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대구시립무용단 <무엇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가> - Sanjoy Roy
[공연리뷰] 대구시립무용단 <무엇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가> - Sanjoy Roy
  • 편집부
  • 승인 2020.12.1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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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프리뷰=서울] 편집자 주 = 다음은 지난 12월 5일 오후 10시 방영된 대구시립무용단의 <무엇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가 Things That Make Us Move>에 대한 영국 무용평론가 산조이 로이(Sanjoy Roy)의 리뷰이다.

라이브 공연이 취소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질문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2020년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감염률도 다양하고 팬데믹에 따른 규제도 내려졌다 풀렸다 하면서 해답도 오락가락한다. 대구시립무용단의 <무엇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가>도 분명 그런 경우였다. 평소 무용단이 공연하던 팔공 홀이 일반에게 폐쇄되자 김성용 예술감독은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간단한 질문을 던졌다. 그의 대답은 작품을 로비, 안내 데스크, 계단, 탈의실, 복도, 엘리베이터, 벽장 등의 공간으로 해방시켜, 건물 전체를 공연장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한 방송사와 협력하여 중계된 이 공연의 라이브 스트리밍은 현지시간으로 12월 5일 오후 10시, 전 세계로 방송될 예정이었다.

12월 4일 극장 스태프 중 확진자가 한 명 나왔는데 이는 무용단이 현장 리허설을 한 번밖에 안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그래서 그 질문이 다시 나왔다. “어떻게 해야 하나?” 답변 : 무용단은 건물 내에서 한 번 더 리허설이 허락되었고 촬영 팀을 불러들여 한 번에 녹화하도록 했다. 이 녹화는 라이브 스트림을 안하고 다음 날 방영되었는데 당초 일정대로라면 라이브 공연을 하고 있었을 무용수들이 자기들 집에서, 전 세계 모든 다른 관객들과 같이 그들 자신을 관람하게 된 이상한 결과였다.

어쨌든 공연은 진행됐고 방송되었다. 그 질문은 이미 대답이 되었다. 어때 보였어?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인테리어가 현대적인 스타일의 잡지처럼 날렵하고 모던하기 때문에, 무용수들을 여기저기 몰려다니는 안내원, 기술자, 극장 관객같은 인간 캐릭터로 뿐 아니라 건물 내 넓게 퍼진 공간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도형이나 각도, 색깔 같은 활자처럼 보지 않기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정장 차림의 두 남자가 흰색 계단에 잉크자국처럼 있고, 이어 강렬한 파란색 옷을 입은 안내원들이 회전하며 움직인다. 두 사람의 실루엣은 만화영화에서 처럼 유리창을 가로질러 미끄러진다. 공연자들은 보통의 체육복과 운동화 차림으로 선과 원을 그리며 춤을 추는데, 이는 유기적일 뿐 아니라 기하학적이기도 하다.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들(Things That Make us Move)’ 공연모습(사진=대구시립무용단)
<무엇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가> 공연 모습(사진제공=대구시립무용단)

다른 부분은 대개 인간적 측면이 우세하다. 두 무용수가 탈의실에서 여러 옷을 입어보고 드라이어로 머리도 부풀리며 자신들을 크게 보이게 만들려 한다. 다른 한 쌍의 무용수들은 마치 작은 벽장 안에 둥지를 틀려는 생물체처럼 보인다. 두 여성은 계단 한 층을 사뿐히 내려가는데 후드로 얼굴을 가린, 외롭고 절망적인 남자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그는 계단에 힘없이 주저앉아 있는데 마치 관심받지 못하고 잊혀진 사람, 무시된 사람들을 상징하는 것 같다.

