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특별강연] 무용 드라마투르기(1) 컨템퍼러리 안무로의 전환
[CPI 특별강연] 무용 드라마투르기(1) 컨템퍼러리 안무로의 전환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1.01.28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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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이론가 김재리, 필리핀 현대무용가들 대상 강연
KOFICE 주최, CID-UNESCO 한국본부 주관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이 주최하고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가 주관한 2020 문화동반자사업(Cultural Partnership Initiative, CPI)의 한 프로그램인 ‘현대무용에서의 드라마투르기’ 강좌가 지난해 12월 2일 영상으로 진행됐다.

필리핀 현대무용가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김재리 무용이론가는 서양 개념인 드라마투르기의 발생과 도입, 그리고 오늘날 무용 분야에서 드라마투르기의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강연 내용을 두 차례에 나눠 소개한다.

드라마투르기의 출현과 배경
안녕하세요, 김재리입니다. 저는 드라마투르그로 활동하고 있고 그밖에도 무용이론가, 교육자, 큐레이터 등 다양한 영역에서 무용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만나뵙게 돼서 반갑고요,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댄스)의 주최기관인 CID 한국본부에서 이런 강의를 기획하고 저를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용에서의 드라마투르기(Dramaturgy)에 대해 렉처를 진행할텐데요, 첫 번째 세션에서는 드라마투르기가 어떻게 모던 댄스와 컨템퍼러리 댄스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는지 맥락적인 부분을 먼저 살펴보고, 그 안에서 개념, 실천(Practice)의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할 거고요, 두 번째 세션에서는 지금까지 많은 안무가들과 함께한 저의 경험을 토대로 드라마투르기의 실천에서 발생, 발견할 수 있는 내용들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먼저, 우리에게 왜 드라마투르그(Dramaturg)가 필요한가? 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하고자 합니다. 우선 맥락적인 부분에서 좀 설명을 드리려고 하는데요, 드라마투르그가 한국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불과 10년 정도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드라마투르기라는 용어가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서양의 것을 우리가 받아들이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투르기라는 용어를 통해 지금까지 한국에서, 또는 아시아에서 어떻게 서구의 이론과 개념, 무용의 스타일을 받아들여 왔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역사를 좀더 들여다보면, 60년대 이후 서구에 의해 근대화 과정이 시작되면서 서구 무용의 형태나 이론, 교육제도들이 탈맥락화된 상태에서 비판 없이 많은 용어들과 형식들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지금 드라마투르기와 같은 또 다른 새로운 용어를 접했을 때는 과거와는 다르게 보다 비평적인 시각을 중심으로 드라마투르기를 지금의 ‘이’ 장소에서, ‘이’ 시간에, 우리의 커뮤니티 안에서 그 용어를 어떻게 들여다봐야 하는지, 그 부분에 대해 비평적인 시각을 견지하면서 제 강의를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드라마투르그의 개념이 서구에서 시작한 개념이다보니 서구의 맥락 안에서 개념을 좀더 들여다보려고 하는데요, 1960년대 이후 서양 무용에서는 예술에 대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 시기는 서양무용사 안에서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기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요, 그 시기부터 지금까지 연결되어, 예술에서의 확고한 매체나 장르의 구분들이 존재론적 물음을 통해 예술 그 자체에 대해서 질문하는, 그리고 예술의 형식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담론들과 개념들, 그것이 철학적이든 이론적이든 확장될 수 있는 그런 부분까지도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연극, 무용 등으로 구분했던 장르들이 공연예술로 통합되고 회화나 조각은 시각예술로 통합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어떤 매체가 중요한 것이 아닌, 예술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예술을 매개체로 활용하는 고민들이 있고,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이 작품을 통해서 또는 예술가의 실천을 통해서 어떤 담론을 생성할 수 있는지의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무용으로 좀더 들어가보면, 예전에 무용이라고 생각했던 신체의 운동성, 움직임, 그리고 신체와 움직임을 통해 발생하는 무용의 본질적 측면들이 더 이상 무용의 핵심적 기제가 되는 것이 아닌, 무용을 둘러싼 외부의 가능성들이 무용에 포함되는, 확장된 시각이 무용 장르에서 존재합니다. 