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바람 - 일본 영화의 현재’ 상영전
‘새로운 바람 - 일본 영화의 현재’ 상영전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1.03.04 1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국제교류기금&서울문화센터 주관
서울아트시네마, 신작 및 미소개작 14편
ad
서울아트시네마 ‘새로운 바람 - 일본 영화의 현재’ 상영전(제공=서울아트시네마)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3일(수)-21일(일)까지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와 함께 일본 영화 신작들을 소개하는 ‘새로운 바람 - 일본 영화의 현재’를 개최한다. 주목할 만한 일본 영화 총 14편을 소개하는 이번 특별전에서는 구로사와 기요시, 아오야마 신지, 스와 노부히로, 후카다 고지, 미야케 쇼, 소다 가즈히로 등 영화팬들에게 사랑 받는 감독들은 물론 오다 가오리, 고모리 하루카, 스즈키 다쿠지, 아라키 신지 등 아직은 조금 낯선 감독들의 신작들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준비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들 대부분은 특별한 성취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개봉될 기회가 없었고, 일부 작품은 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되긴 했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소수의 관객에게만 접근이 허용되었다. 극장에서 신작과 만날 기회가 적은 최근 상황에서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는 최근 몇 년간 일본 영화의 새로운 흐름과 경향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이번 특별전을 기획했다.

이번 ‘새로운 바람 - 일본 영화의 현재’ 상영작들에서 뚜렷하게 감지되는 특징 중 하나는 단순한 일상의 표면에 밀착하는 연출과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영화적 사건들이다. <와일드 투어>(미야케 쇼), <란덴>(스즈키 다쿠지)과 같은 작품들은 비일상적 사건의 발생 같은 예외적 사건을 소재로 택하지 않는다. 단지 평범한 사람들의 느슨한 시간을 그리며, 그 안에서 어떤 풍경이 반복되는지, 또는 주인공의 내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자세히 관찰하는 쪽을 택한다. 마찬가지로 <누군가 노래한다>(이구치 나미)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 때, <옆얼굴>(후카다 고지)에서 주인공의 얼굴에 지독하게 외로운 표정이 떠오를 때 우리는 현실을 관찰하는 카메라의 역량에 대해 다시 한 번 질문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들이 현실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짐짓 객관적인 관찰자의 태도를 유지하지는 않는다. <누군가 노래한다>, <무언일기 2018>(미야케 쇼)처럼 소박한 일상을 그린 드라마는 카메라의 시선과 프레임을 통해 무엇이 소중하고 무엇이 상대적으로 덜 소중한지 자신만의 가치 체계를 분명히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광산>(오다 가오리), <하늘에 귀 기울여>(고모리 하루카)나 <정신: 제로>(소다 가즈히로) 같은 다큐멘터리는 주인공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자세를 취하면서도 그들에게 신뢰와 응원을 보내는 태도를 뚜렷이 보여주며, 이를 통해 현실 앞에 선 자신의 태도와 결단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특히 국내에 소개될 기회가 없었던 오다 가오리와 고모리 하루카의 다큐멘터리에 더욱 관객들의 특별한 관심이 주목된다.

한편 구로사와 기요시의 <스파이의 아내>, 아라키 신지의 <인원 수의 마을>처럼 장르적 소재를 기반으로 흥미로운 상상력을 보여주는 작품도 독특한 재미와 영화적 질문을 안겨준다. 로드무비의 형식을 빌린 기요시의 기묘한 세계 <지구의 끝까지>나 3.11에 대한 스와 노부히로의 깊은 고민을 독특한 소재로 풀어낸 <바람의 목소리>, 멜로드라마의 감성을 숨기지 않는 아오야마 신지의 <구름 위에 살다> 같은 작품도 마찬가지다. 영화팬들에게 거장들의 신작 상영 소식은 봄날의 큰 선물 같은 프로그램이 될 예정이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이번 “새로운 바람 - 일본 영화의 현재” 특별전에서 영상을 통해서라도 작가와 관객이 만날 기회를 준비했다. 아울러 평론가들이 참여한 영화 상영 후 시네토크 또한 준비돼 있다. 관람료는 일반 8,000원이다.

■ 상영작 목록

광산 鉱 / Aragane
2015, 68min, , 일본,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Color, DCP, 15세 관람가
연출, 오다 가오리 小田 香 / Oda Kaori

보스니아의 사라예보, 이곳에는 1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진 탄광이 있다.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지하 300m 아래에 있는 탄광을 찾아 광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가까운 곳에서 기록한다. 거대한 바위와 기계, 그리고 노동자들의 이미지는 어둠 속에서도 뚜렷한 운동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주로 자전적 소재로 작업을 해온 감독이 세계와의 관계 맺음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며 연출한 다큐멘터리.