안무에 포함되지만 관객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아주 중요한 또 다른 그룹의 사람들이 있다, 카메라맨들이다. 이 작품이 공연되는 확장된 ‘무대’에는 건물 전체 뿐 아니라 컴퓨터 스크린도 있으며 수많은 안무동작과 다이내믹이 카메라의 앵글, 스우핑, 팬, 줌, 트랙 등으로부터 나온다. 팬데믹 덕분에 전 세계 카메라맨들이 급하게 안무를 배우고, 거기에 참여하는 중이다.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들(Things That Make us Move)’ 공연모습(사진=대구시립무용단)
<무엇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가> 공연 모습(사진제공=대구시립무용단)

공연이 끝나면 무용수들은 무대 위로 가서, 물론 마스크를 한 채, 빈 객석을 향하게 된다. 빈 좌석과 사람들이 듬성듬성 앉아 있는 이 장면은 참 마음아픈 순간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 무용단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나한테보다, 지금 이 순간은 현실의 공연장과 사람들에게 애착을 가진 관객들에게는 훨씬 많은 걸 의미한다는 것이다. 나는 런던에서 노트북으로 이걸 보고 있다. 가상세계는 여전히 현실의 그림자처럼 느껴질 뿐이다.

[원문]

When live performance is cancelled, how do you uncancel it? The question has travelled the globe in 2020, in the wake of the coronavirus. As infection rates vary and pandemic restrictions rise and fall, the answers fluctuate too. This was certainly the case with Daegu City Dance Company’s Things That Make Us Move. Since the Palgong Hall of Daegu Arts Center, where the company would normally perform, was closed to the public, artistic director Kim Sungyong asked a simple question: what are we supposed to do? His answer was to turn the whole building into a stage, setting the performance loose into the foyer, the information desk, the stairways, the changing rooms, corridors, elevators and cupboards. A live stream of the performance, relayed in collaboration with a broadcasting station, was set to go around the world on 5 December at 22.00, local time.

On 4 December, a case of Covid-19 in the theatre staff meant that the company, having had only one rehearsal on site, had to cancel the plan. So the same question returned: how to uncancel it? The answer: the company were allowed one more rehearsal in the building, the camera crew were brought in to record it in a single shot. That recording was broadcast the next day in place of the live stream, with the uncanny outcome that the dancers who would have been performing live, ended up watching themselves from their homes, alongside all the other audience members, worldwide.

Still, the performance had gone ahead, and it was broadcast. The question had been answered. How did it look?

Perhaps because the Daegu Arts Center interiors are as sleek and modern as a contemporary style magazine, it’s almost impossible not to see the dancers not only as human characters – receptionists, technicians, the theatre public, milling and merging through the spaces of the building –but also as shapes, angles and colours, almost like typographical characters set in motion across the spacious spreads of the building. Two suited men form inky marks against a white staircase; receptionists in electric blue swivel into life, signalling directions and reactions with their arms. Two silhouetted figures slide across window panes, like animated fittings. Even the performers in regular practice clothes and trainers dance in lines and circles, not only organic, but geometric too.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들(Things That Make us Move)’ 공연모습(사진=대구시립무용단)
<무엇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가 Things That Make Us Move> 공연 모습(사진제공=대구시립무용단)

At other times, the human side prevails. Two dancers in a changing room size themselves up, trying on clothes and blow-drying their hair; another pair seem like creatures trying to nest inside a small cupboard. Two women breeze efficiently down a flight of stairs, oblivious to a lonely, abject figure, his face masked by his own hood. He slumps down the steps and lies inert, as if representing the forgotten, the overlooked, the ignored.

There’s another, highly important group of people who are choreographed into the action yet remain invisible to the viewer: the camera crew. For the expanded "stage"of this performance includes not only the whole building, but also the computer screen, and a great deal of the choreographic motion and dynamics come from the camera’s angles, swoops, pans, zooms and tracks. Across the world, the pandemic has been causing camera crews to learn and participate in choreography, double-quick.

At the end of the performance, the dancers do get to go on their stage, masked of course, into an auditorium with no public present. It’s a poignant moment, this scene of distanced people and empty seats. Yet I cannot help but think: this means more to audiences with some attachment to the real place, to the real people, than it does to me, with no connection to the company, watching on my laptop in London. The virtual world still feels like a shadow of the real.

영문포스터
<무엇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가 Things That Make Us Move> 영문 포스터(사진제공=대구시립무용단)

필자 소개 =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산조이 로이는 <가디언>지에 무용 관련 글을 쓰고 있으며 유럽의 현대무용 잡지인 <스프링백 매거진>의 편집자이다. <뉴욕타임즈> <뉴 스테이츠먼> <댄스 가제트> <댄스 인터내셜>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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