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정, 리스트 초절기교 에튀드 전곡 연주회
임현정, 리스트 초절기교 에튀드 전곡 연주회
  • 이미우 기자
  • 승인 2021.05.25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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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정, '리스트 초절기교 에튜드' 연주회(제공=다나기획사)

[더프리뷰=서울] 이미우 기자 = 파격적인 데뷔 이후 세계무대에서 급부상중인 피아니스트 임현정이 리스트의 <초절기교 에튀드> 전곡으로 연주회를 연다. 5월 30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주체할 수 없는 강렬한 감정을 표현하는 리스트의 초절기교를 연주하고, 기교를 넘어서 인간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한한 영감은 바로 음악 그 자체라는 점을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준비한 무대다.

개성 강하고 자기 생각이 뚜렷한 임현정이 이번 연주회를 결심하기까지는 나름 과정이 있었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리스트의 <초절기교>는 주체할 수 없는 강렬한 감정표현을 한층 증폭하는 역할을 한다. 총 12곡의 에튀드의 주인공은 단 하나뿐인데 그것은 바로 음악적 영감이고 초절기교는 그것을 표현해주는 도구일 뿐이다. 풍경, 도깨비불, 환영, 영웅, 사냥, 밤의 선율, 눈보라 등 곡들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리스트의 무한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히말라야의 광활한 산맥을 그리는 듯한 리스트의 선율과 화성들은 10대의 나의 가슴을 부풀어 오르게 하고 설레게 하였다. 리스트의 음악이 너무 좋아 잠이 오지 않을 정도인 나날들이 있었는데, 17살 쯤 헤르만(Hermann) 출판사에서 나온 쇼팽의 편지 전집을 읽게 되었다. 그중엔 쇼팽이 쓴 편지와 쇼팽이 언급된 편지들, 그리고 쇼팽에게 쓰인 편지들이 있었다. 읽는 내내 무슨 일이 있어도 우아함과 예의를 잃지 않는 쇼팽이 정말 존경스러웠고, 음악도 천재적인데 인품까지 훌륭해 보여 나의 마음은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으로 가득 찼다.

그런데 그 편지들 중 나를 분노로 치가 떨리게 했던 대목들이 있었는데 바로 리스트와 그의 연인이자 사교계의 여왕이었던 마리 다구 부인이 쇼팽을 험담하는 내용이었다. 아버지께서 나에게 항상 하시던 말씀이 있었는데, ‘피아노만 잘 치면 뭐 하냐? 사람이 먼저 되어야지. 우선 인간이 되어야지. 사람이 되어서 인간 도리를 먼저 하고 피아노를 하여라.’

그 때문일까? 어떤 이의 예술이 아무리 좋아도 그 사람의 인품이 그것을 뒷받침하지 못할 때 항상 흥미를 잃게 되어서 결국 리스트의 음악이 가식처럼 느껴졌다. 지금까지 <콘체르토 1번>을 제외한 리스트의 그 어떤 곡도 연주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리스트와 ‘냉전’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차츰 시간은 흘렀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리스트와 비슷한 부분들을 내 안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나도 그와 같은 한 인간이고 살면서 언제나 고귀하고 우아할 수만은 없으며, 부족한 면 또한 당연히 존재하고, 그것을 인정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괜찮다.’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좌절하지 않고 발전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부족해도 괜찮고 실수해도 괜찮으며 지금 이대로 괜찮다는 것을 말이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리스트 음악에서 느꼈던 진부함은 '솔직함'으로, 그리고 '분명함'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쇼맨쉽이라고 느껴졌던 화려한 선율은 격렬한 마음의 호소를 이어주고 뒷받침해주는 기둥 같은 존재로 다가왔다. 리스트의 음악에 취해 휘몰아치는 나의 마음의 파도를 초절기교는 환한 달같이 어루만져 주고 빛내어준다.”