'광산 鉱' 스틸것(제공=서울아트시네마)
'광산 鉱' 스틸것(제공=서울아트시네마)

다정함을 향해 あの優しさへ / Toward a Common Tenderness
2017, 63min, 일본, Color, DCP, 15세 관람가연출 : 오다 가오리 小田 香 / Oda Kaori
출연 : 오다 가오리

일본과 보스니아의 영화학교를 오가며 <소음이 말한다(ノイズが言うには)>(2010), <호응(呼応)>(2014) 등 다큐멘터리와 실험 영화를 여러 편 연출한 오다 가오리는 각 작품을 만들던 시기의 내밀한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에게 카메라와 영화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질문한다. 일상의 풍경과 전작들의 이미지가 느리게 이어지는 동안 감독은 조심스러우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자신만의 답을 찾으려 한다.

하늘에 귀 기울여 空に聞く / Listening to the Air
2018, 74min, 일본, Color, DCP, 15세 관람가
연출 : 고모리 하루카 小森 はるか / Komori Haruka
출연 : 아베 히로미, 무라카미 토라지, 무라카미 히데코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시에 살고 있는 아베 씨는 2011년부터 작은 규모의 동네 라디오 방송을 진행 중이다. 그녀는 마을의 크고 작은 소식을 전하는 한편 노인들을 찾아가 그들의 옛 기억을 기록하기도 하고, 마을 현안에 관한 토론 방송을 기획하기도 한다. 아베 씨가 이렇게 라디오 방송에 진지한 마음으로 임하는 건 쓰나미 이후 마을에 닥친 변화 때문이기도 하다.

'옆얼굴 よこがお / A Girl Missing
2019, 111min, 일본, 프랑스, Color, DCP, 15세 관람가
연출 : 후카다 고지 深田晃司 / Fukada Kôji
출연 : 쓰쓰이 마리코, 이치카와 미카코, 이케마쓰 소스케

중년의 여성 이치코는 노인을 간병하는 방문 간호사다. 현재 혼자 살고 있는 그녀는 이웃들과 친한 관계를 유지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는 외로움을 느끼며 이웃집에 사는 헤어 디자이너 요네다를 몰래 훔쳐본다. 그러던 어느 날, 이치코와 가깝게 지내던 한 소녀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2019년 로카르노영화제 경쟁부문 상영.

'옆얼굴 よこがお ' 스틸컷 (c)2019 YOKOGAO FILM PARTNER & COMME DES CINEMAS
'옆얼굴 よこがお ' 스틸컷 (c)2019 YOKOGAO FILM PARTNER & COMME DES CINEMAS

와일드 투어 ワイルドツアー / Wild Tour
2019, 67min, 일본, Color, DCP, 15세 관람가
연출 : 미야케 쇼 三宅 唱 / Miyake Sho
출연 : 이토 호노카, 야스미츠 류타로, 구리바야시 오스케

야마구치의 한 연구실, 이곳에서는 야마구치 지역의 생태를 연구하는 워크샵이 진행 중이다. 워크샵에 참석 중인 열아홉 살 우메는 식물 샘플을 수집하기 위해 친구인 다케, 슌을 데리고 ‘와일드 투어’를 떠난다. 짧은 여행이 이어지는 동안 세 사람은 동네를 더 잘 알게 되고, 서로 더 가까워진다. 저예산의 프로덕션과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맞물려 독특한 생동감을 만들어내는 작품.

무언일기 2018 無言日記2018 / Diary Without Words 2018
2018, 59min, 일본, Color, Digital, 15세 관람가
연출 : 미야케 쇼 三宅 唱 / Miyake Sho

미야케 쇼 감독은 <와일드 투어>의 주인공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핸드폰 카메라 등으로 기록한다. 사람으로 가득한 도시의 일상과 자연의 탁 트인 풍경이 번갈아 등장하는 가운데 관객은 감독의 사적인 기억과 시선을 공유하게 된다. 2014년부터 시작된 미야케 쇼의 ‘무언일기 프로젝트’는 현재까지 매년 이어지고 있으며, <무언일기 2018>에는 <와일드 투어>의 제작 모습이 일부 담겨 있다.

* <무언일기 2018>은 <누군가 노래한다>와 함께 상영합니다.

'무언일기 2018 無言日記2018' 스틸컷 (제공=서울아트시네마)
'무언일기 2018 無言日記2018' 스틸컷 (제공=서울아트시네마)

누군가 노래한다 だれかが歌ってる / Someone to Sing over Me
2019, 30min, 일본, Color, DCP, 15세 관람가
연출 : 이구치 나미 井口奈己 / Iguchi Nami
출연 : 모리오카 미호, 가와이 유사쿠, 아키야 유타

성탄절 즈음의 어느 작은 마을, 이곳에 살고 있는 여러 인물들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기차를 기다리는 등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동안 누군가 노래를 흥얼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누가 노래를 부르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다. 느슨한 일상의 분위기와 그 안에 깃든 여러 감정들이 작은 노래 소리처럼 조용히 흐르는 작품.

* <누군가 노래한다>는 <무언일기 2018>과 함께 상영합니다.

