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당 27주기 생명문화협동제展 ‘혁명가의 초상: 무위당 장일순’
무위당 27주기 생명문화협동제展 ‘혁명가의 초상: 무위당 장일순’
  • 박상윤 기자
  • 승인 2021.05.26 1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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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스트 예술가 김상표 작가의 8회 개인전, 원주 치악예술관 6월 4일(수) – 9일(금)
김상표_혁명가의 초상-무위당(I-22)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21
김상표_혁명가의 초상-무위당(I-22)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21

[더프리뷰=서울] 박상윤 기자 =수행성으로서 화가-되기를 실험하며 아나키스트 예술가로서 활동하는 경상국립대학교 김상표 명예교수를 봄비 내린 뒤의 촉촉함이 묻어 있는 목동의 파리공원에서 만나 무위당 장일순의 관념과 실천의 모험을 기리는 전시를 열게 된 계기들에 대해 여러 얘기를 나눴다.

 무위당 장일순은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그의 삶에 대해 간략히 얘기하면?

 무위당은 지학순 주교가 함께 원주를 한국 민주화운동의 성지로 만들었고, 이후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신용협동조합과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설립 등을 통해 우리나라 생명운동의 시발점을 마련했으며, 또한 대성학원의 운영 등 교육사업 등에도 많은 노력을 쏟았던 우리나라의 큰 스승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노자나 다석 유영모가 그러했듯 무위당은 평생 단 한 권의 책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이아무개가 대담하고 정리, 삼인출판사)』만을 남겼다. 그 책에서 무위당은 유교, 불교, 기독교를 통섭하여 동양사상의 핵심인 ‘함이 없는 함(爲無爲)’을 ‘사사로운 욕망을 버리고 만물과 하나되고자 하는 수동적 적극성의 삶’이라고 설파한다. 노자철학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이 무위당이 펼친 모심과 살림의 생명사상의 모태가 된 셈이다. 이처럼 동서양을 넘나드는 폭넓은 지적 모험과 인간과 자연 그리고 세계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었기에 모든 존재를 평등하게 여기고 모셔서 살려야 한다는 그의 생명사상이 태동할 수 있었다.

김상표_혁명가의 초상-무위당(I-20)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20
김상표_혁명가의 초상-무위당(I-20)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20
김상표_혁명가의 초상-무위당(I-21)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20
김상표_혁명가의 초상-무위당(I-21)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20

 작가가 무위당을 혁명가로 생각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가 무위당의 관념의 모험을 기록한 책이라면, 『좁쌀 한알』은 당신의 ‘실천의 모험’을 채록한 책이다.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에서 들려준 ‘함이 없는 함(爲無爲)’에 대한 앞서의 주장이 『좁쌀 한알』의 수많은 행적들로 채워지지 않았다면 다른 지식인들의 공허한 외침과 별반 다름없는 것으로 들렸을 것이다. 지식인의 삶은 대체로 지적 여정이 담겨있는 관념의 모험에 그치고 마는 게 다반사다. 무위당처럼 세상 속으로 들어가 사람들과 함께 관념의 모험을 실천의 모험으로까지 끌고 간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진정으로 ‘아스케시스(자기수양)’와 ‘파레시아(진리말하기)’가 하나로 통일된 아름다운 삶을 몸소 보여준 분이 무위당이다. 이런 점에서 무위당을 자신의 삶을 통해 진리를 말해온 진정한 혁명가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김상표_혁명가의 초상-무위당(I-15)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9
김상표_혁명가의 초상-무위당(I-15)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9
김상표_혁명가의 초상-무위당(I-17)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9
김상표_혁명가의 초상-무위당(I-17)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9

 무위당의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좁쌀 한알』의 수많은 일화들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밑으로 기어라’ 라는 무위당의 한마디에 모두 담겨있다. 절대적 타자성을 향한 형이상학적 초월을 얘기하는 레비나스의 무수한 언설들도 ‘밑으로 기어라’는 이 한마디 이상의 진리를 담고 있지 않다. 설혹 아무리 위대하고 지고한 가치를 추구하는 혁명이라 할지라도 민중들의 욕망을 넘어서는 초월적 코드를 강제로 그들에게 기입하려 들 경우에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위대한 혁명가는 민중들의 일상적 욕망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동기화되는 삶의 리듬으로 살아가야 한다. 누구보다 이러한 혁명의 원초적 조건을 알고 온전히 그러한 삶을 살았던 무위당은 ‘밑으로 기어라’는 말과 ‘화광동진(和光同塵)’이라는 서예작품 글귀를 통해 후학들에게 인류미래의 올바른 혁명에 대한 방향성을 교훈으로 남겼다. ‘밑으로 기어라’는 모든 존재를 모셔서 살려야 한다는 당신 마음의 표현이다. 이런 마음을 제도적으로 구현한 것이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 운동이라 할 것이다. 모든 생명 있는 것은 한낱 미물이라 할지라도 모셔서 살려야 한다는 마음, 이제 이것은 인간과 비인간을 구분하는 모든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21세기 정신으로 더욱 확대되어 가리라 믿는다.

