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클래식 종합 차트 1위 임현정, 왜 바흐와 베토벤인가?
빌보드 클래식 종합 차트 1위 임현정, 왜 바흐와 베토벤인가?
  • 강창호 기자
  • 승인 2019.01.19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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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임현정 기자간담회, 2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리사이틀을 앞두고...
피아니스트 임현정, 2017년 2월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침묵의 소리'라는 제목으로 리사이틀을 펼쳤다. (사진=박상윤 기자)
피아니스트 임현정, 2017년 2월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침묵의 소리'라는 제목으로 리사이틀을 펼쳤다. (사진=박상윤 기자)

[더프리뷰=서울] 강창호 기자 = 한국보다 오히려 유럽에서 ‘HJ LIM’으로 더 유명한 피아니스트 임현정, 그의 주요 활동 무대는 프랑스이다. 어릴 적 피아니스트의 꿈을 안고 무작정 13세의 어린 나이에 프랑스로 유학길에 오른 후 그의 행보는 심상치 않았다.

집안에 음악가는커녕 피아노조차 없던 환경에서 단지 왼손을 쓰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동네 피아노 학원에 가게 된 어린 임현정. 그렇게 그의 운명은 여기서 결정되었는가 보다.

파리 콤피엔느 음악원을 5개월 만에 수석 졸업, 루앙 국립음악원을 3년 만에 조기 졸업. 그리고 16세에 파리 국립음악원을 최연소 입학, 최연소 졸업, 이후 한국인 최초로 퀸 엘리자베스 국립음악원의 최고 연주자 과정 합격, 벨기에 국가 장학생 선발 등등 임현정은 이미 유럽 음악계에 주목받는 ‘라이징 스타’를 넘어 세계적인 네이밍을 거머쥔 아티스트로 우뚝 서 있다.

아직도 할 일이 많고 갈 길이 먼 임현정의 아티스트적인 삶은 피아노와의 운명적인 만남 이후 현재까지 ‘ing'이다.

그가 오는 2월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리사이틀을 앞두고 지난 1월 8일 종로구 통의동 ‘오디오가이’에서 국내 소속사 봄아트프로젝트(대표 윤보미)의 진행으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리사이틀은 지난 2017년 리사이틀 <침묵의 소리> 이후 2년 만에 갖는 내한공연으로 바흐의 프렐류드와 푸가 12개의 작품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번과 마지막 32번 소나타를 주요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여 <바흐, 베토벤을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그가 그동안 심도 있게 연구해온 바흐와 베토벤을 펼쳐 보일 예정이다.

임현정,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사진=박상윤 기자)
임현정,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사진=박상윤 기자)

아버지 같은 바흐, 애인 같은 베토벤!

‘희로애락’ 인간적인 삶을 살아간 바흐와 베토벤! 그들의 이야기 담아내고 싶어...

“왜 바흐와 베토벤인가?”에 대한 질문에 임현정은 “수많은 문헌과 음악을 통해 그분들을 깊이 연구하면서 200년이 지난 지금도 늘 바흐는 경외와 숭배의 대상처럼 여겨지지만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흐 또한 인간적인 희로애락적인 삶을 통해 ‘그도 역시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 속에 바흐의 음악을 다시금 경험하게 됩니다.

베토벤 또한 흔히 엄격하고 심오한 표정의 초상화가 떠오르지만, 그도 하나의 인간으로서 삶의 고단함과 역경들을 헤쳐 나가는 모습, 그리고 전 생애를 걸쳐 작품들 속에 투영된 ‘운명’이라는 또 다른 존재의 발견은 그가 어떠한 삶을 살아갔는지 ‘인간 베토벤’을 면면히 살피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베토벤이 20대 초반에 작곡했던 피아노 소나타 1번은 그가 젊은 날의 인생 속에서 ‘운명’이라는 대상을 마주할 때 전투적이며 도전적인 자세였던 것과는 달리, 그의 말년에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32번의 ‘운명’은 부드러운 대화와 화해 그리고 평안이라는 귀결로 마주하는 모습을 볼 때 지금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이번 리사이틀은 베토벤의 처음과 끝, ‘운명’을 사이에 두고 진정 그의 내면의 깊이를 살필 수 있는 ‘흥미로운 콘서트’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늘 외로이 홀로 고민 속에 빠진 베토벤의 모습을 볼 때 안타까움과 측은한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당시 저 같은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보살핌이 필요했던 그에게 힘이 되지 않았을까? 그래서 감히 ‘애인’ 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해봅니다(웃음)”

