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박사-한홍수작가 2인전 <카오스의 세 딸과 썸타는 두뇌>
이시형박사-한홍수작가 2인전 <카오스의 세 딸과 썸타는 두뇌>
  • 이종호 기자
  • 승인 2021.04.0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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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힐링 관련 국제행사도 계획

[더프리뷰=서울] 이종호 기자 =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와 한홍수 화가의 2인전이 지난 4월 1일 강원도 홍천군 힐리언스 선마을 효천갤러리에서 개막했다. 이 박사의 문인화 5점과 한 작가의 유화 25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오는 6월 30일까지 석 달 동안 계속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맞은편에 걸린 이시형 박사의 <나물먹고 물마시고 이보다 좋은 병원이 또 어디 있던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박사의 힐링철학을 명료하게 요약하는 화두를 한지에 먹으로 그린 작품이다. 때로는 선 위에 굵은 선을 더하면서 간략하게 산의 윤곽이 이어지다 사라진다. 그리고 이어서 한홍수 작가의 <결> 연작이 길고 긴 화랑을 따라 더욱 길게 이어진다.

이시형의 산의 윤곽은 한홍수의 작업으로 이어지며 색을 입고 입체적인 형체를 띠게 된다. 공에 색이 입혀지고 색이 다시 공으로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색불이공공불이색(色不異空空不異色) 색즉시공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 이 박사의 화두에 한 작가가 대답하고, 이번에는 관람객들에게 또다른 화두를 던지며 그렇게 산의 선 혹은 결이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힐링아트, 미래아트’라는 주제로 이후 개최될 국제포럼 및 국제전시회의 서막으로, 이시형 박사는 향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힐링아트와 미래아트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계획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두뇌(정신의학)와 카오스(예술)가 썸을 타며, 수많은 현대의 디지털 신화가 탄생될 것임을 예고한다. 전시회 제목에 나오는 ‘카오스의 세 딸’은 질 들뢰즈의 개념에서 착안된 것으로 ‘예술, 과학, 철학’을 의미한다. 이 세 분야가 만나 대화를 추구한다는 뜻이다.

이시형 박사는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대표적 원로 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이다. 현재 사단법인 세로토닌문화원 원장,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 원장으로 일하면서 연구와 강의를 통해 뇌과학과 정신의학을 활용한 자연치유력 증강법을 전파해왔다.

실체가 없다고 여겨지던 화병을 세계적 정신의학용어로 만들었으며 면역, 건강, 뇌과학, 자녀교육, 공부법 등 다양한 주제의 강연 및 100여 권에 이르는 저서를 통해 폭넓은 공감을 얻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두된 면역력의 중요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그는 그림에서도 이미 일가를 이루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중국의 황옥당 화백은 이 박사의 그림에 대해 “글, 글씨 그리고 풍부한 여백에 놀랐다. 문인화라지만 ‘이시형화’라고 부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했고, 이 박사에게 문인화를 가르친 김양수 화백은 “작은 바람에도 꽃향기는 천리를 간다. 박사님의 먹향은 이미 세상 속으로 스며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결의 화가’로 불리는 한홍수 작가는 파리에 거주하던 지난 1996-98년 2년 반 동안 독일 신표현주의의 거장 펭크(A. R. Penck)의 수업을 받기 위해 뒤셀도르프에 있는 쿤스트 아카데미까지 매번 12시간 왕복을 하며 공부했다. 펭크는 그에게 미술의 자유로운 정신과 내면 깊은 곳을 분출할 수 있는 정신을 불어넣어 주었다고 한 작가는 말한다. 한 작가는 현재 프랑스를 거점으로 유럽, 한국, 미국 등지에서 활발한 작업을 하고 있다.

‘결’은 인체, 식물, 무생물부터 양자역학에 이르기까지 아주 많은 분야를 포괄한다. 한홍수 작가는 캔버스 위에 여러 겹의 투명한 레이어를 겹치는데, 두께가 거의 느껴지지 않기에 ‘층을 쌓는 것’이 아니라 ‘결을 이룬다’. 때로는 형태들 사이로, 때로는 겹쳐질수록 투명해지는 레이어의 투명성 사이를 비집으며 결이 흐른다. 한국에서는 흔하디 흔한, 그러나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결’을 발견하고, 여기에 수 십 년 동안 천착해 온 작가이다.

서구가 신화시대부터 ‘층’의 문화였다면, 아시아는 ‘결’의 문화이다. 서구는 신화에서도 위계적인 신들 간의 다툼이 끊이질 않았고, 플라톤이 영혼을 분류할 때나 과학자들이 생물을 분류할 때도 주요 8개 계급으로 분류했다. 이러한 ‘층’의 문화를 해체하기 위해 니체는 망치를 들었고, 푸코는 광기를 도입하고, 데리다는 ‘해체’를 표방했고, 들뢰즈는 리좀을 가꿨다.

반면 ‘결’은 수평적인 뉘앙스로, 동양화의 한지도 한 예이다. 여러 겹이 겹쳐졌음에도 먹물이 닿는 순간 먹물은 계단에서 내려오는 물처럼 쏟아져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한지의 결을 따라 번져 나간다. 한홍수 작가는 캔버스 위에 유화물감이나 아크릴로 여러 차례 레이어를 만들며 작업하지만, 그의 독특한 테크닉 덕분에 캔버스 위에 안료의 두께가 쌓여 ‘층’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아래(처음)의 레이어까지 보이는 ‘결’의 느낌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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