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시네마 ‘제9회 베니스 인 서울’ 상영전
서울아트시네마 ‘제9회 베니스 인 서울’ 상영전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1.02.02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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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깔루조 다섯 자매’ ‘달콤한 인생에 관한 진실’ 등
2월 3-10일, 이탈리아 영화 7편 상영
'제9회 베니스 인 서울' 상영전 (제공=서울아트시네마)
'제9회 베니스 인 서울' 상영전 (사진제공=서울아트시네마)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는 2월 3일(수)-10일(수) 주한이탈리아문화원, 베니스비엔날레재단과 공동 주최로 ‘제9회 베니스 인 서울’ 영화제를 개최한다. 2020년에 열린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주요 상영작들을 서울의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로, 개막작 엠마 단테의 <마깔루조 다섯 자매>를 포함, 클라우디오 노체의 <우리 아버지> <달콤한 인생에 관한 진실> 등 모두 일곱 편의 뛰어난 이탈리아 영화들을 준비했다.

개막작인 <마깔루조 다섯 자매>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함께 한 개인에게 닥친 불행을 긴 시간 동안 섬세한 손길로 위로하는 수작이다. 2020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우리 아버지>는 가족에게 벌어진 일 때문에 혼란을 겪는 순수한 아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이탈리아 사회의 오래된 그림자를 색다른 관점으로 조망하는 작품이다.

신선한 시도가 돋보이는 영화를 만나볼 수 있는 오리존티 섹션에서 상영된 작품들도 준비되어 있다. 오리존티 부문 최고 각본상을 받으며 젊은 이탈리아 영화가 탄생했다는 찬사를 받은 피에트로 카스텔리토 감독의 <포식자들>은 대조적인 두 가족의 모습을 통해 물질주의, 파시즘 등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를 유쾌하고 날카롭게 다룬다. 또한 현재 가장 주목받는 배우인 알바 로르와처가 출연해 눈길을 끄는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개막작 <끈>은 서로를 향한 불신으로 병든 가족의 슬픈 초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는 대담한 전개로 예상 밖의 결론을 향해 가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장르적 분위기가 돋보이는 <아산디라>는 한 가족에게 닥친 비극 속에서 타자를 착취하는 위선자들의 추악한 면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 발레리아 골리노의 연기와 스릴러 장르의 분위기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돌아온 아이>는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려는 주인공의 감정을 밀도 높게 그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페데리코 펠리니의 <달콤한 인생>에 얽힌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그린 <달콤한 인생에 관한 진실>은 자본의 질서와 불화할 수밖에 없는 영화인들의 고군분투를 그리는 한편 당시 이탈리아 영화계의 생생한 목소리를 함께 확인할 수 있어 더욱 뜻깊은 작품이다.

이번 상영전에서 선보이는 일곱 편의 영화는 현재 이탈리아 영화계의 경향과 성취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7명의 감독은 저마다의 관점으로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자세하게 관찰한 뒤, 절망하지 않고 내일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개인적 비극 속에서도, 시대의 아픔 속에서도, 사회의 부조리 속에서도 꿋꿋하게 희망을 모색하는 이번 프로그램들을 보며 관객들도 많은 영감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상영작 목록

마깔루조 다섯 자매 Le sorelle Macaluso / The Macaluso Sisters

2020, 89min, Color, DCP, 15세 관람가
연출, 엠마 단테 Emma Dante
출연, 비올라 푸사테리, 엘레오노라 데 루카, 시모나 말라토, 수사나 피라이노

마리아, 피누차, 리아, 카티아, 안토넬라는 종종 싸우기도 하지만 서로를 아끼는 자매다. 이들은 관상용 비둘기를 키워 돈을 벌면서 부모 없이 자기들끼리 씩씩하게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자매들은 바닷가에 소풍을 갔다가 어떤 사건을 겪고, 이 일은 아이들의 삶에 쉽게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다. 2020년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상영. 파시네티상(이탈리아 영화기자들이 선정하는 상) 작품상, 여우주연상 수상(어린 시절의 자매를 연기한 다섯 명의 배우).

'마깔루조 다섯 자매' 스틸컷(제공=서울아트시네마)
'마깔루조 다섯 자매' 스틸컷(제공=서울아트시네마)

우리 아버지 Padre nostro

2020, 120min, Color, DCP, 15세 관람가
연출, 클라우디오 노체 Claudio Noce
출연, 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 마티아 가라치, 바르바라 론치, 프란체스코 게기

1976년 로마, 상상력이 풍부한 열 살 소년 발레리오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화목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어느 날 아침, 발레리오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비극적 사건을 경험한 뒤 그 사건의 성격도 정확히 모르는 채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70년대 이탈리아의 어두운 정치적, 사회적 분위기를 생생하게 그린 작품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2020년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 상영, 남우주연상 수상(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

