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댄스2020 프리뷰] 국내 프로그램-8 (11월 13-14일 방영분)
[시댄스2020 프리뷰] 국내 프로그램-8 (11월 13-14일 방영분)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0.11.12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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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 Next II, 댑댄스프로젝트 <밝히는 놈들>
Salon de cassé '담' (c)금시원
Salon de cassé '담' (c)금시원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제23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댄스) ‘시댄스 온라인’이 6일(금)부터 22일(일)까지 시댄스 홈페이지와 유튜브채널, 네이버TV를 통해 열리고 있다. 더프리뷰는 시댄스 공연일자에 맞추어 작품 내용과 안무가들의 인터뷰를 간략히 소개한다. 인터뷰 전문은 시댄스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13일 공연작품들(13일 오후 8시부터 14일 오후 8시까지)

1. Who's Next II
1) 몽키패밀리 - <괜찮냐?>

학생과 사회인, 경계선상의 두 청년은 공허하다. 차가운 세상 속을 비틀거리며 받아들일 즈음, 꿈과 믿음은 설 자리를 찾지 못해 사라져 버린다. 각기 다른 슬픔을 가지고 서로를 향해 소리치고 싸우는 두 사람. 하지만 눈빛만은 서로에게 묻는다. “괜찮냐?” 김경민의 몽키패밀리는 같이 단단히 모여 살아가는 원숭이들처럼 서로 의지하고 창작하는 청년 예술가들의 창작집단이다.

몽키패밀리 '괜찮냐' (c)금시원
몽키패밀리 '괜찮냐?' (c)금시원

Q : 어려운 시간을 보냈던 개인적 경험에서 아이디어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야기를 들려달라.

A : 스무 살 무렵, 단돈 30만원을 들고 대학 가려고 서울 왔다. 고시텔을 잡고, 학교생활과 새벽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고되게 지내면서 “왜 나만 이렇게 힘들지? 남들은 어떻게 즐겁게 학교에 다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러움과 열등감이 우울증으로 이어졌지만 남들에게서 공감과 위로의 말 한 마디 듣기 어려웠다. 솔직히 내가 피했던 것 같다.

점차 피해망상증 환자처럼 3년이 지났다. 누군가로부터 “너 요즘 괜찮냐?” 딱 이 한 마디 원했지만 둘러봐도 속마음을 털어놓을 자신이 없었다. 늘 작품 만드는 걸 좋아했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나이기에 직접 ‘괜찮냐’라는 말을 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초연을 하자 정말 거짓말처럼 얼었던 마음이 조금씩 녹으며 한결 편해졌다. 동료에게 “내가 이 작품을 하면서 조금 편안해졌는데 너도 한번 해볼래?”라고 제안했고 그 친구는 조금 다른 아픔이지만, 제 이야기와 그 친구 이야기가 결합되면서 또 다른 작품이 탄생했다. 관객 중 몇 분이 제게 와서 요새 많이 힘들었는데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고, 한결 마음이 편해져서 고맙다고 하더라. 그 때부터 작품으로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계속 발전시켜 온 작품이 지금의 <괜찮냐?>이다.

Q : 젊은 예술가로서 청년들의 고민과 걱정을 작품화하는 데 관심 있다고 하셨는데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며 다루고 싶은 주제나 이야기들이 따로 있는지?

A : 코로나19로 인해 영감을 받은 건 아직 없다. 이전부터 ‘자유’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번에 코로나를 겪으며 확신이 들어서 작업 중이다. 코로나 시대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아니지만 ‘자유’를 주제로 한 신작 <자유인간>을 개인 공연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Q : 몽키패밀리의 유튜브를 통한 소통이 흥미롭고 젊은 무용단답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영상은 조회수가 90만에 이르는데, 유튜브를 어떻게 시작했으며 춤과 일상을 유튜브에 공유하면서 얻는 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활용 계획은?

A : 핸드폰이 용량이 적어서 저장 차원에서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혁오 <위잉위잉>에 맞춰 춘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구독자가 급증했다. 팀원 중 한 명이 유튜브 ‘몽팸’ 채널을 통해 팀을 소개, 정보를 공유하면서 구독자와 소통하자는 의견을 제안했고, 그 때부터 꾸준히 영상을 업로드했다. 연습현장, 춤영상, 코로나 극복 춤챌린지 시리즈 등 다양한 영상을 올리고 있다. 힙합을 좋아라 하는데 힙합 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무용수들이 래퍼처럼 싸이퍼(Cypher)를 하는 콘텐츠를 구상중이다. 또 다른 계획은 젊은 춤단체, 안무가를 찾아가 함께 춤추고 이야기하면서 그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직 춤계에 친분이 많지 않지만 그래도 추진해보려 한다.

