로 인식하며 ‘보편적 이해’로부터 탈출을 꾀하고자 하는 작품이다.

Q : 이 작품을 통해 비계와 몸은 어떠한 의미로 재해석될 수 있는지?

A : 딱딱하고 무표정한 오브제인 비계에 비해 몸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움직임이며 끝없이 흐르고 있는 그 무엇이다. 무용수에 의해 무대의 빈 공간이 새롭게 해석되듯 오브제의 물성과 함께 흐르는 몸은 재해석된다. 신체는 외부와 내부를 매개하며, 인간을 보다 넓게 열린 것에 눈뜨게 해준다. 한편으로 몸은 오브제와 같은 물체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빈 공간과 같은 비정형의 존재로 이중적이고 낯선 교차점에서 방황하거나 또는 주변의 침투를 허용하며 미지를 품게 된다.

Q : 작품에 사용된 음악은 무엇이며 비계 및 무용수들과의 관계는?

A : 예불문, 불경과 함께 미니멀한 디지털 음악을 사용했다. 철제 오브제를 가격할 때 나는 음향과 인간과 사물의 세계가 가져다주는 모호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Q : 한국무용을 기반으로 현재의 안무 스타일을 구축했다. 안무철학이 있다면?

A '예술을 빙자한 맹목적 행위'를 경계하며 예술행위의 ‘명분 찾기’의 연작으로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를 화두로 선택했다. 그리고 미니멀리즘을 동양적으로 재해석한 미술가 이우환 선생의 정신과 불교철학을 통하여 존재의 의미 찾기와 예술적 행위에 대한 성찰 사이에서 공연행위의 중심점을 갖고자 한다.

 

3) 조성민무용단 - <너를 위한 D단조>
저무는 강가에서 어둠을 더듬어 너를 찾고, 그렇듯 잡히지 않는 너를 바람에 떠나보낸다.
무용수의 감정에 집중한 연주, 그리고 주제와 음악의 완벽한 조화가 관객의 깊은 공감을 끌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가족의 죽음을 모티브로 한, 사자(死者)를 위한 진혼무이다.

안무자 조성민은 한국적 호흡을 통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추구하며, 춤의 역할에 대해 고민한다. 2015년 제36회 서울무용제 최우수단체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에는 제37회 서울무용제 무대예술상을 수상했다.

조성민 무용단 '너를 위한 D단조'(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조성민 무용단 '너를 위한 D단조'(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Q : 사람을 떠나보내는 슬픈 감정을 담담한 듯 강렬하게 표현하셨다. 감정을 움직임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하실 때 어디에 초점을 두나?

A : 질문하신대로 ‘담담함'이 관건이었다. 개인적인 감정에 빠지면 안되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작업방식과는 전혀 달랐다. 생각만 해도, 손만 뻗는 동작만 해도, 무용수들과 작품 얘기만 해도 울컥했지만 무용수들이 묵묵히 기다려 주어서 고마웠다. 마지막 장면은 이승의 저와 저승길에 오른 망자가 시선을 함께하고 또 달리하는 것으로 모든 이야기를 대변하는 이미지 장면으로서 직접적인 ‘잘 가시오’라는 악사들의 떼창과 생각지 못한 곳에서 나온 뼛가루를 뿌리다 마침내 가슴에 묻는 무브먼트로 관객들을 직접적으로 건드려 참고 있던 눈물을 쏟아내게 만들었다.

Q : 안무가님의 슬픔을 공연을 통해 승화시킨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실제로 감정적으로 어떠한 과정을 공연자로서 거치셨는지?

A : 공연 전에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공연 중에는 의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의연함은 사실 시간을 꽤 투자한 결과였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동작연습도 중요하지만 마음연습이 더 절실했다. 이 작품은 작품성이나 ‘나’라는 사람을 어필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었고 단 한 가지 목적뿐이라 그것만 생각했다. 무용하는 언니를 자랑스러워하고 잘 따라주었던 막내동생이었기에 무용밖에 몰라 지금까지 무용만 하고 있는 언니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을 하고자 했다. 비로소 이 작품을 통해 동생을 잘 보내줬다고 생각하고 할 일을 한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졌다. 오히려 관객들이 너무 울어줘서 안무가 겸 무용수로서 색다른 감정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승화'라는 익숙한 단어를 넘어 ‘진정한 진정성’을 갖게 해준 과정의 작품이었다.

Q : 악사들이 현장에서 라이브로 연주하고 거기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 작품의 중요한 특징이다. 음악을 만들기 위해 악사들과 어떻게 협업하셨는지?

A : 악사들이 악기와 춤을 함께 추었다고 생각한다.

Q : 작품 소개글에 쓰여 있는 시와 이 작품 간의 관계는? 시가 작품에 영감을 준 것인지?