'우리 아버지' 스틸컷(제공=서울아트시네마)
'우리 아버지' 스틸컷(제공=서울아트시네마)

포식자들 I Predatori / The Predators

2020, 109min, Color, DCP, 15세 관람가
연출, 피에트로 카스텔리토 Pietro Castellitto
출연, 마시모 포폴리조, 마누엘라 만드라키아, 피에트로 카스텔리토, 조르조 몬타니니

언뜻 대조적으로 보이는 두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이탈리아 사회를 풍자하는 코미디. 파보네 가족과 비스마라 가족은 같은 로마에 살고 있지만 매우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파보네 가족은 소위 ‘지식인’으로서 부유한 삶을 누리고 있고, 노동자 계급인 비스마라 가족은 극우에 가까운 정치적 입장을 갖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계기로 두 가족이 엮이게 되며 이들이 숨기고 있던 각자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배우로 활동해 온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파보네 가족의 아들로도 직접 출연했다. 2020년 베니스영화제 오리존티 부문 상영.

'포식자들' 스틸컷 (제공=서울아트시네마)
'포식자들' 스틸컷 (제공=서울아트시네마)

끈 Lacci / The Ties

2020, 100min, Color, DCP, 15세 관람가
연출, 다니엘레 루케티 Daniele Luchetti
출연, 알바 로르와처, 루이지 로 카스키오, 라우라 모란테, 린다 카리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알도는 반다와 결혼해 두 자녀를 키우며 평범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알도는 어느 날 자신이 다른 여성과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반다에게 숨기지 않고 말한다. 이후 두 사람은 예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 날카로운 긴장은 두 자녀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가운데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태로 이어진다. 2020년 베니스영화제 비경쟁부문 상영. 극 중 리디아를 연기한 린다 카리디는 RB캐스팅어워드(캐스팅 디렉터들이 이탈리아 영화에 출연한 배우에게 수여하는 상)를 받았다.

'끈' 스틸컷(제공=서울아트시네마)
'끈' 스틸컷(제공=서울아트시네마)

아산디라 Assandira

2020, 126min, Color, DCP, 15세 관람가
연출, 살바토레 메레우 Salvatore Mereu
출연, 가비노 레다, 안나 코에니그, 마르코 주카, 코라도 잔네티, 사무엘레 메이

1990년대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아산디라'라는 이름의 작은 리조트가 큰 화재에 휩싸이고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 이 현장에서 사루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기억을 더듬으며 경찰과 함께 범인을 찾으려 한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루는 아들의 제안으로 ‘이국적인’ 느낌을 원하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관광사업을 시작한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2020년 베니스영화제 비경쟁부문 상영. ‘FEDIC Award’(이탈리아 시네클럽 연맹이 선정하는 상) 특별언급.

'아산디라' 스틸컷(제공=서울아트시네마)
'아산디라' 스틸컷(제공=서울아트시네마)

 

돌아온 아이 Lasciami andare / You Came Back

2020, 98min, Color, DCP, 청소년 관람불가
연출, 스테파노 모르디니 Stefano Mordini
출연, 스테파노 아코르시, 발레리아 골리노, 마야 산사, 세레나 로시

마르코는 비극적 사건으로 어린 아들 레오를 떠나보낸다. 이후 아니타와 새로운 가정을 꾸린 마르코는 과거의 아픔을 딛고 희망을 찾으려 하지만 갑자기 마르코 부부 앞에 비밀스러운 분위기의 여인 페를라가 나타난다. 그녀는 자신에게 어떤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말하며 마르코를 혼란에 빠뜨린다. 2020 베니스영화제 비경쟁부문 상영.

'돌아온 아이' 스틸컷(제공=서울아트시네마)
'돌아온 아이' 스틸컷(제공=서울아트시네마)

<달콤한 인생>에 관한 진실 La verità su La Dolce Vita / The Truth about La Dolce Vita

2020, 85min, Color, DCP, 15세 관람가
연출, 주제페 페데르솔리 Giuseppe Pedersoli
출연, 루이지 페트루치, 마리오 세스티, 안드레아 안드레오티

페데리코 펠리니의 대표작 <달콤한 인생>은 펠리니의 작가적 명성에 눈부신 성공을 안겨줬지만, 그 제작 과정에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감독은 주제페 아마토를 포함한 제작자들의 관점에서 <달콤한 인생>이 어떤 험난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당시 이탈리아 영화계의 생생한 모습도 함께 엿볼 수 있다. 배우들의 재연으로 이루어진 드라마와 실제 인물의 인터뷰 등 다큐멘터리 형식이 혼합된 작품. 2020년 베니스영화제 비경쟁부문 상영.

'달콤한 인생에 관한 진실' 스틸컷(제공=서울아트시네마)
'달콤한 인생에 관한 진실' 스틸컷(제공=서울아트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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