Q : 청년 안무가로서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

A : 많은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 작품이다. 20대 중반인데 해가 지날수록 공감되는 것이 많아진다. 청년에 한정하지 않고 더 많은 것을 수용하면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Q : <괜찮냐?>가 요즘 같은 시기에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다.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얻었으면 하는 것은?

A : 작품에 대한 해석이나 의미보다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 영화, 미술, 전시회에서 그림 보듯이 편안하게 관람해주시면 좋겠다.

 

2) 아트 프로젝트 그림 - <M.E(혼잣말)>
무엇이 현실인지 혼란스러워하는 내 자신, 문 안에서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두려워한다. 고립된 환경 속에서 나가고 싶어하면서도 두려워하는 내면의 두 소년이 싸운다. 2018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초연된 후 시댄스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안무가 정필균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다니다 독일로 건너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카셀시립무용단과 브레멘시립극장에서 활동했다. 2019-2020년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공연했으며 현재 아트 프로젝트 그림에서 안무가와 무용수로 활동 중이다.

아트 프로젝트 그림 'M.E(혼잣말)' (c)금시원
아트 프로젝트 그림 'M.E(혼잣말)' (c)금시원

Q :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인지?

A : 저의 기본적인 성향이 많이 반영됐다. 혹은 인간의 기본적인 성향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외로운 건 싫지만 사람 만나는 건 피곤하고, 사람들을 만날 때 남을 너무 의식하고, 그렇다고 혼자 있는 건 심심하고 따분하고... 뭘 원하는지 모르는 감정이 이 작품의 씨앗이다.

Q : 작품 속의 텍스트는 어떻게 작업하셨나? 텍스트가 먼저였는지?

A : 주제를 정한 뒤 텍스트를 먼저 만들었다. 갈등하는 나 자신을 1인 2역의 모노드라마처럼 하면 재밌겠다 생각했다. 하나의 기본적인 스토리 구성을 놓고 여러 번의 즉흥 텍스트를 시도하며 조금씩 구체화했다.

Q : 그림(GRIMM) 무용단에 대해 소개해 달라.

A : 동화작가인 GRIMM 형제 이름을 따 만들었다. 우리만의 동화를 쓰자는 의미에서였다. 나이, 장르, 성별 관계 없이 팀원간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문화를 존중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움직임을 재해석하고 풀어나가려고 한다. 앞으로 춤을 통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준비할 예정이다. 다른 방식으로도 저희 GRIMM을 만날 수 있으니 기대해달라.

Q : 독일, 미국 등 외국 저명 무용단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창작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A : 여러 가지 색깔에 대한 존중(?) 혹은 다른 멋에 대한 이해를 많이 배우고 느낀 것 같다. 또 극장에서 일을 하면서 무용수 친구들뿐만 아니라 음악가, 연기자, 무대 디자이너, 소품 디자이너, 분장사, 조명 디자이너들과의 교류를 통해 더 많은 영감과 생각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무용수라는 직업을 하나의 예술가로 존중해주고 인정해주는 것도 저에게는 큰 용기가 됐다.

Q :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부득이하게 히키코모리와 비슷한 생활을 하게 됐다. 그래서 안무가님의 작품이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되는데, 공연을 준비하면서 2년 전 독일에서 공연하실 때와는 어떻게 다른 느낌/생각을 갖고 계신지?

A : 코로나라는 병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고 느끼기도 한다. 2년 전에 만들었던 <M.E>는 그 때의 저의 감정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에 표현을 하는 것에서 약간 어색한 것 같다. 2년 전 저는 굉장히 히키코모리 같은 사람이었지만, 요즘은 일이나 지향하는 방향에서는 원치 않아도 활동적인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 모습이 또 다른 느낌으로 재해석되어서 아마 더 흥미롭지 않나 싶다.

3) 염정연 - <PEEL=(FEEL)>

단순한 두 감정 사이에서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려 하지 않는 나를 발견한다. 감정 표현과 감정 통제 사이에서 갈등하는 나는 지극히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한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곧 살아있는 나를 의미하는 것이기에. 안무가 염정연은 살아가며 느끼는 감정과 고민에 대한 질문을 유쾌하게 풀어내며 관객들과의 공감을 추구한다. 이 작품은 2018년 SCF(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 Dance NOVA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스위스 Tanzplattform Bern 2019에 초청 받았다.