비교를 해보자면, 모던 시대, 근대성을 중심으로 한 모던 시대에는 무용이 움직임과 신체라는 두 매체를 통해 자율성을 갖는 특징이 있었다면, 컨템퍼러리 댄스 안에서는 무용을 둘러싼 다양한 매체, 학문, 사회적 이슈가 무용에 함께 결합되면서 무용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다학제적, 초학제적 측면에서의 예술창작과 예술실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용을 창작할 때 많은 것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 전에는 신체를 어떻게 움직일까, 움직임의 구성을 어떻게 할까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더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 우리가 놓여 있어요. 그래서 만드는 과정 안에서, 예술적인 어떤 실천을 무용에서 담을 수 있는 영역들이 훨씬 더 많아지면서 우리는 그것을 확장된 안무의 관점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그런 창작의 환경이 주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확장된 안무의 장에서 드라마투르그의 역할
많이 접해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컨템퍼러리 댄스에서 초기에 철학적인 접근, 경험들을 중심으로 발표했던 제롬 벨(Jérôme Bel), 자비에 르 루아(Xavier le Roy), 보리스 샤르마츠(Boris Charmatz)와 같은 철학에 기반한 작업들을 소개하는 그런 안무가들이 많이 출현했고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예술 제도에서, 학교나 기관에서 작품뿐만 아니라 이론이나 담론, 철학적인 접근, 그리고 여러분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리서치나 컬래버레이션 같은 용어들이 확장된 안무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안무가가 단지 움직임을 만들고, 테크닉을 개발하는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중심으로 분석적이고, 이론적으로, 때로는 철학적인 접근을 통해서 이런 모든 것들을 창작의 과정 안에서 수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모던 시대에는 안무가에게 천재적이고, 굉장히 독특한 아이디어와 예술성을 요구하게 됐지만, 안무가가 이 모든 영역을 고민하고 작업에 담기에는 안무가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부족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다른 역할들이 필요하게 됐어요. 이런 확장된 안무의 영역 안에서 드라마투르그는 안무가와 함께, ppt 자료에 제시된 것처럼, 이 모든 것을 함께하는 공동작업자(co-workers)로서 안무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드라마투르그라는 역할 자체가 이렇게 확장된 안무의 영역 안에서 긴밀하게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맥락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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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에 르 루아의 작품 'self unfinished'(c)Katrin Schoof(출처=xavierleroy.com)

무용 드라마투르기: 연극과의 거리
드라마투르그는 원래 연극에서 사용되던 용어였습니다.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연극에서 아주 중요하고 핵심적인 역할을 했지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새롭게 생성된 무용에서의 드라마투르기는 연극과는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연극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무용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변환하고 번역할 수 있는지 하는 점들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투르기라는 용어는 그리스어 ‘dramtourgia’에 어원을 두고 있는데, 드라마에 관한 작업, 참여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용 드라마투르그의 경우, 연극의 맥락에서의 드라마를 댄스로 바꿔서 생각했을 때, 무용과 관련해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작업(work)과 관련되어 함께 실현하는, 보다 행위중심, 실천중심의 일을 하는 것이 드라마투르기라고 어원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드라마투르기가 굉장히 많은 곳에서 발견되는데, 책을 비롯해 많은 무용 작품에서 드라마투르그라는 용어를 쉽게 볼 수 있죠. 그리고 한국에서는 많은 젊은 안무가들이 드라마투르그와 함께 작업하는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현상이 되고 있고, 아직까진 낯선 용어이지만 그 용어를 통해 새롭고 실험적인 안무를 기대하는 안무가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2000년대부터 확장되긴 했지만, 사실 무용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드라마투르기가 등장한 것은 1970년대와 80년대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양무용사에서 최초의 드라마투르그가 태어난 것을 1970-80년대 탄츠테아터의 피나 바우쉬(Pina Bausch)와 협업한 라이문트 호게(Raimund Hoghe)의 작업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당시 탄츠테아터의 특성을 보면 스피치 액트(Speech act)와 텍스트(Text)에 기반한 무용작품을 주로 소개했기 때문에, 우리는 당연히 라이문트 호게 역시 이론이나 문학적 측면에서 드라마투르그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어요. 