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뉴스] 행복했던 9일간 런던 Porto Teatro-(1)
[포토뉴스] 행복했던 9일간 런던 Porto Teatro-(1)
  • 이종호 기자
  • 승인 2021.06.07 14: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영 안무가 조용민의 Outside In Festival 공연기

[더프리뷰=런던] 조용민 무용예술가 = 올 3월말 한국에서 런던으로 막 돌아와서 열흘간의 격리생활을 하던 중에 코로넷극장(The Coronet Theatre)의 예술감독 안다 윈터스(Anda Winters)로부터 아웃사이드 인 축제(Outside In Festival)에서 공연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5월 7일부터 15일까지 극장 소품들과 빈 상점 공간을 연결하는 ‘포르토극장(Porto Teatro)‘이라는 이름의 공연으로, 매일매일 다른 소품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색다른 공연이 전개되고 마지막 날 공연이 끝난 후에는 모든 소품들이 전시되는 전시장으로 연결되는 공연이라고 했다.

장소 답사 겸 축제가 열릴 포르토벨로 거리(Portobello Road) 거리를 그녀와 함께 걸으며, 내 머리 속에 남아 있던 기억들이(실은 한국에 머무는 동안 하고 싶었던 작업의 하나가 다름아닌 빈 상점들에서의 공연이었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이루지 못하고 런던으로 돌아왔던 것!) 다시 상상의 꽃들을 피우기 시작했다.

노팅힐게이트(Notting Hill Gate)의 포르토벨로 거리는 많은 상점들이 몰려 있고 주말이면 중고품 벼룩시장이 열린다. 젊은 디자이너들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그것들을 즐기려 몰려드는 사람들만으로도 볼거리가 충분한 곳이다. 거기에 주변 마을사람들이 혼합되어 이루어내는 풍경들이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어울리는 매력을 지닌 이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왜? 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몇 주간을 이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여러 잡생각들과 함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대답을 하던 중 코로나로 인해 1년 이상 문을 닫은 극장의 소품들과 빈 상점의 공간들, 그리고 내가 갖고 있는 의상들이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작업에 초점을 맞추고 싶어졌다.

안다 윈터스에게는 극장에서 사용하는 9개의 소품들을 선택해 달라고 하고 나는 그동안 옷장에 쌓아두었던 의상들을 갖고 퍼즐을 맞추듯 극장 소품들의 기억과 나의 추억들이 빈 상점의 공간과 함께 9일간에 걸쳐서 매일 다른 소품들이 주체가 되어 이야기와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공연작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첫째 날은 옷걸이와 모자들

둘째 날은 재봉틀

셋째 날은 촛대

넷째 날은 인형 지구봉

다섯째 날은 바이올린

여섯째 날은 의자와 작은탁자

일곱째 날은 타자기와 책들

여덟째 날은 청소기와 양탄자

아홉째 날은 전화기

그리고, 공연을 준비하며 빈 상점 앞 헌 책방에서 나의 눈에 들어 온 어린이 동화책 <Love is a special way of feeling> 또한 이 공연을 이끌어갈 소재를 만들어주었다.

초등학교(초등학교) 4학년 꼬마가 봄 소풍에 가서 정태춘-박은옥의 <촛불>을 왜 불렀을까?

빨강색 실에 연결된 작은 이불과 셔츠, 냅킨의 관계와 연결들은 무엇인가?

하이힐과 선글래스를 끼고 무용실 바닥을 청소기로 돌리는 여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바이올린을 공기에 연주하는 연주자는 무슨 음악을 연주하고 싶은 것일까?

심수봉의 <사랑밖엔 난 몰라>를 노랑색 가발을 쓰고 열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결되지 않은 전화기를 들고 중얼거리는 이 사람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

포르토 테아트로는 이렇게 연결될 것 같지 않으면서도 연결되는 공연으로, 매일 공연이 끝나면 그 날 사용했던 소품만이 유리창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그 공간을 밤새 지키고, 마지막 아홉째 날에는 그 동안의 모든 소품들이 공연과 함께하는 공연, 전시형태로 마무리되는 되는 작업이었다.

마지막날 공연 중에 무섭게 쏟아지던 빗줄기 사이로 푸른 하늘이 얼굴을 내밀 때 "Love is a happy feeling that stays inside your heart for the rest of your life" 라는 마지막 구절을 읽으며 벽에 비스듬히 기댄 의자를 바로 세우고 그 위로 올라가서 머리 위로 철제 과자상자에서 쏟아지는 형형색색의 색종이들이 공기와 함께 호흡할 때 런던의 포르토 테아트로는 마무리되었다.

매일매일의 공연에서 유리창 밖으로 마주쳤던 시선들,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이 지팡이에 의지해 꼿꼿이 서서 공연이 끝날 때까지 나를 뚫어지게 보시는 모습에서, 엄마 손에 이끌려 바쁘게 지나가면서도 호기심에 엷은 미소를 짓던 꼬마에게서, 공연 중 비가 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음을 보내주는 소녀들에게서... 공연 중 내 가슴의 눈에 쌓이는 이 시선들이 다시 새로운 포르토 테아트로를 만들고 있다.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1일 공연장면(사진 제공=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1일 공연장면(사진제공=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1일 공연장면(사진 제공=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1일 공연장면(사진제공=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1일 공연장면(사진제공=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1일 공연장면(사진제공=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9일 공연장면(사진제공= 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2일 공연장면(사진제공= 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2일 공연장면(사진제공=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2일 공연장면(사진제공=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2일 공연장면(사진제공=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2일 공연장면(사진제공=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3일 공연장면(사진 제공=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3일 공연장면(사진제공=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3일 공연장면(사진제공=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3일 공연장면(사진제공=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3일 공연장면(사진제공=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3일 공연장면(사진제공=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4일 공연장면(사진제공=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4일 공연장면(사진제공=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4일 공연장면(사진제공=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4일 공연장면(사진제공=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4일 공연장면(사진제공=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4일 공연장면(사진제공=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5일 공연장면(사진제공=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5일 공연장면(사진제공=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5일 공연장면(사진제공= 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5일 공연장면(사진제공= 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5일 공연장면(사진제공= 조용민)
조용민 포르토벨로 제5일 공연장면(사진제공= 조용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