A : 지금까지 저의 작품들은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설명과 내용이 길어서, 내용을 줄여달라는 제안을 자주 받았다(웃음). 하지만 이번 작품은 직접 경험한 감정이어서 어찌할 바를 몰랐었다. 너무 가슴이 아파 그 어떤 단어도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처음 제 작품의 내용은 단 세 줄이었다. 작품 소개글의 시는 장석용 선생님께서 지방에서 일이 끝나자마자 KTX를 타고 올라오셔서 제 작품을 보시고 난 후 써주신 시다. 제 춤과 작품을 고스란히 그 속에 녹여 주셔서, 그로 인해 오히려 제가 위로 받았다.

Q : 안무가로서 한국무용을 현대화하는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A : 지금까지도 가장 어려운 질문이며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여전히 여행 중이다.

 

4) 무브먼트 오브 무브먼츠 - <한국화>
무용수의 몸은 먹을 담뿍 머금은 붓끝이 되어 획을 긋듯 종횡으로 움직이며 바람도 되고 돌이나 물, 나무도 된다. 몸은 몸을 초월해 ‘그것들 모두이거나’ ‘그것 중 아무것도 아님’을 연기한다.

안무자 이범건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안은미무용단, 서울시립무용단, 서울국제즉흥춤축제 등 다양한 단체, 무대에서 공연했다. <한국화>는 2019년 춘천아트페스티벌에서 초연됐다. ‘움직임의 움직임’이라는 이름 아래 접촉하는 몸이 어떻게 자연적인 현상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무브먼트 오브 무브먼츠 '한국화'(c)금시원
무브먼트 오브 무브먼츠 '한국화'(c)금시원

Q : 강렬하고 자극적인 이미지가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에 정반대의 것을 내놓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동양화처럼 자극적이지 않은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는?

A : 그림의 소재인 자연과 사람에 초점을 둔 작품이다. 시대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람들은 멈추어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다른 사람의 눈을 바라보는 것이 어색해져 버렸다. 끊임없이 부딪쳐가며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며 자신에게 혹은 타인에게 더 많은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보는 넘쳐나며 거짓과 진실이 교묘하게 위장되어 여기저기 떠다니고 있다. 무엇을 보고 있고 보았는지 기억에 담고 이해하기엔 모든 것이 빠르게 생성되고 빠르게 사라진다. 정신적, 상징적인 미와 선을 중시하고 여백을 두어 암시적인 표현을 하는 <한국화>에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간(속도)에 관한 고찰을 담고 싶었다.

Q : 먹을 찍어 붓으로 자연을 그리는 것과 같은 움직임과 자연의 소리가 돋보인다. 이러한 회화적, 자연적 요소들을 어떻게 리서치하여 움직임으로 만들어냈는지?

A : 자연물을 매개로 하는 소리(음악)와 움직임의 상태와 질감에 대한 고민은 작업을 하는 내내 커다란 숙제였다. 움직임 자체가 스스로 연속된 움직임을 이끌어 내어 끊기지 않는 흐름을 만들고 그러한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이어져가는 데 초점을 두었다. 이런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과 같다고 생각했고 그것은 시간이라고 일컫는 공간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했다.

Q : ‘움직임의 움직임(Movement of Movements)’이라는 단체명이 흥미롭다. 이름의 의미와 안무가님의 움직임 철학에 대해 설명해 달라.

A : 사람들은 주변에서 얻은 수많은 정보들로 시간을 보낸다. 각각의 정보들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우리가 얻게 되는 정보들은 덩어리에서 떨어진 독립된 파편과 같다고 상상해 본다. 하지만 서로를 관찰하는 시간을 보내며 스스로를 발견하길 바라며 움직임과 그 속의 움직임을 발견하고자 한다. 이름이 길어서 그냥 M.o.M : 몸 이라고도 한다.

Q : 이러한 철학에 영향을 준 예술가나 타장르 예술 혹은 사상이 있다면?

A : 앞서 말했지만 우리는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수많은 영향을 주고 받는다. 국내외 많은 무용단과 예술가들, 선구자들을 보면 현실적인 이상향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너무 많아서 모두 거론하기 어렵지만 내게는 어린 시절 절(불교)을 곁에 두고 살았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

Q : ‘움직임의 움직임’ 이름을 내걸고 만든 첫 작품이다. 앞으로 다루고 싶은 주제나 시도해보고 싶은 작품 스타일은?

A : 어려운 시기에 좋은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하고 기쁘다. 지금은 <한국화>를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 <한국화>의 부제는 '묘사의 시간'인데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사람들과 몸에 대한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언제 꼭 다시 찾아뵐 수 있기를 바란다.

