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위한 음반 준비중” - 순회연주 앞둔 정명훈 기자간담회
“아내를 위한 음반 준비중” - 순회연주 앞둔 정명훈 기자간담회
  • 이시우 기자
  • 승인 2021.04.27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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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에겐 세 가지가 필요” - 재능, 노력, 시간
“교향악단 맡을 생각 전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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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열린 정명훈 기자간담회(제공=크레디아)

[더프리뷰=서울] 이시우 기자 = 지난 4월 22일 오후 서초동 코스모스 아트홀, 기자들 앞에서 정명훈이 베토벤 <피아노 소타나 30번> 1악장, 슈만 <환상곡>과 <아라베스크>를 연주했다. 새 앨범 발매 이후 국내 순회공연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였다.

정명훈은 1974년 한국인 최초로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 2위에 올랐고, 이는 카퍼레이드를 펼칠 만큼의 국가적 낭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실력 좋은 피아니스트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내가 피아노 리사이틀을 하냐”, “잘하는 피아니스트들에게는 미안한 소리”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피아노를 깊이 사랑한다고 말했고, 또 “지휘자는 완벽한 음악가가 아니다. 음악가라는 것은 자기가 직접 소리를 내야 한다”며 “깊이 사랑하는 악기를 통해 마음 속에 있는 것들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집에서 조용히 공부를 하고 피아노를 많이 쳤다고 했다.

“음악가로서 음악으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끝에 남는 게 그거예요. 모든 게 그런 것 같아요. 사람은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살 수가 없어요.”

그는 자신의 말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아내를 위한 음반을 생각하고 있다”며, “힘들어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곡은 슈만 <판타지>”라고 조심스레 밝혔다.

그는 아내가 베네치아를 사랑한다고 운을 뗀 뒤 자신은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La Fenice)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룬 극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것도 아니고, 가장!”이라며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음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며 “일단 한번 끝나면 절대 다시 듣지를 않는다. 그건 너무 고생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자신의 음반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사람은 한 번 살지만 여러 단계가 있다. 확실히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브람스의 심포니를 지휘했을 때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했다고 느꼈는데, 하루는 그래도 좀 나아졌다는 생각이 들어 보니 바로 그해에 자신의 나이가 브람스가 심포니를 쓴 나이가 되어 있었다고 했다. 이어 자신은 나이가 많아지는 것을 좋아한다며, 뒤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1초도 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젊었을 땐 손가락이 잘 돌아갔는데 지금은 종종 원하는 만큼 돌아가지 않아요. 대신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고,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 느껴져요. 음악가한테는 세 가지가 필요해요. 탤런트를 타고 나야 하고, 지독히 열심히 해야 하고, 시간이 흐르는 것. 세 가지가 합쳐져야 해요.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이것들이 음악을 표현하는 데 나타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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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간담회에서 연주하는 모습(제공=크레디아)

순회연주 이후의 계획에 대해 정명훈은 자신은 이제 프로페셔널 음악가가 아니기 때문에 책임이 따르는 자리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냥 가서 연주하는 것과 책임을 맡는 것에는 차이가 난다”며 “책임을 맡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을 해야 하고,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오케스트라를 발전시켜야 하는데 그건 굉장히 힘든 일이고, 그럴 마음이 없으면 자리를 맡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명훈은 과거 피아니스트로서 순회공연을 하며 겪었던 우울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루마니아의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Radu Lupu)는 항상 처져있고 말도 거의 하지 않는 우울한 사람이었는데, 정명훈과 투어하며 일주일을 함께 보내더니 “나보다 더 우울한 사람을 만나게 될 줄 몰랐는데, 네가 나보다 더해”라고 말했다고 했다. “지휘자는 한 군데에 적어도 닷새는 머무르는데, 피아니스트는 매일 옮겨 다녀야 하기 때문에 가족생활하는 데에 어려움이 더 크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정명훈은 2014년 이후 7년 만에 피아니스트로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4월에 두 번째 피아노 앨범 발매와 함께 서울, 군포, 수원, 광주, 대구에서 투어를 진행중이다(더프리뷰 3월 25일자 기사 참조). 서울에서는 당초 예정됐던 28일에 이어 30일 공연이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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