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를 풍자한 ‘세비야의 이발사’
코로나 시대를 풍자한 ‘세비야의 이발사’
  • 김경명 기자
  • 승인 2020.11.15 2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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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른시립극장 프로덕션, 이응광-김효종도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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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히텐슈타인 파두츠극장에서 열린 '세비야의 이발사' 공연 (사진=더프리뷰 김경명 기자)

[더프리뷰=리히텐슈타인] 김경명 기자 = 또다시 유럽에 불고 있는 거대한 팬데믹 바람 속에서 지난 11월11일 리히텐슈타인의 파두츠(Vaduz) 극장에서는 요즘의 코로나 시대를 풍자한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공연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600석 규모의 객석이지만 띄어앉기 수칙에 따라 약 250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스위스 루체른 시립극장(Luzernertheater)과 오페라 솔리스트, 그리고 루체른 심포니가 함께한 공연으로 9월25일 루체른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루체른 시립극장이 제작한 이 작품은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에 팬데믹 상황을 대입해 각색한 것으로, 2시간 반의 작품 길이를 1시간 50분으로 줄이고, 스위스 정부의 방역지침대로 성악가는 서로 거리두기,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은 마스크 착용, 합창 부분은 삭제한 채 진행됐다. 레치타티보는 시립극단 배우들에 의해 현 상황에 맞게 각색된 대사와 연기로 대체되었다. 대사는 독일어로, 아리아는 이탈리아어로 진행됐다. 곳곳에서 현실에 나타나고 있는 거리두기, 손소독제, 마스크 등 공연 내내 이어지는 재치 넘치는 상황극에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유쾌한 시간이었다.

비록 무대 위에서 휴식시간 없이(방역이행 절차의 하나로 중간에 관객들이 함께 어울릴 기회를 최소화할 목적으로) 2시간 내내 마스크를 쓴 채로 연주한 루체른 심포니 단원들과 최소한의 소품, 최대한 거리두기, 합창이 없는 오페라 무대였지만 이 모든 불편과 불완전을 잊게 할 만큼 공연은 완벽했다.

팬데믹으로 사람과의 접촉이 허락되지 않는 도시에 바르톨로 박사는 위험한 도시에서 딸 로지나를 지키기 위해 그녀를 가둔다. 로지나를 사랑하는 알마비바 백작은 그녀를 만나기 위해 팬데믹으로 직장을 잃은 이발사 피가로에게 도움을 청한다.”(공연 내용 설명 중에서)

연출자인 마르틴 베르거(Martin G. Berger)는 “이번 팬데믹을 계기로 미래의 공연무대를 생각해 보았다. 전염병이 창궐했고, 우리는 시스템을 바꿔야 했고, 우리의 특권을 포기해야 했다. 우리는 개인의 권리가 매우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동안 누려온 많은 것에 대한 많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현실에 맞는 인물의 특징과 시대상을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베르거의 말대로 과거에 살았던 권위주의적 백작은 극단적 개인주의의 피해자로 보였고, 순종적 여성상의 여주인공 대신 적극적이고 현대적 로지나를, 노동자 계급의 피가로는 현재 자본주의 우리들을 이야기하는 것 으로 보였다.

리히텐슈타인 파두츠극장에서 열린 '세비야의 이발사' 공연 (사진=더프리뷰 김경명 기자)
루체른 시립극장에서 열린 '세비야의 이발사' 공연. 마당쇠 복장이 테너 김효종. (사진제공=루체른시립극장)

특히 알마비바 백작의 테너 김효종의 활약이 돋보였는데, 극중 알마비바의 의상을 한국의 마당쇠 복장으로 한 부분에서 필자는 혼자 박장대소할 수 밖에 없었다. 루체른 초연에서 열연했던 피가로 역의 이응광은 아쉽게도 리히텐슈타인 공연에는 빠졌다.

한국의 벨칸토 테너인 김효종과 활력 넘치는 피가로의 이응광이 돋보였다." 
klassik-begeistert.de
"김효종은 완벽한 알마비바였다.”
Innerschweiz Online (루체른 공연평에서)

최근의 팬데믹 상황에서는 보기 드문 라이브 공연이었다. 아울러 초연의 성공에 힘입어 러브콜이 이어졌지만 아쉽게도 방역상황으로 인해 겨우 앞으로 6회 정도의 공연이 허가되었고, 이마저도 이러저러한 제약 때문에 매우 힘든 일정이라고 극장측은 전했다.

지난 11월 10일 팬데믹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조치가 발표된 후 루체른 시립극장과 루체른 주립(칸톤)극장은 루체른 시의회에게 가능한 모든 면에서 극장을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문화예술은 방역과 건강에 대항하자는 것이아니다. 다만 불확실한 시대에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예술은 현시대의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예술가들이 그들의 임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확보하고, 정부의 방역대책에 대해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구체적인 방안과 약속이 필요하다.”

이번 공연을 총괄 기획한 루체른 시립극장의 드라마투르그 레베카 마이어(Rebekka Meyer)는 리히텐슈타인 공연에 앞서 “하루빨리 공연장의 현실이 정상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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