 김상표_혁명가의 초상-무위당(I-4)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8
 김상표_혁명가의 초상-무위당(I-4)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8

  무위당 27주기 생명협동문화제에 김상표 화가를 초대한 (사)무위당사람들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가?

 우리의 삶은 참으로 엉기성기한 인연의 그물망으로 짜여져 있는 듯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 그물망은 어김없이 만나야 할 인연들은 만나게 하는 모양이다. 관념의 모험 시리즈의 제 3권에 해당하는 『얼굴성: 회화의 진리를 묻다』를 2020년 2월에 출간하자 KBS부산방송총국의 최영송 편성제작국장이 그것을 다큐형식의 TV프로그램으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그 프로그램의 한 플롯(plot)이 무위당기념관과 (사)무위당사람들을 방문해서 사회운동가이자 생명사상가인 무위당과 나와의 인연을 조명해보는 것으로 정해졌다. 무위당사람들 사무실에서 심상덕 이사장, 김찬수 상임이사, 황도근 무위당학교장, 원상호 편집장을 처음 만났다. 현생에서의 한번의 마주침은 이미 전생에서 몇 억겁의 인연이 쌓였기 때문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그분들이 너무나 따뜻하고 편안하게 느껴져 어머니 자궁의 뜨락 안으로 잠겨드는 듯했다.

김상표_혁명가의 초상-무위당(I-14)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8
김상표_혁명가의 초상-무위당(I-14)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8
 김상표_혁명가의 초상-무위당(I-3)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8
 김상표_혁명가의 초상-무위당(I-3)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8

 (사)무위당사람들을 방문해서 무위당의 작품들을 직접 감상하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가? 

 문자향(文字香)과 서권기(書卷氣)가 짙게 풍겨오는 무위당의 서화작품들, 친견하는 기쁨을 어찌 말로 대신할 수 있겠는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내 삶의 스승으로 모셔왔던 무위당. 가장 높은 뜻을 지녔으면서도 가장 낮은 곳에 머물렀던 그의 삶이 오롯이 전달되어 왔다. 당신은 글귀와 그림으로 내게 말을 걸어 왔다. 화가-되기의 삶을 시작하는 나의 들뜬 마음을 가라앉혀 주고, 여러 생을 거쳐오는 동안 마주했던 모든 슬픔들을 당신이 대신 애닯아 하며, 비록 답이 없을지라도 깨달음에 대한 정진을 멈추지 말라며 내 등을 토닥거리고 격려해 주었다. 그 순간 당신은 내게 몸과 마음의 치유를 선물하고 세상 속에서 치유하고 치유받으며 살아갈 용기를 주었다. 

김상표_혁명가의 초상-무위당(I-8)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8
김상표_혁명가의 초상-무위당(I-8)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8
김상표_혁명가의 초상-무위당(I-13)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8
김상표_혁명가의 초상-무위당(I-13)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8

 ‘혁명가의 초상: 무위당 장일순’展에 출품한 작품들을 간략히 설명하면? 

 무위당 27주기 생명협동문화제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이번 8회 개인전은 22점의 무위당 장일순의 초상화들을 비롯하여 그의 아내 이인숙, 구원, 미륵자화상-COVID19, 얼굴 등 총 43점으로 구성된다. 먼저 무위당의 초상화에서는 사실적인 외모를 재현하듯 그리기 보다는 무위당의 뜻과 삶의 이미지를 나만의 고유한 아나코 스타일(Anarcho-Style)을 살려서 퍼포먼스 방식의 회화로 담아냈다. 전시되는 11개의 얼굴 그림들에서는 무위당의 난초 그림에 담긴 뜻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해석했다. 인간의 얼굴을 난초처럼 그려서 사회의 어떠한 길들임에도 결코 길들여질 수 없는 원초적 생명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내려고 애썼다. 미륵자화상-COVID19 3점의 그림에는 내가 너이고 너가 나이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호존재(inter-being)임을 설파하는 무위당의 뜻을 담아냈다. 사람들이 생과 사를 넘나드는 COVID-19 시대인 지금 미륵부처 또한 고통과 아픔 속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음을 3점의 그림으로 표현했다. 아내 이인숙의 초상화도 5점 전시된다. 무위당의 타자를 향한 내어줌의 삶은 그의 아내 이인숙의 비소유의 사랑이 있었기에 더욱 빛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구원을 다룬 대작 2점도 전시된다. 모든 것을 무상성의 시간으로 응시하는 폐허의 시선과 그 폐허를 역사의 시간으로 구명하고자 하는 천사의 시선을 함께 담아내려고 했다. 다른 방식으로 말하자면, 번뇌 속에 깨달음이 깃들어 있다는 불교의 사상을 회화적으로 형상화한 그림들이다. 

화가 김상표
화가 김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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