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 2021년 첫 공연 <빨래>
국립현대무용단 2021년 첫 공연 <빨래>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1.03.04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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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 단장의 대표 레퍼토리
"여성들의 삶에 대한 에너지 드러내고파"
국립현대무용단 '빨래' 공연(제공=국립현대무용단)
국립현대무용단 <빨래> 포스터(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국립현대무용단(단장 겸 예술감독 남정호)이 2021년 첫 공연으로 3월 19(금)-21일(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빨래>를 공연한다. 금요일 오후 7시 30분, 토/일요일 오후 3시, 6시.

남정호 단장의 대표작인 <빨래>는 안무가 고유의 시각으로 노동과 연대감, 그리고 공동체 의식을 깊게 조명하는 작품이다. 1993년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개관기념 공연으로 초청된 후 프랑스와 러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선보이며 “다양한 의미를 지닌 장면 배치는 평범한 빨래의 과정을 고결한 장면으로 승화시켰다”(러시아 Kommersant Daily)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무더운 한여름 밤, 잠 못 이루는 여인들이 함께 모여 빨래를 한다. 노동은 어느 순간 놀이의 모습과 겹쳐지며, 씻어내고 말리는 행위는 정화의 의식으로 이어진다. 국립현대무용단의 2021년 첫 프로그램으로 다시 만나는 <빨래>는 유연하며 강한 힘을 가진 개성적인 무용수들과 함께 새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지난 2월 23일 티켓판매 시작 3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공연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최근 현대무용계에서 주목받는 여성 무용수 5명이 무대에 오른다. 구은혜, 박유라, 이소영, 정서윤, 홍지현. 각자 독립적인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이들은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나이의 무용수들로, <빨래> 속 다양한 인물을 드러낸다.

또한 이번 <빨래>에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존재 ‘미얄할미’가 등장한다. 비극적인 삶과 해학이 공존하는 캐릭터인 미얄할미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극중 여성들의 조상이자 그 자신을 담아낸다. 탈춤꾼 박인선(국가무형문화재 제34호 강령탈춤 이수자)이 미얄할미로 등장해 작품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공연과 연계한 온라인 워크숍도 열린다. 조안무이자 출연 무용수인 이소영이 진행하는 온라인 워크숍 ‘춤추는 감각으로 살아가기’가 3월 4일(목) 줌(Zoom)으로 진행돼 삶과 춤이 만나는 지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안무가가 이야기하는 나의 작품 <빨래>
“이 작품을 하는 과정에서 나의 여자 조상들-고조할머니, 증조할머니, 엄마, 고모- 그리고 동무들을 만나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이들은 함께 작업하는 무용수들을 통하여 모습을 드러내고 스스로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만 아니라 나의 이야기도 들어준다. (중략) 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은 나에게 삶의 신비에 대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아직도 가보지 않은 길을 발견하는 재미를 준다.” (예술감독 남정호, ‘안무가의 글’에서)

평론가가 이야기하는 남정호의 대표작 <빨래>
- ‘빨래’ 하면 처음 떠오르는 것이 노동이지만 남정호가 묘사하는 빨래는 별이 떠있는 밤 잠 못 이루는 여인들이 자신들의 꿈과 권태, 그리고 욕망을 달래주는 소일거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희에 가깝다. 따라서 지칠 줄 모르게 오락가락하는 춤으로 묘사되는 목욕과 빨래는 때로는 ‘정화’ 혹은 다른 경우에는 ‘놀이’의 의미를 갖는다. (무용평론가 김채현)

- 처녀들이 머리에 이고 나오는 빨래통은 빨래를 널고 나면 북이 된다. 그들은 북을 치기도 하고, 북 위에서 춤추기도 한다. 다섯 개의 북은 처녀들이 건너는 징검다리 구실도 한다. 어떤 처녀는 북 속에 머리를 틀어박고 두 다리를 공중으로 뻗친다. (시인, 무용평론가 故 김영태)

- 부드러운 동작을 통해서 이야기된 다섯 개의 삶, 다섯 개의 이야기, 영혼을 침묵시키는 소리, 깨어난 꿈, 자신의 불행과 기쁨을 세탁하고 있는 다섯 명의 여인들은 자유를 향한 날개 같은 희고 섬세하며 부드러운 옷을 입고 무대를 날아 다녔다. 평화와 멜랑콜리가 만연한 공간에서 자기 영혼의 옷을 벗는 이야기가 다섯 명의 젊은 여자 무용수들의 동작에서 느껴졌다. (멕시코 무용평론가 후안 마누엘 루엘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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