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US ‘예인열전’ 제1호 허규傳
KOUS ‘예인열전’ 제1호 허규傳
  • 이시우 기자
  • 승인 2020.11.15 2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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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기 맞아 기념공연, 회고담 등 풍성한 무대
‘한국적 공연예술’의 개척자 허규의 면모
'예인열전-허규 傳' 공연 포스터(제공=한국문화재재단)
'예인열전-허규 傳' 공연 포스터(제공=한국문화재재단)

[더프리뷰=서울] 이시우 기자 =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진옥섭)은 11월 17일(화)부터 삼성역에 위치한 한국문화의집(KOUS)에서 3회에 걸쳐 이 시대의 예인을 소개하는 기획공연 <예인열전>을 올린다. 첫 번째 주인공은 북촌창우극장의 설립자이자 마당극, 창극, 축제의 선구자로 한국적 예술양식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과 실험을 했던 고(故) 허규다.

장르를 넘나드는 한국적 예술의 개척자, 허규(1934-2000)

서울대 농대 재학시절 연극계에 입문한 허규는 방송국 PD로 활동하며 예술인생의 초석을 다진다. 1970년대, 하회탈 제작에 얽힌 허도령 전설을 극화한 첫 희곡 <물도리동>, 진도의 장례의식을 통해 한국인의 사생관을 표현한 <다시라기> 등을 연출한 그는 민속예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한국적 연극’의 문을 연다. 70년대 후반 국립창극단의 연출을 맡아 다양한 민속예능을 융합시키며 창극의 외연을 확대한 그는 1981년 국립극장장으로 취임, 8년 동안 야외극장과 실험무대 개설 등 전통예술 발전에 이바지했다.

그 후 마루기획사를 설립해 한국 거리축제의 산실 역할을 한 그는 연이은 성공적 기획으로 한국 축제문화에 획을 긋는다. 1986년 아시안게임을 맞아 조선시대 어가행렬을 재현한 <상감마마 납시오>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거리축제로 확대될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고, 1995년 조선총독부 철거 당시 대형 태극기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연출 역시 그의 작품이었다.

허규의 발자취를 따르는 후학들의 헌정무대, 허규전(傳)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신념으로 연극과 마당극, 창극, 한국의 전통축제에 이르기까지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개척했던 예술가 허규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허규傳>은 그의 작품이 남긴 의미를 생각하고 추모하는 공연이다.

허규(사진=한국문화재재단)
고(故) 허규 선생(사진=한국문화재재단)

이번 공연은 국악평론가 윤중강이 사회를, 서울돈화문국악당 본부장 김지욱이 연출을 맡고 ▲컨템포러리 국악그룹 블랙스트링의 Dang Dang Dang을 시작으로 ▲이광수의 비나리 ▲유수정, 왕기석, 김학용, 서정금의 창극 <흥보전> 화초장 대목, 그리고 ▲허규 선생을 기리는 대담이 이어진다. 손진책, 김철호, 안호상, 안숙선, 서연호, 정현, 유수정, 진옥섭 등 허규 선생과 함께했던 인사들이 참석해 생전 그와의 작업 일화 등을 나눌 예정이다. 대담 후에는 명창 안숙선이 <춘향가> 동헌경사 대목을 선보인다. <흥보전>은 허규 선생의 마지막 연출 작이며, <춘향가>는 허규 연출로 안숙선이 창극에서 첫 주연을 맡은 작품이었다.

한편 이 날 공연을 기점으로 고인이 설립한 북촌창우극장은 ‘북촌창우 허규극장’으로 개명하게 된다.

이번 공연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운영된다. 17일 저녁 7시30분 오프라인, 24일 어후 7시부터는 유튜브 및 네이버TV ‘한국문화재재단’에서 만나볼 수 있다.

총 3회에 걸친 <예인열전>은 12월 1일(화) 서도소리 명창 권재은, 12월 8일(화) 25현 가야금 명인 문양숙으로 이어진다.

공연 예약은 한국문화재재단 홈페이지와 한국문화의집(KOUS)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허규 선생의 발자취
서울대 농대 재학시절 연극계 입문 서울대학교 농대 재학시절 연극부 활동을 했으며, 1956년 극단 제작극회 창단시 연구단원으로 입단,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존 오스본 작, 최창봉 연출)에 조연출로 참여했다.

1960년 실험극장 창단 멤버로 참여, 동국대 소강당에서 올린 창단공연 <수업>(이오네스코 작)의 연출을 맡았다. 본격적인 연출 데뷔작은 1961년 제작극회의 명동 국립극장 공연인 <껍질이 째지는 아픔이 없이는>(차범석 작)이다. 연극계에서 연출가로 크게 인정 받은 작품은 1964년 <리어왕>(셰익스피어 작)과 <순교자>(김은국 작)이다.