염정연 'PEEL(=FEEL)' (c)금시원
염정연 'PEEL(=FEEL)' (c)금시원

Q : 각 무용수들의 표현력이 빛나는 작품이다. 연기를 끌어내기 위해 무용수들과 어떠한 이야기를 나눴는지?

A : 스위스 Tanzplattform Bern 공연을 위해 새로운 무용수들과 함께 작업하게 됐는데 한 번도 무대 위에서 감정을 표현해 본 경험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감정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단계별로 리서치를 진행했다. 감정표현에 관련된 미디어나 이미지를 무용수들에게 많이 보여줬고, 사운드도 많이 찾았다. 그러다 보니 정작 무용수들 개인의 감정들을 제가 놓친 것 같아서 나중에는 무용수들과 한 명씩 1:1로 연습을 했다. 감정을 표현할 때 신체의 변화는 어떠한지, 반대로 신체에 변화를 가했을 때 감정이 생기는지 등등. 이런 시간을 통해 각자의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Q : 껌을 씹으면서 무표정과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이미지가 인상적이었다. 어디서 그런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A : 사실 저는 긴장하거나 떨리면 껌을 씹는 습관이 있다. 껌을 씹으면서 그 긴장을 숨길 수 있었던 경험을 통해 감정을 통제하는 모습과 연결시켜 저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Q : 이 작품을 스위스에서도 공연하셨는데 현지 반응은 어땠나?

A : 무용수로서는 투어를 많이 했지만 안무자로서 무용수들과 함께하는 해외공연은 처음이었다. 작품 자체가 감정을 소재로 하기 때문에 외국인 관객들도 공감을 많이 해줬다. 껌이라는 소재도 신선했고, 출연자들이 대놓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좋은 시도였다, 그리고 많이 웃었다는 말씀들을 해주셨다. 리셉션 자리에서 많은 피드백을 들었는데, 내레이션이 한국말이라 조금 아쉬웠다며 대부분 내레이션 내용을 물어왔다.

Q : 안무가님도 관객과의 공감대 형성을 중요시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A : 좋은 작품의 기준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한다. 춤을 추는 사람이지만, 가끔 공연을 봤을 때 이해가 안되는 공연들도 정말 많았다. 제 기준에 좋았던 공연들은 우리가 사는 이야기를 던져주는 작품들이었던 것 같다. 관객으로서는 공연을 보고 그냥 그 순간에는 온전히 '나'인 상태로 즐기지만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으로서는 관객들이 공감하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작업을 추구한다. 그 메시지를 얼마나 예술가 개인의 스타일대로 잘 풀어나가느냐, 그게 바로 그 예술가의 색깔이 아닐까 한다.

Q : 다음 작품에서 다루고 싶은 주제는?

A : 제 나이가 올해 서른이 되면서 친구들과 술 한 잔하면서 나눴던 이야기들을 토대로 작업하려 한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서른이요. 결혼하셨어요? 아니요. 왜 아직도” /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서른셋이요. 직장은요? 아직 준비 중이에요. 아...” 이런 ‘당연한 질문’들을 받으며 살고 있는 서른 즈음에, 우리는 무엇을 고민하고 불안해하는지?

4) Salon de cassé - <담>
편협하고 보편화된 일그러진 지시와 강요를 품은 오리엔탈리즘, 가부장제, 혐오와 편견들이 우리를 억누른다. 깊게 억눌린 아름다움은 가래가 되어 끓는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인식은 예술가에게 “한국적 아름다움이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안긴다. 아름다움일까, 또 하나의 소비일 뿐일까? <담>은 ‘한국적 아름다움’을 삐딱하게 바라보며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든다. ‘부서지는 공간’이라는 의미의 Salon de cassé(살롱 드 께쎄)는 기존의 경계를 허무는 창작 활동을 지향한다. 무심코 집 앞 영화관에 가듯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캐주얼 파인 아트’(casual fine art)의 실현이 목표이자 비전으로, 사실적이며 날것의 감정을 품고도 꿈속같은 환상적인 작품을 만든다.

Q : 아름다움의 이중성에 대한 탐구가 흥미로웠다. 아름다움에 내재하는 폭력성과 기이함을 포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 어렸을 때부터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 사회적으로 규정되고 보편화된 모습들과는 달랐던 것 같다. “왜 이게 아름다워야 하는 것이고, 그럼 아름다움은 누가 정하는 것인가?” “그럼 내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 보편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닌 건가?”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 계속 던졌다. 일반화된 것을 거부하고 다름을 추구하는 것이 어려운 한국 사회에서 소수로 치부되었을 때 굉장히 많은 억압과 불이익이 있다고 저는 느끼며 살고 있는데 이런 생각과 궁금증이 계속 쌓여가면서, 그 이유를 계속 찾는 과정에서 저의 작품들이 나오게 된 것 같다.