또한 “구약성서 같은 바흐와 신약성서 같은 베토벤을 통해서 그들이 음악을 구상하고 작곡하던 그 현장에서 역동적으로 파동 치던 그들의 심장과 하나가 되고 싶었다”고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 구성에 대한 이유를 말했다.

덧붙여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그동안의 주요 입시 또는 콩쿠르 과제 곡으로 단골 메뉴로 등장했던 바흐와 베토벤이 누군가에게 틀리지 않고 잘 보여줘야만 했던 '부담감의 존재'였다면 이제는, 보다 심층적으로 작곡가를 깊이 들여다보고 연구하며 그들의 깊은 내면의 음악을 통해 경험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바흐와 베토벤이 되었으면 합니다”

과거 임현정은 모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와 비슷한 말을 남긴 적 있다.

“작곡가의 템포 지시는 그의 심장 박동수와 일치해 그 의도를 제대로 표현하려면 작곡가의 작품과 내면세계를 아는 데 충실해야 한다”

바흐와 베토벤, 두 작곡가의 선율에 그의 프랑스적 피아니즘 특유의 완숙함과 음악적 언어가 조합된 이번 무대는 과연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임현정과 윤보미(봄아트프로젝트 대표), 기자간담회에서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사진=박상윤 기자)
임현정과 윤보미(봄아트프로젝트 대표), 기자간담회에서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사진=박상윤 기자)

"완벽함을 위해 애쓰지 말라"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임현정은 기자간담회에 앞서 먼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번 1악장과 바흐의 프렐류드와 푸가 BWV 854, 868을 연주했다. 그의 독특하고 심오함을 자아내는 피아니즘에 대해 어떠한 영향력이 임현정 자신을 이루었는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과거 블라디미르 호로비츠(Vladimir Horowitz)의 “완벽함을 위해 애쓰지 말라 완벽주의가 창의력에 피해를 준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진정 대가의 예술에 대한 깊은 성찰이 본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또 다른 기자의 입시를 앞두고 있는 수험생들에 대한 조언에 대하여 “평소 저는 제 연주에 대한 녹음을 수시로 찾아 들으며 저에게 가장 엄격하고 무서운 선생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어느 때든지 바로 연주할 수 있는 철저한 준비와 자신에 대한 믿음과 신뢰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피아니스트 임현정은 한국인 최초로 인터내셔널 버전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녹음(2012, EMI Classics)하여 아이튠즈 클래식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파란을 일으키며 빌보드 클래식 종합 차트 1위를 통해서 이미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기자간담회 내내 다양한 표정과 액션이 많았던 임현정, 앞선 간단한 연주를 통해서도 다른 연주자와는 무언가 다른 그만의 비범한 피아니즘을 보면서 이번 리사이틀에 대한 기대와 또 다른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피아노를 통해 세상을 보며 자신만의 세계를 열어 보이고자 하는 그가 봄기운이 다가오는 2월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흐, 베토벤을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2019 임현정 피아노 리사이틀” 무대를 펼친다.

2019 임현정 피아노 리사이틀 "바흐, 베토벤을 만나다" 포스터 (사진=봄아트프로젝트)
2019 임현정 피아노 리사이틀 "바흐, 베토벤을 만나다" 포스터 (사진=봄아트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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