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지된 점프
[칼럼] 정지된 점프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1.03.1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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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지속 : 신체의 풍경 속에 현실은 어떻게 표현되는가

English Text Below
'Shivering' (c)Ok Sang Hoon
<#shivering> - Andrea K. Schlehwein (c)Ok Sang Hoon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다음은 독일 출신의 안무가/연출가인 안드레아 슐레바인(Andrea K. Schlehwein)이 더프리뷰에 보내온 기고문이다. 슐레바인은 루신다 차일즈, 에마누엘 가트, 기 나데르 등 몇몇 안무가들의 예를 통해 우리의 현실이 어떻게 현대적인 몸의 풍경을 통해 나타나는지에 대해 설명하며, 무용이란 살아있는 생생한 순간들의 지속임을 말하고 있다.

정지된 점프
순간의 지속 : 신체의 풍경 속에 현실은 어떻게 표현되는가

예술이란 새로운 사고의 모델을 시험해 보고, 경계를 넘어서며,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를 체험하며 유토피아나 환상의 세계가 탄생하는 유일한 공간이다. 이는 바로 예술 속에서, 예술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한데 연결해 주는 우리의 테제이다.

모든 예술중 일회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단연 무용이다. 무용은 인간의 깊은 감각을 정서적, 정신적으로 어루만지며 가장 높고도 먼 곳으로 도약한다. 무용은 찰나의 순간을 확장시켜 뻗어나가며 현재와 과거, 미래를 한 번의 피루엣으로 연결한다. 현대무용의 알고리듬은 우리 시대의 사유문법으로 작동하며, '나'에서 '내게'로, '내게'서 '네게'로 그리고 '너희에게'로, 나아가 '우리에게'로 포물선을 그리며 뻗어간다. 정보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하나의 자극에서 다른 자극으로 전달된다. 그러면서 움직임이 생겨나고, 서로 공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양극단을 동시에 보여주는 주파수가 생겨난다. 3차원 공간의 형상들은 모래 위에 새겨진 흔적처럼 떠오르며 복잡한 현재를 체현하고 우리들 지각의 섬세한 경험들을 무대라는 내부 공간에서 사회라는 외부로 전달하고 또 다시 돌려받는다.

오늘날 무용창작의 힘은 현재 환경에 대한 형태적 성찰에서 비롯되며 이는 우리 사회의 쟁점들을 신체의 실험적 짜임새로 다루는 것을 의미한다. 다양한 안무 파라미터를 바탕으로 춤작품이 만들어지며 그 구조체들은 현실을 변모시킨다. 문법과 의미의 소멸은 복잡한 현실을 다양한 픽셀을 통해 바라볼 수 있게 해 주며 눈에 드러난 현실의 이미지를 생생하게 그려준다. 무대 무용은 신체 움직임에 대한 감응(kinaesthetic sensation)을 통해 청중에게 말을 거는 예술이며, 공간 속에 신체의 건축물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려낸다.

오늘날의 무용은 모든 수단을 활용해 빠르게 창작된다. 이는 무용의 발전과정과 신체에 대한 지식이 제공해 주는 많은 것들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예술인 무용은 호기심 어린 관객의 눈과 감각을 열어주며 그들을 미지의 영역으로 초대한다.

높은 기술과 고도의 집중력을 지닌 사람만이 루신다 차일즈(Lucinda Childs)의 시간을 초월한 안무를 출 수 있다. 포스트모던 댄스의 주인공인 그녀는 추상적 미니멀리즘의 세계를 구축한다. 그녀의 춤동작 시퀀스는 반복, 전환, 바리에이션을 통해 이루어지며 리듬 중심의 음악을 기본으로 해서 작동한다. 그녀의 작품은 다이내믹, 공간방향, 동작의 주제 등이 갑자기 달라지기 때문에 무용수들에게는 높은 집중력이 요구되는데 이들을 이끌어 주는 것은 리듬과 그 변화를 따라가는 내면의, 상상 속의 스코어이다. 모든 공연자들의 동기화가 제대로 이루어지면 춤 속의 어떤 낯선 순간이 미묘하게 변화하며 황홀한 매력을 뿜어낸다.

'INTER FACE' - Andrea K. Schlehwein (c)Ok Sang Hoon
<INTER FACE> - Andrea K. Schlehwein (c)Ok Sang Hoon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무용에 요구되는 것은 복합적인 것들이다. 콘셉트를 현대적으로 구현하는 것, 그리고 경계를 넘나드는 미학과 이를 다양한 시그니처로 표현해 내는 것이 중요한 일이며 이는 국가적 관련성이나 장르 구분같은 것보다 우선하는 것이다.

