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in 무비] “마침내 지구가 인간을 버렸다!”
[클래식 in 무비] “마침내 지구가 인간을 버렸다!”
  • 강창호 기자
  • 승인 2021.01.01 0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IO(아이오)’
쇼팽 '녹턴 2번'
아츠앤컬처 Arts & Culture 2021년 1월호 (Vol. 180)
영화 아이오(IO) 포스터_(사진=넷플릭스)
영화 아이오(IO) 포스터_(사진=넷플릭스)

[더프리뷰=서울] 강창호 기자 = 영국의 시인 존 밀턴이 쓴 서사시 ‘실낙원’처럼 죄를 짓고 낙원으로부터 쫓겨난 인간, 오죽하면 지구가 인간을 우주로 내몰았을까? 인간이 떠난 게 아니라 쫓겨난 게 맞다. 누가 그랬던가 지구에서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가 바로 ‘인간’이라고.. 이 영화는 우리에게 총체적인 고통을 가져다준 ‘팬데믹’과도 연결되어 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 속에 막연한 2021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모습과 이 영화는 동병상련이다. 우리는 어딜 가나 마스크지만 그들에게는 산소탱크를 연결한 방독면을 써야만 숨을 쉴 수 있다. 미래에 우리 모두 공짜로 얻어진 공기마저 돈을 지불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에 직면할 수도 있다. ‘종말’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아직 익숙하지는 않지만 머잖아 우리의 현실이 될 수도 있기에 보는 내내 공포감이 엄습해 온다.

영화 IO 중에서_(사진=넷플릭스)
영화 IO 중에서_(사진=넷플릭스)

영화(2018, 감독 조나단 헬퍼트)는 디스토피아적인 지구를 그리며 짙은 잿빛의 우울함을 나타낸다. ‘희망’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지구, 그러나 종말에 앞서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어느 현자의 말처럼 영화는 어둠 속에서도 피어나는 생명을 지켜보며 다시 태어나는 지구를 묘사하고 있다. 지구를 떠나려는 자와 남는 자 사이에서 그들의 내면적 갈등을 표출하며 러닝타임 96분을 달린다.

가스로 가득 찬 지구는 바다까지 모두 멸종에 몰아넣고 결국엔 인간마저 대탈출에 이르게 했다. 그래서 인간의 탈출선마저 이름이 ‘엑소더스’이다. 이미 100여 대의 탈출선은 지구를 떠나 ‘IO콜로니’라는 우주 발전소에 머물며 다음 행선지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제 그들은 생명을 찾아 4.5광년의 거리에 있는 외계행성 프록시마 켄타우리를 향할 예정이다. 이제 지구에는 마지막 엑소더스만 남은 채 최후의 카운트다운을 남겨두고 있다.

영화 IO 중에서_(사진=넷플릭스)
영화 IO 중에서_(사진=넷플릭스)

정신줄을 놓게 하는 할리우드의 오락성 영화를 생각했다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저예산으로 가성비 높은 영화를 제작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버전인 이 영화는 주요 등장인물을 단 2명으로 설정했다. 젊은 여성 과학자 샘(마가렛 퀄리)과 하늘에서 헬륨 풍선을 타고 내려온 미카(안소니 마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는 어쩌면 사색적인 성향이 짙다고 할 수 있겠다. 긴 시간 동안 이렇다 할 스펙터클한 장면 없이 그들의 연속적인 대화와 내면적인 독백을 즐거이 볼 자신만 있다면 도전해 보기를 추천한다. 그만큼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고 심오하기 때문이다.

쇼팽의 '녹턴 2번'이 담긴 루빈스타인의 음반 (사진=예전 레코드 예술의전당)
쇼팽의 '녹턴 2번'이 담긴 루빈스타인의 음반 (사진=예전 레코드 예술의전당)

쇼팽, <Nocturne No.2 in E-flat Major, Op.9>

영화 전체에서 흐르는 두려움에서 잠시 벗어나는 탈출구 같은 음악, 바로 영화의 초반부와 말미에 등장하는 쇼팽의 <녹턴 2번>이다. 음악은 마치 우리에게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처럼 무척이나 나른하고 회상적으로 들린다. 빛바랜 앨범을 들추며 창고 속에 처박힌 오랜 골동품을 만지듯 음악은 말 그대로 ‘클래식’하다. 클래식 음악이 때론 죽은 자들의 음악을 의미하듯 쇼팽의 <녹턴 2번>은 지구가 죽인 자 즉, 인간들을 위로하는 ‘레퀴엠’처럼 들린다.

지구의 새로운 생명들의 탄생을 알리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처럼 음악으로부터 얻은 안식과 위로는 또 다른 생명을 향한 미장센을 예고한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마지막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의 역설, “인간이 사라진 텅 빈 지구, 과연 지구는 인간을 아쉬워할까?”

영화 IO 포스터_(사진=넷플릭스)
영화 IO 포스터_(사진=넷플릭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