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김영희춤연구소(소장 김영희)가 <검무 연구>를 출간했다. 검은 고대부터 인간의 삶에 근접하게 있으면서 여러 가지 역할을 했고, <진주검무>와 같은 아름답고 의미심장한 검무가 전승되고 있다. 이 책은 서문에서 검무의 역사와 의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나라의 검무는 고구려 안악 3호분 벽화, 신라 황창랑 설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춤의 역사에서 가장 깊은 연원을 갖는 춤이다. 검무에 있어서 검은 베다, 절단하다, 지킨다는 의미와 함께 일상과 역사에 무수히 등장했으며, 검무는 이렇게 우리 삶의 흔적과 무늬들을, 우리 춤의 인문(人文)을 품고 있는 춤이다.”
김영희춤연구소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검무전(劍舞展) 시리즈' Ⅰ~Ⅳ 공연을 기획했고, 2014년에는 제17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댄스)에서 ‘2014검무전’이라는 타이틀로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이틀간 전통춤과 창작춤 등 15개의 검무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전체 33종의 검무를 ‘검무전’ 시리즈에서 선보이며 전통춤계에 반향을 일으켰고, 이를 계기로 전통춤 무대에서 검무 공연이 꾸준히 증가했다.
더불어 2015년부터 검무를 학문적으로 조명하고자 김영희춤연구소 주최로 3회의 검무심포지움을 개최했다. 1회 ‘검무의 역사와 미의식’(2015), 2회 ‘검무의 부흥과 다양성’(2017), 3회에 ‘검무의 격정’(2019)이라는 주제를 설정했고, 무용, 음악, 미술, 무예, 한문학, 의례, 민속, 역사, 철학 등의 분야에서 검무 관련 연구들이 발표되었다. 이 연구성과들을 중심으로 만든 책이 이번에 출간된 <검무 연구>다.
책은 4부로 구성됐으며 모두 15편의 논문과 2편의 검무 심포지움 후기가 수록됐다. 1부 사(史)에는 무용사, 미술사, 무예사의 측면에서 검무의 역사를 살펴보았다. 미술사학자인 이태호 명지대 명예교수는 한국 검무의 발생 배경과 조선 후기 풍속화·기록화에 담긴 여성 쌍검무의 특징을 미술사 속에서 분석했고, 박선식(한국인문과학예술교육원) 원장은 고대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검무와 관련한 무예사의 맥락을 정리했다.
2부 류(類)는 한국 춤의 역사에 등장한 검무 중에 황창무, 정대업지무, 궁중검무, 항장무, 용담검무, 북한의 칼춤을 세세히 조명했다. 이종숙(한국전통악무연구소) 소장은 신라의 황창랑이 추었던 황창무가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쳐 연행된 양상을 조명했고, 조경아(한예종 무용원 강사) 연구자는 궁중에서 검무로 추어진 검기무, 공막무, 첨수무에 대해 의궤와 홀기 등을 면밀히 검토했다. 또 최승희 춤과 북한춤 전문 연구자인 김채원 춤비교문화연구소장은 북한의 칼춤과 최승희의 검무가 북한의 칼춤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고 변화되었는지를 분석했다. 또 조선말 동학의 수련과 민중봉기 과정에서 추어진 용담검무도 조명했다.
3부 련(聯)에서는 검무와 깊은 관련이 있는 음악, 복식, 무예의 측면들을 설명했다. 경상대 무용과 임수정 교수는 각 지역 기녀 검무의 음악에 대해 그 차별성을 밝히고, 소실된 검무 음악의 복원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고, 허인욱 한남대 사학과 교수는 조선 후기의 칼춤 그림과 <무예도보통지>의 '쌍검' 동작을 비교하면서 검무의 무예적 특징을 분석했다.
4부 상사(想思)는 검무의 심미적, 철학적 측면이나 구조를 분석한 논문을 실었다. 조혁상 한국외국어대 외래교수는 조선후기 검무 관련 시문에서 비장미(悲壯美), 검술형상(劍術形狀), 자색(姿色)을 논했고, 최성애 춘천교대 강사는 검무의 핵심 개념인 협(俠)에 대해 그 역사적, 철학적 배경을 설명했다. 또 김영희춤연구소의 김영희 소장은 검무의 구조를 조선후기 검무시 기록과 현행 검무음악의 전개과정 속에서 분석, 검무에서 롱검(弄劍)과 집검(執劍), 교전(交戰)과 검무의 종조리를 분석했다.
검무는 기녀 검무, 무예 검무, 의례에서 춘 검무, 놀이나 연희로 춘 검무, 무속에서 춘 검무, 신무용 계열에서 춘 검무 등 다양하다. 이 검무들을 각 종목별로 연구한 사례들이 있지만, 이번에 출간된 <검무 연구>는 검무 전반을 대상으로 역사적 관점, 인문학적 관점에서, 또한 관련 학문 분야와 연관지어 검무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검무의 연구에 있어서 그 범주와 접근 방식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으며, 앞으로 검무의 연구나 연행에 있어서 두루 참고할 만한 역서(力書)라고 하겠다. 보고사 간행, 535쪽, 정가 3만6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