안무가의 일은 '단지' 미학적 방향을 설정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안무가 마르틴 슐래퍼(Martin Schläpfer)가 한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분열보다는 통합된 다수가 살아야 하는 사회 속에 있으며 흑백논리를 따르고 서로 간에 경계를 지어 구분하는 태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르틴 슐래퍼가 빈 국립오페라발레(Wiener Staatsopernballett)의 단장을 맡은 이후 이 곳에서 새로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슐래퍼는 자신의 무용단이 모든 스타일을 완벽히 소화하길 바라며 발레든 뮤지컬이든 혹은 오페라나 자신이 만드는 까다로운 작품이든 모든 종류의 춤을 출 수 있기를 희망한다.

오늘날 무용수들은 창작과정에도 적극 참여한다. 즉 안무상의 문제점을 무용형태로 답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안무자들은 혁신적인 동작 소재를 찾으려 하며 이를 이해하고 자기것으로 만든다. 그들은 또한 자신의 입장이나 강조점을 나타내기도 하며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토론과 대화를 통해 시퀀스, 연결, 전환, 흐름의 창작에 필요한 것들을 정보를 추구한다. 탄탄한 기술과 동작에 대한 사고, 유연성, 그리고 콘셉트와 안무과정에 대한 이해는 서로 정보를 확인하고 교환해야 하는 오늘날의 무용수들에게 필수적인 부분이며 또한 자신들의 지각과 자각 속에서 내/외부의 관점을 오가며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Set of Sets' - Guy Nader & Maria Campos (c)Alfred Mauve
<Set of Sets> - Guy Nader & Maria Campos (c)Alfred Mauve

에마누엘 가트(Emanuel Gat)는 무용수들에게 미리 정해진 동작들을 주고 -다소 장난스런 작업을 통해 그 동작들이 공간과 시간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보기 위해- 놀랍고도 복합적인 광경을 창조해 낸다. 가트의 안무작업은 참가자 모두에게 높은 수준의 호기심과 열린 태도를 요구하는 일종의 실험적 설정이다. 그는 내부에서 외부를 향해 안무한다. 즉 공간분할과 그룹설정, 동작의 페이스와 내면의 감응(internal participation)이 현재 삶의 현실을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현재의 글로벌 이슈들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으면서도 나름의 결론을 내리도록 한다. 장난끼 넘치는 왕성한 에너지와 춤의 기쁨이 시각적으로 강렬하고 정서적으로도 밀도 있는 그의 안무의 특징을 만들어내며, 이는 우리 시대의 맥박과도 가까운 것이다.

무대 무용에 있어 중력의 극복이란 늘 하나의 신조였으며 예술에 있어서의 경계뿐 아니라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경계를 넘어서려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그러기에 유토피아적 공존이라는 이상은 춤을 모든 변형(transformation)의 전형으로 정의한다.

뛰고, 달아나고, 넘어지고, 살아남고, 사로잡히고, 날아가다 -

중력을 극복하면 신체가 놀랍도록 낯설어지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기 나데르(Guy Nader)와 마리아 캄포스(Maria Campos) 듀오는 오늘날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어떻게 무용으로 변환될 수 있는지를 인상적이고 시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들의 작품에서 점프는 비행이 되고 던지기는 창공에서의 힘찬 활강이 되며 추락은 멈춰지고 지금 여기의 유토피아를 향해 떠오른다. 추락의 순간, 한 그룹이 비어있는 공간으로 돌진하며 움직이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는 우리 사회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더 필요로 하는, ‘사로잡힌’ 순간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재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같은 공간에서 서로 공감각적인 정서를 통해 느끼는 강렬한 감정을 스트리밍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화면이라는 2차원 공간은 우리가 3차원 공간에서 모든 감각을 통해 서로 함께하며 느끼는 그 생생함을 결코 대신할 수 없다.

슐레바인 안무, 'Southeast of my Desires' (c)DicFe
<Southeast of my Desires> - Andrea K. Schlehwein (c)DicFe

 

The Jump Suspended
elongating the moment : how contemporary body landscapes transform reality

Art is the only place where new thought concepts can be tested, boundaries shifted, hard-to-digest constructs experienced, utopias constructed, fantastic worlds invented – this is the thesis that connects all those who live in and with the arts.

Undisputedly, the highest and furthest leaps are made in the most ephemeral of all arts, the art of dance, which touches emotionally and intellectually on a deep, sensory human level. In the blink of an eye, dance stretches its moments and unites the present, past and future in a single pirouette. Contemporary algorithms operate in today's syntax, arcs from I to ME, from ME to YOU, to ALL OF YOU, to US are created. Information runs from point to point, from impulse to impulse, shaping movement and resulting in frequencies that grant a simultaneous experience of seemingly irreconcilable poles. Three-dimensional spatial figures emerge like traces in the sand, embodying the complex present, transferring subtle perceptual experiences from the stage interior to the social exterior and back.