하지만 라이문트 호게는 텍스트 라이팅(Text writing)보다는 안무의 구조를 창조하는 것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극에서의 드라마투르그가 텍스트를 중심으로 한 작업을 많이 해왔던 것과는 다르게 서양무용사 초기에 라이문트 호게의 작업에서는 음악을 선택하거나 안무의 구조를 만드는 것에 많이 기여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위 사진은 그가 참여했던 피나 바우쉬의 <카네이션 Nelken>이라는 작품이고요, 아래는 라이문트 호게의 모습입니다. 호게의 모습이 일반적인 드라마투르그의 모습은 아닐텐데요, 피나 바우쉬와의 작업 이후에 스스로 안무가로 데뷔를 해서 지금 독일 등 유럽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호게와 피나 바우쉬의 협업을 서양무용사에서는 가장 선구자적인 드라마투르기 작업 사례로 얘기하고 있지만, 사실 호게와 피나 바우쉬는 드라마투르기적인 방법론이나 개념, 다양한 담론을 생성하는 데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드라마투르그와 안무가와의 관계: 공동의 실천과 공유된 책임감
오히려 무용에서의 드라마투르기는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들어서 활발하게 전개된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지금 드라마투르기의 실천들은 1990년대 이후에 안무가와 협업했던 드라마투르그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초기 드라마투르그의 역할은 작업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용어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외부의 눈(Outside eyes), 미학적 조언자(Aesthetic advisor), 제 3의 시각(Third perspective), 안무의 조력자, 조언자 등으로 불리게 됐고요, 모두 드라마투르그적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그리고 확장된 안무와 다학제적인 무용의 경향, 철학의 담론이나 이론을 중심으로 하는, 어떤 개념에 근거한 작품들에서는 창작의 많은 전환들이 21세기에 일어나게 되는데, 그런 확장된 안무의 관점에 따라서 많은 역할을 드라마투르그는 맡게 됩니다.

드라마투르기가 가진 이론적인, 텍스트를 쓰는, 지식을 가진 이의 역할과 더불어 실제 창작 환경에서, 현장에서 어떻게 실제적으로 도울 수 있는지, 이론과 실천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면서 그 안에서 기여하고 있는 것이 현재 컨템퍼러리 댄스에서 드라마투르그에게 요구되는 역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용이론학자 안드레 레페키(출처=wikipedia.org)
무용이론학자 안드레 레페키(출처=wikipedia.org)

잘 알려진 드라마투르그들의 문장들을 가져와보았는데요, 메그 스튜어트(Meg Stuart)라는 안무가와 함께 작업한 안드레 레페키(André Lepecki)는 드라마투르기를 하나의 지식으로 바라보는 것에 반대했습니다. 드라마투르그가 실제로 기여하는 것은 지식에 대한 것이 아니라 아직 예측할 수 없는, 이제 발굴될, 알려지지 않은 지식을 발굴하는 것에 참여하는 드라마투르기 실천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자비에 르 루아(Xavier le Roy), 메테 잉바르첸(Mette Ingvarsten)과 작업한 보야나 스베이지(Bojana Cvejić)는 협력할 때 어떤 문제를 풀어내거나, 좋은 프로덕션을 만들기 위한 협업이 아니라, 실제로 질문과 문제를 만들며 어떤 지식이 생산될 수 있을지 추측하고 유추하고 실험하는 드라마투르그의 역할을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생길 경우 안무가들이 쉽게 드라마투르그에게 답을 요구하거나, 본인이 모르는 유명한 담론이나 안무의 컬러링을 위한 지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드라마투르기의 실천을 통해서 밝혀지지 않은 지식과 작품의 의미를 발굴할 수 있을지 라는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르비아 출신의 무용이론가 보야나 스베이지(출처=academia.edu)
세르비아 출신의 무용이론가 보야나 스베이지(출처=academia.edu)

메그 스튜어트, 마르틴 나흐바르(Martin Nachbar)와 작업한 예룬 피터스(Jeroen Peeters)는 안무가뿐만 아니라 작업의 모든 참여자들이 함께 제안할 수 있는 개념적 풍경(Conceptual Landscape)에 대해 말했습니다. 그는 드라마투르기의 실천을 다른 협업자와 함께할 수 있도록 공유된 공간을 구축할 것을 강조했고, 작업에 참여하는 모든 협업자들이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분위기와 공간을 창조하면서 서로 책임감을 나눠가지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컬래버레이션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안무가가 가진 역할을 견고히 하기보다 모두가 창작을 하는 수행적 주체로서 작업에 대한 똑같은 책임감을 나눠 갖고 관객까지도 창작의 책임을 갖는 확장된 작업의 수행성을 강조한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논의를 들여다보면, 드라마투르기에서는 역시 텍스트보다 실천을 강조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전략은 다르더라도 근원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컬래버레이션입니다. 레페키는 함께 상상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고 스베이지는 공동창작자(Co-creator)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피터스는 책임의 분담(Shared responsibility)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함께하는 모든 창작자, 협업자들이 새로운 용어를 발굴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실천적 전략이 중요한 것입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 댄스와 드라마투르기
