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살아남아서 예술하기, 예술하고도 살아남기
[기고] 살아남아서 예술하기, 예술하고도 살아남기
  • 박성혜 무용평론가
  • 승인 2020.12.31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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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인과 예술인고용보험, 그리고 복지제도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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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인 안무 '漁(어) - 고기잡을 어' (c)박상윤

[더프리뷰=서울] 박성혜 무용평론가 = 이 글은 예술인 고용보험에 관한 실질적인 내용의 글이 아니다. 이 글은 왜 예술인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의 글도 아니다. 이 글은 무용인이 어떻게 생존해야 하고, 과연 생존이 가당키나 한지에 대한 문제제기의 글이다.

암울한, 너무나도 암울한
코로나 19 이후 공연 시장은 한마디로 꽁꽁 얼어 벼렸다. 모든 공연은 취소가 되었고 간간이 진행되는 공연도 사회적 거리두기, 혹은 온라인 송출로 대치되었다. 이러한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적당한 규모의 지원금을 받은 단체는 겨우 명맥 유지, 티켓 수입 의존도가 높은 공연일수록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아울러 코로나 19 이후 우리는 모두 코로나 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아니, 돌아가서도 안 된다. 무책임한 대량생산과 소비의 야수자본주의로 돌아가는 것의 재고, 시장과 별개의 인간 중심, 공동체 중심의 예술적 환기와 비전 제시의 최일선에 서지는 못할망정, 2-3일 공연하고 폐기처분하는 공연과 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무용인들도 이제는 다른 전환적 사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리고 조금은 멀게, 크게 보자. 그런 차원에서 예술인의 복지라는 차원에서 이번에 처음 시행되는 예술인 고용보험을 살펴보자.

예술인 고용보험은 특수노동자, 일명 프리랜서들이 일감이 떨어져 한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을 때 생활의 안정과 재취업의 가능성을 보호해 주기 위해 일정 정도의 보험료를 지급해 주는 제도다. 즉 생활안정을 위해 일정 기간 동안 어느 정도의 금액을 지원해 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놓여있는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국민 고용보험 적용’이라는 상당히 혁신적인 사회안정망 구축의 필요성에 의해 시도되는 정책이다. 그리고 그중 제일 먼저 해당 제도의 수혜를 받는 사람들이 예술가들이 되었다. 12월 10일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이 제도는 당연 가입이다. 그러니까 당신이 예술가라면 매달 일정 정도의 고용보험료를 내야한다는 이야기다.

없는 형편에 그런 돈을 어찌 내냐고 하겠지만 한 달에 2만원 조금 넘게 (혹은 3만원이 넘는 수준) 내고 실업일 때 매달 최소 48만원에서 최고 200만원 넘게도 받는다. 그 조건에는 가입 기간, 월수입 등 여러 요인들이 작용한다. 길게 보면 가입하는 것이 좋다. 가입하지 않으면 예술인 증명, 기금지원, 산재보혐, 활동이력 증명 등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귀찮아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왜 이런 제도를 만들었을까? 그리고 무용인들은 과연 이 제도가 필요할까?