 

정다슬, <공공하는 몸 I.>

<공공하는 몸 1.>은 여성 신체가 대상화되는 궤적을 추적하며 무의식적으로 체득된 언어의 형태, 신체가 오독되는 순간 거리낌 없이 연동되던 여성과 포르노그라피가 어긋나는 지점을 무대 위에 펼쳐 놓는다. 일상적 언어가 여성과 결부되었을 때 어떠한 변질로 이어지는지 드러내는 시선은 끊임없이 어긋나고 미끄러지며 역설적이게도 신체와 행위를 규정하는 모순의 서사를 드러낸다.

안무자 정다슬은 이화여대와 독일 폴크방예술대학, 함부르크대학교에서 수학했다. 피나 바우쉬 무용단, 오스나브뤼크와 빌레펠트 시립무용단에서 무용수로 활동했으며 서울과 함부르크를 오가며 공연예술 요소가 가진 다양한 기능을 토대로 사회. 문화적 장치로서의 안무, 그리고 안무 안에서 움직임이 아닌 것을 탐구한다. 최근에는 테크놀로지에서 파생되는 안무와 공연예술에의 가능성을 발견하며 안무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정다슬 '공공하는 몸'(c)Sang Hoon Ok
정다슬 '공공하는 몸'(c)Sang Hoon Ok

Q : 2018년 이래 몇 차례의 쇼케이스를 거쳐 올리는 작품인데 이번에는 어떻게 발전되었는지 궁금하다.

A : 이번 시댄스는 무대작업이 필름 어댑테이션(Film Adaptation)으로 발현되는 것이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이다. 매체가 달라지며 작업의 방법론도 달라졌다. 단순히 안무를 영상으로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영상 자체를 안무하는 것, 스크린에 담기는 순간을 안무하는 것이라는 생각한다. 오브제의 스케일에 대한 고민과 현존하지 않는 신체에서 발현될 수 있는 신체성과 감각의 전달방식에 대한 고민이 주를 이룬다.

Q : 시댄스를 통해 <공공하는 몸 1.>을 상영하는 것 외에, 같은 주제의 작품을 전시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A : 그 연장선으로 <공공하는 몸 - 연습, 미래의 고고학>을 준비중이다. 문제의식과 모티브를 연결해 나가면서 기존 작업 안에서 드러나는 요소들을 다르게 감각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아직 미완이지만 모티브는 <공공하는 몸 1.>에서 출발하는 만큼 관객의 입장에서는 두 작업을 함께 보았을 때 일치하거나 어긋나는 감각과 지점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11월 18-19일 즈음에 온라인 상영될 예정이다.

Q : 작품 창작에 있어 리서치 및 작업과정이 궁금하다.

A : 저 또한 개인적 경험에서 생성된 질문들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면 <BODYRIGHTⓒ>(2017)의 경우, 어느 안무가가 저의 글을 표절하는 일이 발생한 후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의문들이 확장되어 <Floating Appliqué>(2018)와 <인용무>(2020)까지 안무 저작권과 원작자에 대한 주제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다른 창작자들이 관련 주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했는지 많은 레퍼런스 작업을 한다. 제가 가지고 있는 질문과 관점을 함께 작업하는 분들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제 위에 두터운 레이어가 쌓인다.

Q : 탄탄한 리서치를 기반으로 주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안무가님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것 같다. 작품 창작에 대한 이러한 접근법은 어떻게 구축되는지?

A : 늘 부족함을 느낀다. 하나의 이슈를 바라보는 데에 있어 저의 의견을 드러내는 것보다 -매우 큰 꿈이지만- 저의 작업이 관객들에게 작은 질문이라도 던질 수 있는지 혹은 아직 의심해보지 않은 영역을 의심하게 할 수 있는지를 목표로 삼다 보니 리서치 영역이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것 같다.

Q : 기술에 대한 관심을 언급하셨다. 올해 코로나 사태로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방식으로 관객을 만나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기술과 공연 방식에 관련된 안무자님의 생각은?

A : 저 역시 1인용 공연이나 영상,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공연형태를 생각하며 작업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많은 작업들이 무료로 중계되고 소비되는 형태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창작물의 가치와 창작자의 노동가치가 측정되면서 소비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영상에서 사라져버리는, 현존하지 않는 신체에서 발현될 수 있는 신체성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됐다. 현장에서, 현실에 존재하는 신체를 통해서만 발현되었던 신체의 물성과 특성이 어떤 방식으로 발현되고 감각될 수 있는지가 최근 저의 가장 큰 화두이다.

 

춤비나리

지난 11월 6일 방영된 6개 작품의 재방영이다. 시나위 합주에 이어 <영고무>(한국의집 예술단), <판굿>(연희단 팔산대), <그날의 기억>(이광석, 락천), <살풀이춤>(강미선, 락천, 정영만), <그녀를 부르는 노래>(김지영) 등이 펼쳐진다.

강미선 '살풀이춤'(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강미선 '살풀이춤'(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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