지금까지 서양무용사에서 먼저 출현한 드라마투르그의 개념들과 현재 실천들에 대한 개념,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맥락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렸는데요, 이제부터 아시아에서 드라마투르기라는 개념을 수용하고 통과하며 얼마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아시아 드라마투르그 네트워크(Asian Dramaturgs’ Network, ADN)라는 조직인데요, 림 하우 니엔(Lim How Ngean)과 샬렌 라젠드란(Charlene Rajendran)이라는 두 디렉터가 조직한 단체입니다. 2016년 설립되어 채 5년이 되지 않은 신생조직이지만 이에 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전역에 걸친 네트워크 설립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저도 2018년에 이 단체 컨퍼런스에 초대되어 한국의 드라마투르그 활동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그때 드라마투르기라는 주제 하나로 예술의 다양한 담론들, 그리고 아시아성, 아시아에서 발생하고 있는 예술, 그리고 드라마투르기를 둘러싼 다양한 공연, 담론, 시각예술, 큐레이팅, 기획, 연극, 영화 등 아주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양한 예술가를 만나는 기회가 됐습니다. 올해는 코로나의 여파로 취소됐지만 2019년까지 워크숍, 컨퍼런스, 랩(Lab), 심포지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아시아 전역에 있는 예술가들과 함께 만나고 있습니다. 지금 사진을 보시면, 다양한 국가에서 모인 예술가들이 서로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홈페이지 링크를 소개하고 있는데, 들어가서 보시면 실제 컨퍼런스에서 다뤘던 내용을 모두 동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International Forum 2020 Dance Dramaturgs in Production’은 한국에서 진행한 드라마투르그 포럼입니다. 신재민 프로듀서가 기획, 림 하우 니엔과 벨기에 드라마투르그 톰 엥겔(Tom Engels)이 참여하고 한국에서는 저와 국립현대무용단의 곽아람 기획팀장이 함께 참여해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여기서는 각자 활동했던 드라마투르그 실천을 소개했으며, 한국에서는 안무가들뿐만 아니라 드라마투르기에 관심있는 기획자나 학계 사람 등이 참여해서 이틀간의 컨퍼런스와 톰 엥겔이 진행하는 워크숍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실천적 드라마투르기: 이론과 실천, 역할의 경계를 넘는 안무적 잠재성의 공간
드라마투르기는 서양에서 시작된 개념이지만, 이 용어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네트워크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동양과 서양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는 하나의 통로이자 언어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세션을 마무리하면서 선구자적인 드라마투르기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던 미리암 판 임스코트(Myriam Van Imschoot)의 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임스코트는 초기에 벨기에에 드라마투르기 개념을 알리고, 이에 대한 방법론과 관련된 철학들을 많이 발표한 인물입니다. 여기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드라마투르그가 없는 드라마투르기’인데요, 앞서 세 명의 드라마투르그가 강조한 것처럼 실제로 드라마투르그의 포지션, 그러니까 지식을 가지고 있고 텍스트를 작성할 수 있고, 예술가보다 훨씬 아카데믹한 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어떤 권력으로 보여질 수 있는데, 이런 이분법적 구분이 아니라 드라마투르그가 없어도 모든 협업자들이 드라마투르기적 실천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투르기의 기술이라는 것은, 공연 창작에도 있지만 공연이 되고 있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읽기와 이를 통해 실천에 영향을 주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잠재성을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것. 아직 발견되지 않은 지식과 가치, 의미에 초점을 맞추는 역할을 하고 있고, 그리고 앞에서 드라마투르기라는 용어가 작업(work)과 관련되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실제로 노동의 관점에서 함께 무용에 참여하는, 함께 참여하며 창작하는 사람들이 어떤 작업을 하고, 여기서 어떤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지를 강조했습니다.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모두 예술가로서 전문성을 갖고 있죠. 한 리더의 지시를 따르거나, 이에 따라 혹은 자기 역할에서 벗어나지 않고 역할만 충실히 하는 것은 모더니스트 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컨템퍼러리 댄스에서 수평적인 작업의 방식, 함께 생각하는 것, 누구라도 작업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것, 누구라도 개인적인 생각을 수행적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 것에 열려있는 하나의 공간을 드라마투르기적 실천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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