정부가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코로나 19와 같은 국가 위기 속에서 국민을 보호하고 그들의 지위를 사회적으로 용인해 사회안전망 속에 귀속시키고자 함에 기인한다. 일례로 이번 코로나 19에서 지급된 긴급생활지원금에서 누구에게 얼마나 지급해 주느냐로 오랜 기간 논쟁을 벌였다. 하지만 만약 고용보험에 전 국민이 가입되어 있다면 분류와 기준 선정은 매우 간단해진다. 상황에 따라 국가나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국민들도 소외되거나 혼자서 해결해야 되는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다.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보다 코로나 19 상황에서 그나마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국민 의료보험 덕분이었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사회적 사망인 실업을 막기 위해, 혹은 실업인 상태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으로 전국민 고용보험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용인은 어떤 반사이익을 얻을까?
인지하고 있듯이 무용인들의 수가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점들의 사실 확인은 아주 간단하다. 대학 무용학과가 없어지고, 예술고등학교 무용전공 경쟁률만 살펴봐도 이는 분명하다. 현재는 무용인구 감소가 본격화되기 이전의 졸업생들이 무용계의 젊은층과 중진을 이루고 있으니 아직 심리적으로 실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각종 문화재단의 설립에 의해 파생된 예술창작 지원금도 비약적으로 증가해 아직은 좋아 보인다. 하지만 공급이 줄면 당연히 활동인구 감소는 필연이다. 인구 감소와 출산율 절감에 의한 젊은 청년층 감소는 무용 인구 절감과 직결된다. 아쉽게도 무용학과 폐쇄 및 감소는 필연이다. 노력하면 될 거라는 환상은 버리자. 이건 아주 단순한 산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안을 찾아봐야만 하고, 이에 대한 대안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무용인구의 보호와 활동 유지다. 대부분의 무용학과 졸업생이 예술활동을 그만두는 이유는 춤만 추고는 먹고 살 수가 없어서다. 싫어서, 관심 없었기에 그만두는 사람도 있지만 절대 다수가 생존과 직결되어 비전을 찾을 수 없다면 홀연히 떠난다. 그런데 만약 조금은 가난하더라도 자신이 예술창작 활동을 열심히 한다면, 그리고 지속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고 어려울 때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만 있다면? 아마도 상당수가 예술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고용보험은 필요하다. 최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들이 믿고 있는 입시시장은 좁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무용인들의 수입 구조는 교육활동이 압도적으로 많다. 주로 레슨 시장이다. 무용 레슨 시장도 다양하다. 문화센터와 같은 곳에서 일반인 대상, 순수무용보다는 힙합이나 재즈, 필라테스, 요가 등 약간 변형된 사설기관에서의 교육활동으로 수입을 얻는다. 하지만 무용계에서 가장 단가가 높은 시장은 입시시장이다. 주로 예술중고등학교, 대학교를 목표로 하는 시장이다. 그런데 최근 인구 감소와 무용학과 경쟁률 하락으로 입시시장도 날로 위축되고 있다. 그 증거로, 필자가 잠시 몸을 담았던 30년 전이나 현재나 레슨과 작품 단가에 크게 변화가 없다. 이는 수용자보다 공급자가 많다는 이야기이고, 앞으로 이러한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대학교수나 대학에서 실기 강사를 하고 있는 분들은 체감하지 못하거나 아직은 먼 이야기처럼 들릴 것이다. 그분들은 아직도 중심에 계시고 이러한 파장이 중심으로 전달되기에는 물리적으로 거리감이 있기에 말이다. 이 강도는 명문대학 무용학과일수록 무관하다고 여기기에 인구감소에 따른 시장 위축은 자신의 삶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입시시장에서 도는 돈은 권력과 일치하기에 점층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아직은 괜찮을 것이라는 착각과 무시가 팽배한 곳이 바로 중심에 계신 분들이다. 바로 이러한 상황이 무용계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 그들의 무관심과 무대책이 차후 그 다음 무용인 세대에 그대로 전가될 것이기에 말이다.

위험은 필연적으로 닥친다. 이점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다만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안간 힘을 쓸 뿐이다. 하지만 남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듯, 무용 인구는 줄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예술창작 활동을 근거로 자신의 신분과 활동의 보장되는 제도, 지속 가능한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예술창작 활동에 임하는 무용인들의 누수와 이탈을 방지하고 그들이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공공교육 입시 관련의 부수적 사업에만 머물 수는 없다. 그 시장이 언제나 영위되고 확장되는 시장이 아님이 분명하기에 말이다. 언제까지나 대학의 무용학과 몇몇만 생존하는 시장을 근거로 무용예술이 활성화되고 예술적 성취가 이루어질까? 미안하게도 무용인들 대다수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독립된 예술인, 자신의 노력과 성실함, 그리고 성과에 따른 만큼 인정받고 보호되는 창작 환경을 구축한다는 차원에서 예술인 고용보험은 좋은 신호탄이 될 것이라 믿는다. 자신이 활동한 만큼 사회는 당신을 인정하고 보장해 주는 그런 제도로 말이다.

사족 : 예술인고용보험은 12월 10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홈페이지를 참고하기를 바란다.

박성혜
발레리나였지만 지금은 주로 글을 쓰고 강의를 한다. 무용공연 보기를 좋아해 주로 무용공연 관련 글들을 쓴다. 덕분에 박사후 과정까지 마쳤지만 최근에는 무용인들의 창작환경과 개선에 주로 노력하고 있다. 고용보험은 문화예술인노동연대의 활동을 하면서 국회에서 진행한 세미나와 의견제시 등을 통해 입법과정에 미약하게나마 관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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