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공연계, 젠더 불평등 여전
유럽 공연계, 젠더 불평등 여전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1.03.05 2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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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세계여성의 날 맞아 연구결과 발표
작가, 연출 등 요직은 대부분 남성
여성은 의상, 분장에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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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리에주 극장(Théâtre de Liège) (사진=visitezliege.be)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유럽 극장들에서는 여전히 남성이 여성보다 숫자도 많고 핵심 지위도 더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극장협의회(European Theatre Convention, ETC)는 최근 발표한 연구논문 <유럽 극장들의 젠더 평등과 다양성 문제 Gender Equality and Diversity in European Theatres>에서 남성은 여성 4회당 6회 꼴로 이름이 언급되고 있으며 작가, 연출, 기술진 등 주요 지위를 여성보다 더 많이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여성들의 역할은 70% 이상이 의상과 머리분장(hairdressing) 등이라고 밝혔다.

ETC의 의뢰를 받아 벨기에 루뱅대학이 수행한 이 연구는 여성 연출가, 작가들이 창작팀의 다양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는 유럽의 많은 극장들이 코로나19로 폐쇄된 가운데 연극 및 공공문화 분야에서 보다 포용력있는 미래를 구상하기 위한 필요에서 수행됐으며, 유럽 22개국 4천명 이상의 공연계 종사자와 650개 작품 1만1천500명 이상의 공연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여성들은 남성보다 근로계약 확보가 적으며 조직내 고위직에도 남성보다 숫자가 적다.

2) ETC 소속 극장의 스태프들 중 소수자(여성, 유색인종, 성적 소수자, 장애인 등)가 차지하는 비중은 주목할 만큼 낮았다.

3) 작품 프로그래밍에서도 남성이 여성보다 많이 눈에 띄며 작가, 감독, 기술진 등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여성들의 역할은 70% 이상이 의상 및 머리분장 부문이다.

4) 남성 작가 및 감독들이 더 많지만 여성 작가 및 감독들의 작품은 남성들의 작품에 비해 젠더 평등적 성향을 뚜렷이 나타낸다.

5) 무대 등장인물의 43%가 여성이며 남성은 57%이다.

이번 연구는 유럽 무대예술 스태프들의 다양성에 대한 최초의 연구·분석으로 여겨진다. ETC 소속 극장들의 자발적인 자체분석으로 이루어졌으며 공연부문에 만연한 젠더 불평등 및 다양성 결핍의 실상을 밝히고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시도됐다.

ETC 집행이사인 하이디 와일리(Heidi Wiley)는 “이 연구는 정책결정 과정에 여성의 참여가 높을 수록 창작팀의 다양성도 증가하며 예술적 선택과 무대에서의 관점을 다양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줬다”면서 “극장들이 더 많은 여성 리더들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목표와 구체적 실행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줬다. 최근 영화에서의 ‘F-rating’(여성공헌도 평가)과 유사한 것을 공연계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TC 집행이사 하이디 와일리 (사진=europeantheatre.eu)
ETC 집행이사 하이디 와일리 (사진=europeantheatre.eu)

ETC 의장인 세르주 랑고니(Serge Rangoni) 벨기에 리에주극장 예술감독은 “우리의 현 상황, 우리가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을 솔직하게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라며 연구에 참여해 자신들의 정보를 제공해 준 ETC 회원 극장들에게 감사와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우리는 이 연구가 다른 이들에게도 자가진단의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https://www.europeantheatre.eu/
유럽극장협의회(ETC) (사진=europeantheatre.eu)

ETC는 유럽 25개국의 주요 극장 42개의 네트워크로, 알바니아 국립극장, 룩셈부르크 시립극장, 독일 베를린 도이체스 테아터, 체코 국립극장 등 주요 공연장들이 가입해 있다. 이번 연구 내용은 유럽 공연예술계의 기회평등과 예술표현의 다양성 제고를 위한 5개 행동강령 채택을 거쳐 세계여성의날(3월 8일)에 맞춰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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