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과 조화의 아름다움 추구” - 양인모 <현의 유전학> 발매
“균형과 조화의 아름다움 추구” - 양인모 <현의 유전학> 발매
  • 이시우 기자
  • 승인 2021.03.12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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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이틀 앞서 기자간담회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기자간담회(사진=크레디아)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기자간담회(사진=크레디아)

[더프리뷰=서울] 이시우 기자 =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의 도이치 그라모폰 2집 앨범 <현의 유전학>이 최근 발매됐다.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뒤 냈던 1집 <파가니니: 24개의 카프리스>가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자로서의 선언 같은 앨범이라면 이번 2집에서는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과 방향을 녹여냈다.

양인모는 3월 9일 오전 신사동의 복합문화공간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니콜라 마테이스 주니어의 <환상곡 a단조>와 라벨의 <치간느>를 연주하면서 “<현의 유전학>은 균형과 조화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찾고 보존하고 되살리려는 하나의 시도”라고 말했다. 오드포트는 라이브 공연과 전시가 열리고,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오디오 제품들이 집결된 오디오 편집숍이다.

양인모의 신보 '현의 유전학' (사진=크레디아)
양인모의 신보 '현의 유전학' (사진=크레디아)

“현의 역사는 곧 고조되는 긴장감의 역사”라는 양인모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오래전 노래와 불이 있었다고 말한다. 이번 앨범에서 그는 ‘바이올린이라 불리는 나무상자’에서 소리를 내는 말털 도구의 조상격인 활비비로 인간이 처음 불을 피웠던 그 순간의 경이로움을 재현한다.

그는 “현과 불은 밀접한 관계”라며 “활비비라는 도구, 마찰력, 이런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첫 곡은 중세시대 여성 작곡가이자 예언자였던 힐데가르트 폰 빙엔의 시와 음악으로 시작한다. 원곡에는 바이올린 파트가 없지만, 양인모가 기존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바이올린 파트를 만들어 새롭게 창작했다.

다음 곡에서는 이탈리아 태생인 니콜라 마티아스의 환상곡 a단조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A=415Hz에 조율해 바로크 시대 바이올린 거장들의 매혹적인 환상의 세계를 표현한다. <라 폴리아>는 시대와 기원을 알 수 없는 화성의 진행을 보여준다. 이 곡은 18세기의 수많은 작곡가들에게 영감이 되었으며 그중 대표적인 곡이 당대의 비르투오시티(Virtuosity)를 정립한 아르칸젤로 코렐리의 12곡 소나타이다.

러시아 작곡가 로디온 셰드린은 2005년에 곡을 쓸 때 <집시 멜로디>의 아찔한 소용돌이를 표현하기 위해 바이올린을 한 노치 옮겨 표준 피치인 A=440Hz로 조율했고, 양인모는 현을 부드러운 실버 와운드 거트현에서 쨍한 스틸 현으로 교체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요한 할보르센이 낭만주의 시대에 맞게 해석한 <헨델 주제에 의한 파사칼리아>는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여덟 현이 장밋빛 광채를 낸다. 양인모는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함께할 때 모든 것이 풍성해져 피아노의 페달이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올라에는 리처드 용재 오닐이 참여했다.

기자간담회 연주 모습(사진=크레디아)
기자간담회 연주 모습(사진=크레디아)

또 다른 시간여행 곡은 피아졸라의 <탱고의 역사>다. 4악장으로 구성된 음악은 청중을 탱고가 탄생한 아프리카계와 유럽계 이민자들에게로 인도한다. 양인모는 “전혀 다른 두 현악기가 함께 연주하면 피아노로 들을 수 없는 색채와 질감이 만들어진다”면서 현의 메탈릭한 면모와 피아졸라 기타의 타악기적 요소를 통해 소리가 얼마나 자극적이고 탄탄하게 변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양인모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연주를 마쳤을 때 관객의 박수 대신 카메라가 있는 것을 보며 ‘나는 누굴 위해 연주하는가’와 같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새로운 플랫폼들을 통해 청중들과 소통하며 한국의 청중이 클래식을 원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청중과 예술가가 동시에 원하는 예술을 할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고 한다. 또한 이번 앨범에 대해서는 “우리에 대한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사람들과 그들이 살았던 환경, 비록 수 세기 전에 완성된 음악이지만 멀리 있지 않은 그곳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소리는 사라지기 때문에 우리는 그 소리를 거듭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양인모는 3월 13일(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데뷔 리사이틀을 펼친다(더프리뷰 2월 26일자 참조). 관객들에게 좋은 연주 그 이상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연주자가 직접 고심해서 선정한 프로그램으로 그간 더욱 깊고 단단해진 음악 세계를 보여줄 예정이다.

1부에서는 이번 음반 작업에도 참여한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종호와 함께 파가니니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소나타 1번>과 피아졸라 <탱고의 역사>를 선보이며, 뉴잉글랜드 음악원 시절부터 양인모의 오랜 친구이자 음악 파트너로 호흡을 맞춰 온 피아니스트 홍사헌과 라벨의 <치간느>를 연주한다. 2부 프로그램은 이자이 <솔로 바이올린 소나타>와 슈트라우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곡으로 구성, 정공법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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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간담회 연주 모습(사진=크레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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