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성(詩性) 가득한 몸의 작가, 이안 리 개인전 ‘통증일기(痛症日記)’
시성(詩性) 가득한 몸의 작가, 이안 리 개인전 ‘통증일기(痛症日記)’
  • 이주영 공연칼럼니스트
  • 승인 2021.06.08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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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 감각에서 오는 극한의 힘
아픔들을 기억해내어 기록하고 재현한 시간
이안 리 개인전 포스터 (사진제공=이안 리)

 

[더프리뷰=서울] 이주영 공연 칼럼니스트 = 이안 리(Ian Lee) 작가의 7번째 개인전 <통증일기(痛症日記)>를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만날 수 있다. 직접적인 형상보다는 내재된 이면을 탐색해 쏟아내는 초월의 작업을 하는 작가 이안 리. 그는 아픔과 치유라는 화두를 꺼내어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준다.

이안 리 (사진제공=이안 리)

 

이안 리의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장 본능적인 감각으로 원래, 원형 그대로 되돌려 놓는다. 그의 화풍이 그러하다. 물성을 넘어선 원천의 에너지가 캔버스를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감정의 단면을 사람의 단상과 혼합하되 새로운 형상으로 치환하는 능력이 예사롭지 않다. 관객들은 순간에 대한 경이로움을 포착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안 리의 작품 (사진제공=이안 리)

 

그의 표현방법은 이채롭다. 붓을 쓰는 것이 아니라 살이 쓸리면서 캔버스에 흔적을 담는다. 이러한 회화적인 구성은 '희망의 노래'를 그리는 일련의 그의 작업과 맞닿아 있다. 무소유의 여백미와 서정성 강한 추상성은 시원을 풍요롭게 담는다.

시간에 대한 조각들은 먹과 종이, 캔버스 사이에서 어떤 방해도 없이 손으로, 느끼는 대로 순식간에 그려 담겨졌다. 즉흥성이 영원성으로 발현되는 순간이다.

작가는 “아픔은 커다란 상처를 주었지만 그것으로 인해 더 성숙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을 갖게 해준다. 피부를 통해 느끼는 통증이 깎이고 쓸리면서 재현되는 형상 속의 기억이 떠올려질 것이다. 하지만 또 다시 살이 쓸리는 아픔을 통해 드러난 기록들은 기억을 떠올려 치유의 역할을 한다. 그것이 내일을 생각할 수 있는 원천이다.”라고 역설하고 있다.

이안 리의 작품 (사진제공=이안 리)

 

최근 심근경색을 겪으면서 느낀 극심한 통증, 생사의 갈림길에서 경험한 공포감, 작가 자신이 살아오면서 겪었던 크고 작은 아픔들을 기억해내어 기록하고 재현한 시간. 바로 이안 리의 <통증일기(痛症日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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