피아니스트 임현정

“환상적인 기교, 숨길 수 없는 격렬한 본능, 광기 어린 자유” - 뉴욕 타임즈

"작곡가의 의도와 개성을 뽑아내는 통찰력을 통한 그녀의 신선한 해석! 작곡가 내면의 반영이 아닌 본질을 담아낸 역사적인 연주!” - Auditorium

음악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천재 피아니스트 임현정은 역사상 최연소(만 24세, 2012년)로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녹음했다. 앨범은 전설적인 음반사 EMI에서 발매되었다. 이 음반은 한국인 최초는 물론, 역사상 최초로 데뷔 앨범이 빌보드 클래식 종합차트 1위와 아이튠즈 클래식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100년이 넘는 EMI 클래식 역사상 베토벤 전곡을 녹음한 연주자는 80여 명에 불과하다. 임현정은 한국인 최초로 인터내셔널 버전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녹음하며 이례적으로 데뷔,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큰 화제가 되었고 음반산업연맹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Achieved Gold Status’ 지위를 획득했다.

세 살에 음악을 배우기 시작한 그녀는 12세에 스스로의 의지로 프랑스 유학길에 올라 콩피에뉴음악원을 5개월 만에 수석 조기졸업했다. 이후 루앙 국립음악원에 진학, 15세에 조기졸업, 그 다음 해 드뷔시와 라벨이 다녔던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파리 고등국립음악원에 최연소 입학, 역시 3년 만에 최연소 조기졸업했다.

그녀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 녹음을 앞두고 베토벤의 편지 3천 페이지를 읽고 연구했고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에 대한 자신의 해설을 음반에 수록하고 본인이 직접 프로듀싱하는 등 일반적인 연주자들과는 매우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녀의 접근법은 보다 감성적이고 인간적인 측면에서 베토벤을 다루었다.

임현정은 런던의 로열 스코틀랜드 국립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로열 알버트 홀에 데뷔했으며, 로열 리버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뮌헨 심포니, 시애틀 심포니 오케스트라, 필라델피아 체임버 오케스트라뿐만 아니라, 취리히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아시아 투어, 함부르크 NDR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남미 투어를 가졌으며 많은 나라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했다. 임현정은 프랑스 안시 클래식 페스티벌, 메클렌부르크 리사이틀을 했고, 시카고 베토벤 페스티벌과 길모어 키보드 페스티벌 등 세계 각국의 연주무대에 초청받았다.

일본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도쿄 아사히홀에서 베토벤 소나타 전집을 8회 공연 함으로써 불가능에 가까웠던 연주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 외 일본 산토리 홀에서 도쿄교향악단과 협연, 발렌시아 교향악단과 협연, 독일 필하모니 에센, 오사카 심포니홀, 릴 페스티벌, 베른 카지노슈타트에서 독주, 그리고 모스크바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취리히 톤할레 협연, 런던의 위그모어 홀, 제네바의 빅토리아홀, 밀라노의 살라 베르디, 바젤의 슈타트카지노, 망통 페스티벌, 브장송의 그랑 퀴르살에서 공연하는 등 폭넓고 왕성한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3년, 2015년, 2017년, 2019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열었다.

방송으로는 KBS ‘글로벌 성공시대’, MBC ‘문화사색-아트 다큐 후아유’, SBS ’컬처클럽’ ‘문화가중계’, 국회방송 ‘슈퍼코리안, 세계를 바꾸다’와 TBS의 ‘그대에게’ 등을 통해 음악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2016년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출판사로 알려져 있는 프랑스 알뱅 미셸(Albin Michel) 출판사에서 음악과 영성에 관한 에세이 <침묵의 소리 Le Son du Silence>를 출간했으며 이를 계기로 북콘퍼런스, 북콘서트, 강의 등 연계활동을 활발히 펼쳤다.

지난 3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그녀의 두 번째 책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를 발간했으며 ‘클래식 음악? 아니면 머리카락이 쭈삣 서는 음악?’이라는 주제로 스위스, 프랑스, 한국의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많은 열정적인 투어를 진행했다.

스위스 천재씨앗재단의 명예회장 임명, 스위스 인종차별금지운동 주간의 대모 임명, 유럽 주간의 대모 임명에 이어 2018년 스위스 뇌샤텔 국제문화상을 수상했다. 2017년에는 스위스의 귄위지 르 탕(Le Temps)이 발표한 ‘스위스를 움직이는 100인’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연주회 프로그램

F.Liszt <Transcendental Etudes S.139>

No.1 Preludio
No.2 Fusées
No.3 Paysage
No.4 Mazeppa
No.5 Fuex follets
No.6 Vision
No.7 Eroica
No.8 Wilde Jagd
No.9 Ricordanza
No.10 Appassionata
No.11 Harmonies du soir
No.12 Chasse-nei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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