란덴 嵐電 / Randen: The Comings and Goings on a Kyoto Tram
2019, 114min, 일본, Color, DCP, 15세 관람가
연출 : 스즈키 다쿠지 鈴木卓爾 / Suzuki Takuji
출연 : 이우라 아라타, 아베 사토코, 오니시 아야카

‘란덴’이라 불리는 작은 전차가 운행 중인 교토의 작은 동네. 기차에 관한 글을 쓰는 에이세이는 직접 마을을 찾아 란덴에 관한 이야기들을 취재한다. 한편 식당 점원 가코는 영화 촬영장에 도시락 배달을 갔다가 우연히 주연 배우 요시다의 사투리 지도를 맡기로 한다. 그리고 교토로 여행을 온 여고생 난텐은 매일 란덴을 카메라로 찍는 한 소년에게 관심을 갖는다. 란덴과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인 동시에 마을의 생생한 풍경이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주인공인 영화.

'란덴 嵐電' 스틸것 (제공=서울아트시네마)
'란덴 嵐電' 스틸것 (제공=서울아트시네마)

지구의 끝까지 旅のおわり世界のはじまり / To the Ends of the Earth
2019, 120min, 일본, 우즈베키스탄, 카타르, Color, DCP, 15세 관람가
연출 : 구로사와 기요시 黒沢 清 / Kurosawa Kiyoshi
출연 : 마에다 아쓰코, 소메타니 쇼타, 가세 료

리포터인 요코는 현재 촬영팀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에서 방송용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중이다. 호수에서 생선 잡기, 전통 음식 먹기 등 카메라 앞에서 억지 웃음을 지으며 정해진 일정을 기계적으로 소화하던 요코는 점차 지쳐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결국 요코는 계획에 없던 행동을 조금씩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마주하며 이상한 시간을 통과한다.

스파이의 아내 スパイの妻 / Wife of a Spy
2020, 114min, 일본, Color, DCP, 15세 관람가
연출 : 구로사와 기요시 黒沢 清 / Kurosawa Kiyoshi
출연 : 아오이 유우, 다카하시 잇세이, 히가시데 마사히로

아시아에 전운이 감돌던 1940년, 무역상 유사쿠는 사업차 만주국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참상을 목격한 유사쿠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직접 나서고, 유사쿠의 이러한 위험한 행동은 일본에 살고 있는 아내 사토코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NHK TV 드라마를 영화로 다시 만든 작품으로 2020년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v
'스파이의 아내 スパイの妻' 스틸컷 (제공=서울아트시네마)

'구름 위에 살다 空に住む/ Living in the Sky
2020, 118min, 일본, Color, DCP, 15세 관람가
연출 : 아오야마 신지 青山真治 / Aoyama Shinji
출연 : 다베 미카코, 이와타 다카노리, 미무라 리에

작은 마을에서 출판사에 근무하며 평범하게 살던 나오미는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삼촌의 고급 고층 아파트로 거처를 옮긴다. 땅보다 하늘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39층의 고립된 장소에서 더욱 큰 외로움을 느끼던 나오미는 우연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유명 배우 모리노리와 만나 가까워진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구름 위에 살다 空に住む' 스틸컷 (제공=서울아트시네마)
'구름 위에 살다 空に住む' 스틸컷 (제공=서울아트시네마)

바람의 목소리 風の電話 / Voices in the Wind
2020, 139min, 일본, Color, DCP, 15세 관람가
연출 : 스와 노부히로 諏訪敦彦 / Suwa Nobuhiro
출연 : 이케즈 쇼코, 미우라 도모카즈, 니시지마 히데토시

3.11 동일본 대지진으로 가족과 삶의 터전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고등학생 하루는 히로시마에 새로운 거처를 찾는다. 그 후로도 상실감으로 힘들어하던 하루는 죽은 사람과 통화할 수 있는 공중전화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곳을 찾아 떠난다. 이 여행길에서 하루는 또 다른 상처를 지닌 다양한 사람들과 만난다.

정신: 제로 精神 0 / Zero
2020, 128min, 일본, Color, DCP, 15세 관람가
연출 : 소다 가즈히로 想田和弘 / Soda Kazuhiro
출연 : 야마모토 마사토모, 야마모토 요시코

2008년, 소다 가즈히로 감독은 정신질환과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정신>을 연출했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뒤 <정신: 제로>를 통해 같은 테마를 다시 한 번 고민한다. 평생을 정신질환 치료와 연구에 바친 의사 마사토모는 80살이 넘어 자신의 은퇴와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기 곁의 환자들과 아내 요시코를 돌본다.

인원 수의 마을 人数の町 / The Town of Headcounts
2020, 111min, 일본, Color, DCP, 15세 관람가
연출 : 아라키 신지 荒木伸二 / Araki Shinji
출연 : 나카무라 도모야, 이시바시 시즈카, 다치바나 에리

심각한 빚 독촉에 쫓기던 아오야마는 어떤 남자의 우연한 제안을 받고 낯선 장소로 향한다. ‘시설’ 같기도 하고 ‘마을’ 같기도 한 이 장소에 들어온 사람은 어떤 임무를 수행하며 편하고 안락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어리둥절한 아오야마는 이곳의 질서에 적응하려 하는 동시에 공동체의 비밀을 밝혀내려 한다. 독특한 상상력과 장르적 전개가 흥미로운 작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