Salon de cassé '담' (c)금시원
Salon de cassé '담' (c)금시원

Q : 환상적이면서도 괴기스러운 이미지가 어느새 안무가님 작품의 개성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이러한 독특한 감각이 어떻게 구축되었는지?

A : 어릴 적부터 현실적인 것보다는 판타지적이고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법한 모습들을 무용으로 표현해내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왔다. 몸으로써 그것들을 보여주고 말하는 것이 저에게는 굉장히 큰 즐거움이었고 이런 괴기스러운 감각들은 구축이 되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온 것 같다. 무용은 테크닉이라는 측면에서 누구든지 트레이닝하면 할 수 있고 점수 매기기가 가능한데, 그렇기 때문에 저만의 개성적인 작품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더 경쟁력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Q : Salon de cassé 소개를 보면 관객에게 다가가려는 의지가 많이 보인다. 창작방식이나 공연방식 혹은 기타 활동에 있어서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는지?

A : 예술가들이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자신의 예술 스타일을 대중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건 자신의 예술성을 희생시키는 것이라 제게는 맞지 않다는 생각을 하지만 저도 ‘캐주얼 파인 아트(casual fine art)’를 지향하기 때문에 어떠한 방식으로 대중에게 다가가야 할까 고민을 많이 한다.

저의 작품들이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작품 자체가 아니라, 작품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방식 혹은 작품 주변의 것들을 대중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중적인 영역에서 저희 예술을 경험한 관객들이 나중에 저희가 Salon de cassé 이름을 걸고 순수한 작업을 선보였을 때 관심을 갖고 직접 찾아와 주시더라. 그래서 저는 제 작품이나 성향 자체를 대중화시키기 보다 대중이 먼저 저에게 다가올 수 있도록 저를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Q : 올해 시댄스는 부득이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안무가님은 스튜디오 촬영 경험이 있어서 이러한 방식의 작업이 낯설지 않을 것 같다. 영상으로 이번 작품을 담아내면서 어떤 계획/연출을 생각했나?

A : 촬영은 낯설지 않지만 <담>은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호흡하는 방식의 공연이라 영상화 작업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다. <담>이라는 작품 자체에 강한 이미지들이 많다. 처녀귀신이라든가 여성성 혹은 아름다움과 같은 것들에 대해서 폭력적인 상황들을 많이 보여준다. 영상으로도 이러한 부분들은 가감 없이 보여드리고 싶다. 색감, 연출 구도 등 보다 실험적이고 재미있게 해보고 싶었다.

Q : 안무뿐 아니라 패션, 음악 등 다양한 상업 영역에서 활동하셨다. 그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런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A : 어렸을 때부터 패션이나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사실 10대 때부터 이런 경험을 하며 무용 교수님들이나 선생님들한테 많이 혼나기도 했다. 온전하게 무용에 집중해야 하고 나머지는 부수적인 것들뿐이다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가 살아갈 시대는 한 가지 예술에만 갇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예술은 서로 간에 연결점들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무용, 미술, 패션 이런 식의 장르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렇게 여러 분야의 예술을 융합해서 표현하는 방식이 저로 하여금 더 온전한 예술적 결과물을 내는 데에 필요하다는 확신을 얻게 된 것 같다. 다양한 예술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대중이 저의 예술에 따라오게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게 목표다.

 

2. 댑댄스프로젝트 - <밝히는 놈들>
<밝히는 놈들>은 창조주가 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마음, 그리고 스스로의 피조물을 감당하지 못하는 인간의 무력함을 그리며 ‘실험’과 ‘폭발’을 핵심 소재로 인간이 지나가는 자리에는 왜 항상 멸종과 파괴가 따르는지 묻는다. 댑댄스프로젝트는 작은 호기심과 발견을 중요시하며 이로부터 신체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다양한 예술적 요소와의 연관성, 개연성을 찾아가며 이미지를 발전시킨다. 개념에 대한 해석보다는 몸의 언어를 기본으로 작품 그대로를 감상하게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댑댄스 프로젝트 '밝히는 놈들' (c)금시원
댑댄스 프로젝트 '밝히는 놈들' (c)금시원

Q : 환경 주제로 작업을 많이 했다. 이 주제에 관심 갖는 이유는?

