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주의 SAI 2021 후기(1)-대회의 성공, 온라인 심사의 실패
최병주의 SAI 2021 후기(1)-대회의 성공, 온라인 심사의 실패
  • 최병주 기자
  • 승인 2021.06.02 15: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컴피티션 소극장 로비에서 최병주 예술감독님 사진 (c)BOZZO
사이타마예술극장 소극장 로비에서 최병주 예술감독. (c)BOZZO

[더프리뷰=도쿄] 최병주 SAI 예술감독 = 2년만에 국제 축제를 일본 국내로 축소시켜 SAI DANCE FESTIVAL 2021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SAI는 COMPETITION과 EXHIBITION으로 나누어져 있다. COMPETITION은 응모만 하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어 초보자부터 베테랑까지 다양한 작품이 전국에서 모인다. 처음에는 이 시스템에 회의적이었던 무용계 여론도 1차 서류전형과 비디오 심사에서 뽑힌 작품을 경연에 올리면 늘 같은 작품들이 선정되는 반면, 무명의 새로운 작품을 발견할 수 있어 신선하다며 인식을 새로이하고 있는 중이다. EXHIBITION에서는 컴피티션 수상작과 해외 초청작들이 상연된다. 전년도 수상작을 재구성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작년은 중지 이래,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처럼, 참가자의 사정을 뿌리치고라도 개최했어야지, 아니 아니 그들이 만반의 준비로 임할 수 없다면 중지하길 잘 한거야를 하루종일 왕복하면서 지낸 것 같다. 하지만, 올해도 코로나의 여파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또 전전긍긍했다. 요즘 ‘긴급사태선언’이 4월과 5월 두 번이나 있었지만, 그나마 5월은 감염자 증가가 심각한 지역에 핀포인트로 추가되는 정도인지라 개최 강행을 선택했다. 개최 2주 전부터는 매일 SAI가 열리는 사이타마가 추가되지 않기를 간절히 빌었다.

안 그래도 바쁜데 극장과의 코로나 대책에 관한 회의도 압박을 가했다. 해도 해도 극장의 요구는 끝이 없었다. 올해 컴피티션은 온라인 심사라서 지방에 한해 비디오 작품 참가도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퇴자는 개최 전날까지 이어져, 타임 테이블을 조정하기만도 급급했다.

차크라댄스 컴퍼니와 최병주 예술감독 (사진제공=최병주)
차크라 댄스컴퍼니와 함께한 최병주 예술감독 (사진제공=최병주)

 

5월 20일(목) 컴피티션: 참가자들이 얼마나 무대에 서고 싶었는지 그 뜨거움과 절실함이 그대로 내게 전해졌다. 한 작품 한 작품에 감사하고 감동하면서 끝까지 지켜보았다. 특히 도쿄는 현재도 가장 위험한 감염 지역이기에 연습실을 못 찾은 출연자들이 공원에서 작업을 했다. 그럼에도 유명한 젊은 안무가들 작품 외에도 수작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다.

5월 21일(금) 엑시비션: 초대를 해도 직전까지 묵묵부답인 평론가들. 공연자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고심 끝에 이시이 다츠로(石井達朗) 선생님께 "일본 무용계를 대표해서 SAI에 와 주시면 안될까요?"라고 구조를 요청. 그가 온다는 사전 연락 때문인지 안무가들 공연에도 활기가 넘치는 듯했다. 이 공연에서는 메인 무대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무라타 마사키 씨의 탭댄스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 엄청난 집중도와 완성도를 가진 수작으로 성장해 있었다.

5월 22일(토) ZOOM 온라인 심사: 해외 디렉터 한국, 홍콩, 마카오, 미국, 핀란드 등 7명의 심사원들과 함께한 지옥의 4시간이었다. 음악 저작권 문제를 피하고자 계획한 것이었지만, 내가 주최자가 아니었다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을 거다. 담당자는 처음부터 초보적인 실수를 거듭하면서 심사위원들을 들락날락하게 하더니 겨우 14편의 작품을 상연하는 데 그쳤다. 또한 인터넷 전파의 엄청난 위력에 굴복한 날이기도 했다. 해외까지 전해지는 동안 작품은 슬로우모션과 끊어지는 일이 연속적으로 발생. 이 바쁜 사람들을 ZOOM이라는 공간에 가둬 놓고 내가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인 건지, 어떻게 수습을 해야 할 지 앞이 캄캄했다. 급하게 다음날 심사를 중지하고 미국 디렉터의 도움으로 저작권을 피해 50여개 작품을 업로드, 전 심사원들에게 영상을 보내고 나니 꼭 24시간이 지나 있었다.