드라마 PD로 방송 드라마 연출 1961년에는 생업을 위해 방송사에 프로듀서로 입사해 KBS, TBC, MBC 등을 옮겨다니며 TV드라마를 연출했다. 특히 KBS TV드라마 <탑>(김희창 작)은 방송 드라마의 차원을 높이고 건강한 방향을 제시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민속예술을 수용한 한국적 연극 실험, 창극과 마당극 시도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의 연출생활 2기가 시작되었다. 1970년 실험극장의 <허생전>(오영진 작) 연출을 계기로 우리 민속예술을 수용한 한국적 연극을 시도한 것이다. 1972년에는 방송사를 떠나 한국적 연기술 개발과 ‘전통의 현대적 계승과 재창조’를 목표로 극단 민예극장을 창단, 첫 작품으로 <고려인 떡쇠>(김희창 작)를 올렸다.

그의 첫 희곡인 <물도리동>은 하회탈 제작에 얽힌 허도령 전설을 극화한 것인데, 1977년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그의 대표작은 판소리, 민속놀이, 정악, 노동요, 탈춤 등 전통연희를 수용해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물도리동>, <다시라기> 등을 꼽을 수 있다.

<다시라기>는 전라남도 진도 지방의 장례의식으로 한국인의 사생관을 잘 보여주는 민속예능인 동시에 원형적 연극의 하나이다. 그 외에 주요 연출작으로 <놀부뎐>(최인훈 작, 1975), <성웅 이순신>(장충동 국립극장 개관공연, 이재현 작, 1973) 등이 있다.

70년대 후반 국립창극단 창극연출 맡아 창극 집대성 1970년대 후반에는 국립창극단의 연출을 맡아 창극 속에 다양한 민속예능을 융합시킴으로써 창극의 양식적 발전을 이끌었다. 2시간 내외로 연행되던 창극을 5시간으로 확대하는 등 창극의 외연을 확대한 것이다. 그동안 잊혀졌던 <강릉매화전>을 복원했으며, 19세기 판소리 이론을 정립하고 대본을 집대성한 신재효의 일대기를 <광대가>란 제목으로 무대화, 호평을 받았다.

국립극장장 취임, 8년동안 전통예술 발전에 공헌 1981년에는 국립중앙극장장으로 취임해 1989년 1월까지 일했는데 이 기간 야외극장과 실험무대 개설, 전속단체의 지방순회공연 확대, 연수원 제도의 부활, 장기공연체제 확립 등의 업적을 남겼고, 특히 전통예술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마루기획 설립, 한국 거리축제 산실 마련 ‘대한민국 거리축제의 창시자’이자 ‘지역축제의 아버지’로 불릴만큼 한국의 축제문화에 한 획을 그었다. 1986년 아시안게임을 맞아 조선시대 어가행렬을 재현한 <상감마마 납시오>는 이후 1988년 올림픽 때 거리축제로 확대됐고 1995년 경복궁을 가로막고 있던 조선총독부의 철거 이벤트 때 대형 태극기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기획, 조선 통신사가 선진문물을 일본에 전해줬던 <사천왕사 왔소> 이벤트는 일본 오사카에서 축제로 열리면서 큰 화제 등을 모았던 것들이다.

현재 서울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이 가장 인상적으로 꼽는다는 덕수궁 앞의 수문장 교대의식이나 한강에 배다리를 놓고 강을 건너던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 행사 등 많은 거리축제들의 원형은 허규 선생의 아이디어와 실행에서 출발했다. 대규모 북춤 공연들 역시 그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들이 적지 않다.

[경력 사항]
1993 소극장 북촌창우 대표 / 1989 축제문화진흥회 회장 / 1988 판소리학회 회장
1988 서울올림픽 거리축제 총감독 / 1981-1989 국립중앙극장 극장장
1981 아세아예술제 공연단장 / 1980 한국연극협회 부이사장
1977 한국연극협회 이사 / 1973-1981 극단 민예 대표

[수상 연혁]
1995 보관문화훈장 / 1988 대한민국훈장 거상장
1982 제18회 대한연극영화예술상(연극연출)
1980 제12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연예)
1980 제5회 한국연극예술상
1979 제4회 대한민국연극제 연출상(다시라기)
1977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대통령상(극단 민예 물도리동)
1965 제2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 연극연출부문

[작품 활동]
연극
1998년 창극 흥보가 / 1995년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오뚜기 / 1982년 흥부전
1980년 최병도전 / 1978년 강릉매화전 / 1976년 바보와 울보 / 1973년 성웅 이순신
1969년 휘가로의 결혼/ 1967년 밤과 같이 높은 벽 / 1964년 리어왕
1960년 껍질이 째지는 아픔없는

축제
서울올림픽 개막식 해맞이 총연출
서울올림픽 거리축제 총연출
서울올림픽 1주년 기념 거리축제 총연출
조선총독부 철거 기념식 총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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