The driving force behind today's dance creation is a formative reflection of the current environment, relating controversial content with experimental body textures. Scores are being created on the basis of compositional parameters, structures transform reality, the dissolution of syntax and semantics serves as a reflection that casts multipixels, visualising transparent images of our complex reality. Stage dance speaks to its audience on the level of kinaesthetic sensation, where it maps out – no doubt socially relevant – airily suspended body constructions.

Today, dance is choreographed at a rapid pace using all the available tools that dance development with its history and body knowledge has to offer. A broad spectrum of multiple dance experiences opens the curious spectator's eyes and senses with an invitation to step into unknown territory.

Anyone who is able to dance one of Lucinda Childs' timeless choreographies posesses high skills and utmost concentration. The protagonist of postmodern dance constructs a world of abstract minimalism. Her dance sequences work with repetitions, shifts and variations, operating on a rhythmic-musical basic structure. Orientation for the dancers, whose concentration is highly challenged by the sudden changes in dynamics, spatial direction and movement themes, is provided by an imagined, internal score that keeps track of the rhythm and its changes. The consistent synchronisation of all participants subtly transforms the unfamiliar in the instant of the dance, unfolding a fascinating pull.

'ex:cerpt vol.3' - Andrea K. Schlehwein (c)Roman Zotter
<ex:cerpt vol.3> - Andrea K. Schlehwein (c)Roman Zotter

 

The requirements for dance are complex on every continent. The contemporary realisation of concepts, their boundary-shifting aesthetics and their translation into diverse signatures is the focus of interest, even before irrelevant things such as national references or genre classification can take hold.

A choreographer can do more than 'just' give an aesthetic direction. The time of black-and-white definitions and the drawing of boundaries between different branches is no longer helpful for a society in which the integrating common should be placed before divisions, as Martin Schläpfer stated in an interview. Since he has become the director of the Vienna StateOperaBallet, into which he has integrated the Volksoper Ballet, a new tune is being played there. He wants his ensemble to be firm in all styles, able to dance everything, whether it's ballet, musical, opera or his own, demanding dance productions.

Today, dancers are active in the creative process; choreographic questions need to be answered with formal dance solutions. Choreographers look for innovative movement material, which is to be understood and internalised, they ask for individual accents and attitudes, they expect discourse and dialogue at eye level, they seek input for the creation of sequences, connections, transitions and flow. Profound technique, movement intelligence, flexibility, an understanding of the concept and the choreographic process are part and parcel of today's requirements for dancer-personalities who are constantly asked to cross-check and transfer information and need to alternate between internal and external perspectives in their perception and awareness.

'WORKS' - Emanuel Gat (c)Laurent Phillippe
<WORKS> - Emanuel Gat (c)Laurent Phillippe

Emanuel Gat confronts his dance artists with defined movement material which – through playful tasks and their translation into space and time – creates a surprising, complex landscape. Gat's approach to the choreographic process resembles an experimental set-up that demands a high degree of curiosity and openness from all participants during the rehearsals. He choreographs from the inside to the outside; spatial divisions and group constellations, movement pace and internal participation reflect current realities of life and allow conclusions about global issues without explicitly addressing them. An exuberant playful energy and the joy of dance characterise his visually powerful, emotionally condensed compositions that are close to the pulse of our time.

In stage dance, overcoming gravity has always been a credo and a symbol for shifting boundaries in all conceivable directions, far beyond those of the arts. Images of utopian coexistence define dance as the epitome of all transformation.

Run, flee, fall, survive, be caught, float, fly –

overcoming gravity allows access to breathtakingly alien body moments. In evocative, poetic ways, the duo GuyNader&MariaCampos compose translation processes of today's world events into dance. In their art, jumping becomes flying, throwing becomes dynamic gliding through heigths and skies, the crash suspended, floating towards a lived utopia. In the moment of the crash, a group rushes into the previously empty space, producing moving images. These are moments that our society needs today more than ever, moments of being caught.

'Time Takes the Time Time Takes' - Guy Nader & Maria Campos (c)Alfred Mauve
<Time Takes the Time Time Takes> - Guy Nader & Maria Campos (c)Alfred Mauve

However, the currently dominating question, is: will we be able to experience the condensed intensity of spatial coexistence via live streams as a synaesthetically motivated common sentiment? The screen space with its two-dimensional limitation cannot replace a three-dimensional togetherness that involves all sen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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