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시네마, ‘감독 다나카 기누요 + 움직이는 여성들’ 상영전
서울아트시네마, ‘감독 다나카 기누요 + 움직이는 여성들’ 상영전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1.01.11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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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기 일본영화에 나타난 여성의 표상
크기변환_다나카기누요+움직이는여성들
서울아트시네마, '다나카 기누요+움직이는여성들' 기획전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6일(수)-31일(일)까지 1950-60년대 일본 영화를 대표한 여배우들의 작품을 상영하는 기획전 ‘감독 다나카 기누요 + 움직이는 여성들’을 개최한다.

서울아트시네마의 2021년 첫 프로그램인 이 기획전은 연기뿐 아니라 직접 영화를 연출한 다나카 기누요의 감독작 6편과 1950-60년대 일본 영화의 대표적 여배우인 하라 세츠코, 다카미네 히데코, 와카오 아야코, 오카다 마리코 등의 작품을 통해 일본 영화의 황금기에 보여준 움직이는 여성의 표상에 주목한다.

섹션 1 : 다나카 기누요(田中絹代, 1909~1977) 감독전
1920년대 일본 영화의 여명기부터 배우로 활약한 다나카 기누요는 오즈 야스지로, 미조구치 겐지, 나루세 미키오, 시미즈 히로시 등 일본 영화를 대표한 감독들의 작품 260여 편에 출연한 일본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다. 하지만 영화감독으로서의 그녀의 존재는 지금까지 그다지 언급되지 못했다. 1953년 <연애편지>로 감독으로 데뷔한 다나카 기누요는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을 그린다'는 그녀의 말처럼 여성적 시각에서 총 6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다나카 기누요는 일본에서 연출로 이름을 올린 두 번째 여성이었으며, 동시대의 유일한 현역 여성 감독이기도 했다. 미조구치 겐지 같은 기성 감독들이 다나카 기누요의 연출 활동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는 건 이제는 잘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이런 어려운 조건 속에서 발표한 여섯 편의 영화는 다나카 기누요의 작가적 재능과 창작열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데뷔작인 <연애편지>에서부터 이미 자신만의 개성을 숨기지 않았던 그는 멜로드라마의 상업적 화법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가운데 당시 사회상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 가부장제 사회와 불화하는 여성 인물들의 독특한 개성, 장르 서사의 봉합을 끝내 거부하는 파열의 순간을 지속적으로 그리며 작가적 지향점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특히 여성 캐릭터 묘사의 스테레오타입을 교묘하게 비켜가는 주조연 인물들은 다른 어떤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생생한 활기를 불어넣음으로써 다나카 기누요를 더욱 중요한 감독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당시 여성들에 대한 선입견을 영화 속에 노골적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오히려 그 이미지 자체를 돌아보게 이끄는 <연애편지>나 불량 여성을 거침없이 불량하게 그리며 생생한 활력을 만드는 <여자들만의 밤>, 여성을 억압하는 이데올로기 속 모순을 폭로하는 <오긴> 등 전작 여섯 편을 통해 감독 다나카 기누요의 숨겨진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섹션 2 : 움직이는 여성들
1950-60년대 일본 영화를 대표한 네 명의 배우, 하라 세츠코, 다카미네 히데코, 와카오 아야코, 오카다 마리코는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 나루세 미키오, 요시다 기주, 마쓰야마 젠조 등 여러 감독들과의 협업을 통해 수백 편의 영화에 자신들의 뚜렷한 인장을 새겨놓았다. 오즈의 세계가 아닌 곳에서 또다른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하라 세츠코의 표정, 자신의 스타 이미지를 스스로 변주하며 캐릭터를 창조하는 다카미네 히데코의 도전, 어떤 수사로도 쉽게 묘사하기 힘든 와카오 아야코의 강렬한 존재감, 제작 단계에서부터 감독과 함께 영화를 만들어나간 오카다 마리코의 대담한 시도를 12편의 상영작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특별전에는 <여자들만의 밤>(다나카 기누요), <오긴>(다나카 기누요), <이름 없이 가난하고 아름답게>(마쓰야마 젠조) 등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개하는 작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1950~60년대 일본의 여성 영화인들이 일궈낸 풍성한 유산을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기회이며 또한 다나카 기누요의 영화 세계에 관한 이영재 평론가의 시네토크와 김성욱 프로그램디렉터의 짧은 영화 소개가 준비되어 있다.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와 일본국제교류기금이 함께 준비한 ‘감독 다나카 기누요 + 움직이는 여성들’은 종로3가 서울극장 내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개최된다. 16일 오후(토) 오후 3시 30분에는 <가슴이여 영원히> 상영 후 이영재 성균관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의 ‘시네토크’가 열린다. 자세한 상영일정은 서울아트시네마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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