A : (김호연) 저는 최근 몇 년간 인간, 죽음, 신, 자연, 사랑, 무용, 그리고 마블과 축구 외에는 도무지 관심이 가질 않았다. 작업할 땐 당연히 관심을 갖는 것부터 시작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그것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또한 작업을 하다 보면 광범위한 주제로 시작해서 주제를 좁혀나가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작업에서 활용하지 못하는 것들이 생기고 그것에 아쉬움이 남아서 다른 작업에서 그것에 집중해서 또 하게 되는 것 같다.(웃음) 특별한 소재보다는 대중적인 소재의 작품을 좋아한다. 인간, 죽음, 신, 자연, 사랑, 이런 거 다 진부한 주제들 아닌가? 이런 진부한 것들을 저만의 감각으로 새롭게 풀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임정하) 개인적으로 ‘자연스럽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우리 작업하는 것도, 작품 안에서 보여지는 모습들도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저희 작품에서 실제로는 자연스럽다기보다는 힘들고 고통받는 순간들이 많지만 그런 모습마저 자연스럽기를...) 자연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환경이 속해 있고 현대에 살아가면서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살아갈 순 없기에 관심이 이쪽으로 쏠렸고, 팀에서 공통 주제로 갈 수 있었다.

Q : <밝히는 놈들>은 움직임, 설치미술,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작품이다. 작업하실 때 어떠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중점을 두었나?

A (호연) 무엇보다 시각적 이미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별히 의도하고 유도하는 이미지는 없고 이성적 영역보다는 감각적 영역이 짙은 작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무언가의 철학이나 개념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여러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음미했으면 하는 작업이다. 음악을 들으며 멜로디에서 어떠한 감성을 느끼고 무언가를 회상하기도 하고 사유하듯이... 이 작품은 그런 감상 포인트를 가지고 보셨으면 한다.

(정하) 가장 처음 작업에 들어갈 때 좁은 곳에 갇혀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으로 시작했고 그 틀을 두고 리서치를 진행하다보니 실험실 쥐가 된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폭발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분자운동 등을 상상하기도 했다. 움직임, 설치미술, 미디어 아트가 어떤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고 각자 따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상상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Q : 제목 <밝히는 놈들(Bomberman)>의 의미가 궁금하다.

A : (호연) ‘폭발’의 이미지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는 많은 요소 가운데 하나에 집중했고 자연스럽게 폭발이 주는 이미지와 인간과 자연의 관계도 생각해보게 됐다. 영어 단어 BOMBERMAN이 주는 이미지가 딱 이 작품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밝히는 놈들’은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자연에 악영향을 미치는 인간에 대한 불쾌한 여러 사실들, 숨기고 싶은 그런 내면의 모습을 드러내고 밝혀보자는 취지도 있었다.

Q : 2017년 <Bomberman 밝히는 놈들>이 먼저 초연되고, 같은 해 <Bomberman 다시 만난 세계>도 무대에 선보였는데, 두 작품이 어떠한 관계를 갖고 있는지?

A : (호연) 2017년은 듀엣 버전이고, 리서치 초반 단계였다면 <Bomberman 다시 만난 세계>는 미디어도 더 구체화된, 발전된 트리오 버전이었다.

(정하) <밝히는 놈들>은 사실 <다시 만난 세계>의 리서치 단계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극장 공연을 한 적이 없다. 쇼케이스 형식으로 실연을 했었고 캐나다 밴쿠버에서 2018년에 극장공연을 했다. 결과적으로는 두 작품이 전혀 다른 작품이긴 하지만 시작은 같은 아이디어에서 왔다. <다시 만난 세계>도 시댄스에서 보여주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Q : 두 분이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 어떻게 함께 댑댄스프로젝트라는 그룹을 만들게 됐는지도 궁금하다.

A : (호연) 처음에 국립현대무용단에서 알게 되었고 이후 ‘당스 엘라르지’ 경연대회에 참가하면서 함께 작업하게 됐다. 움직임이나 작품 성향이 잘 맞았고 서로 여러 실험을 해보고 싶은 열정도, 타이밍도 잘 맞아 함께 작업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팀이 만들어졌다.

(정하)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지속될 그룹이 될 거라고 둘 다 생각하지 못했다. 2016년에 같이 작업을 시작했고 2017년부터 서울문화재단 청년예술단이라는 팀 지원 프로그램 혜택을 받아 꾸준히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생겼다. 둘 다 무언가 만들고 싶은 것들에 대한 욕심으로 팀이 만들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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