행사 후 바로 원고를 작성하다보니, SAI 2021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이 정리되는 것 같다.

SAI 2021 종료 후 무대 철수 작업 중 (사진제공=최병주 예술감독)
SAI 2021 종료 후 무대 철수작업 중 (사진제공=최병주)

첫째, 공연 중지가 이어지는 이 시기에, SAI를 통해 무대에 서는 행복감과 충만감을 곱씹으면서 춤췄다는 참가자들의 많은 감사 메시지가 있었다. 앞으로도 참가들의 응원은 SAI의 원동력이 되리라 믿는다.

둘째, 혼자 다 하려니 힘들어 죽겠다고 하면, 늘 3년만 버텨라 하던 후쿠오카 프린지 디렉터 스웨인(요시코 스웨인). 정말로 4회를 맞이하는 올해 정식 스태프들이 생겼다. 개최를 강행한 것도 그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황무지처럼 여겨지던 일본 땅에 조금씩 SAI가 뿌리를 내리는 것 같아 하염없이 기쁘다.

셋째, 짜증은 커녕, 오히려 기술적인 실수를 개선해 주려고 동분서주하던 심사위원들에게 송구함과 동시에 깊이 감사드린다. 어리디어린 SAI지만, 각국 디렉터들의 정성어린 도움과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 쓰디쓴 실패는 앞으로 SAI의 모든 계획에 지침이 될 것 같다.

넷째, 사이노구니 사이타마 예술극장은 일본에서도 탑 클래스에 손꼽힌다. 이 소극장의 아름다운 건축에 반해 선택했지만, SAI에게 장벽은 높고 또 높았다. 특히 작년의 취소 사태와 전국에서 150여명이 참가하는 컴피티션의 특성상 대관이 내정은 돼 있으나 올해를 잘 넘기지 못하면 대관 불가라는 경고를 받아 위가 아팠었다. 행사 종료 후, 코로나 대책도 공연도 높이 평가 받음에 따라 내년에는 꼭 해외 작품도 같이 공연되기를 바란다는 대관확정 통지를 손에 들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도쿄도 어느덧 장마에 접어들었다.
모든 국제 무용 페스티벌이 다시 활기를 찾아 세계 각국의 무용가들과 교류할 수 있기를 바라며. . . . . .

*편집자의 말 = SAI 페스티벌은 재일 무용이론가 최병주가 지난 2017년 출범시킨, 일본 무용가들의 국제무대 진출을 위한 플랫폼이다.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이래 지금까지 한일 양국간 무용교류에 코디네이터로 많은 도움을 주었던 그녀가 직접 만든 행사이다.

매년 5월 사흘간의 일정으로 사이타마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개최되며 COMPETITION 부문에서는 일본인 참가자의 작품 7편을 뽑아 이듬해 공연할 기회를 부여한다. EXHIBITION 부문에서는 전년도 COMPETITION 수상작과 해외 초청작품이 공연된다. 한국에서도 정형일 등 몇몇 단체가 초청 받아 참가한 바 있다. 여기서 외국 심사위원들이 작품을 골라 자국으로 초청한다.

작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열리지 못했고, 올해는 5월 20-22일 온라인으로 진행, 예선을 거친 46편의 작품이 소개됐다. 심사위원은 김성한(한국) 리사 노요넨(핀란드) 미코 람피넨(핀란드) 앨린 싱(미국-푸에르코리코-중국) 대니얼 영(홍콩) 스텔라 호(마카오) 히로시 츠츠미(일본) 등 7명이었으며 수상작은 오는 6월 12일 발표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