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브라질!” 브라질 예술가/제작자들 호소문
“SOS 브라질!” 브라질 예술가/제작자들 호소문
  • 배소연 기자
  • 승인 2021.06.28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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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절규가 메아리치게 해주세요“

[더프리뷰=서울] 배소연 기자 = 브라질 예술가들과 제작자들이 브라질 정부의 코로나19 대응부실과 경제난 가중, 그리고 문화예술계에 대한 지원부족과 탄압에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브라질 공연제작자협회(Associação de Produtores de Teatro, APTR)는 지난 6월 초부터 전세계 공연예술계 동료들에게 보낸 <절규 Cry>라는 제목의 호소문에서 “브라질에서 대재앙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대유행을 잘못 관리해왔고 경제가 무너졌으며, 삼림 벌채와 아마존 원주민 지역 불법점거로 인해 환경도 인권도 망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APTR는 “우리는 문화와 예술을 통제하고,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협하고, 우리의 창의성을 검열하고 억압하려는 정부 아래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협 속에서도 우리 브라질 예술가들과 문화제작자들은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라면서 “우리의 울음소리를 울려 퍼트려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다음은 호소문 전문.

한 나라가 얼마나 고통과 불확실성을 견뎌낼 수 있을까? 브라질은 언제까지, 어떤 대가를 치르고 우리 시대 최악의 의료와 경제, 정치적 위기에서 정처없이 헤매게 될까? 우리는 어떤 나라에서 어떤 가치로 살고 싶은가?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희생자이며 무관심의 희생자이다. 우리의 엄마, 아빠, 아이, 친구, 사랑하는 사람들 가운데 사망자가 50만에 가까워지고 있다. 연방정부는 이 전염병을 과소평가하면서 가족의 애도를 무시하거나 백신을 거부한다. 효과 없는 약을 홍보하고, 격리와 마스크 착용에만 매달리고 있다.

그 결과 오늘날 백신, 의약품, 장비, 병원의 병상, 의사, 그리고 산소조차 부족한 상태이다. 국민의 건강이 경제를 위해 희생되었다. 무엇 때문에 생명은 그 가치를 잃었는가. 사망자들 외에도 오늘 우리는 2천700만 명의 극빈층과 1천480만 명의 실업자, 그리고 포르투갈 인구의 2배에 달하는 1천900만 명의 굶주림을 목도하고 있다. 브라질 국민의 절반 이상이 굶주림 속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회 불평등 국가에 속한다. 정부는 의료와 경제 모두에서 국민들을 실망시키면서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지금까지 2년 동안 문화예술 분야 직업인인 우리들은 이런 절박한 시나리오를 만든 사람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연방정부는 우리가 입을 다물기를 원한다. 그들은 우리를 인정하지 않고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국익이 아니라 자신의 추종자들을 따르도록 지시했다. 그들은 문화전쟁을 진행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를 검열하고 명예를 훼손하고 위협을 준다. 그들은 복수심에 이끌려 우리로 하여금 법률에 보장된 예술 자원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우리들 중 다수가 세금 우대조차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오늘날 다른 소득원이 없는 우리 산업의 대부분은 이제 생존을 위해 이것들이 필요하다. 작업이 중단되고 수 천 명이 실직당했기 때문에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팬데믹으로 브라질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의 온상이 되었고, 정부는 외교적 고착상태를 부추기고 있다. 아마존의 삼림파괴 기록을 깨고, 도서판매에 세금을 부과하며, 총기 구입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 토착민은 박해 받고 학살당하고 있다. 수 세기 동안 불안정한 노동환경과 열악한 주거환경, 저임금에 시달려온 흑인들은 의료와 경제 참여율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기아와 질병 속에서도 우리는 말살을 요구하는 안보정책을 견뎌냈다. 우리 국민은 천민이 되어버렸다.

세계는 우리 브라질의 모습을 두려워하며 국경을 걸어 닫았다. 여러분이 우리의 곤경을 도외시하지 않길 바란다. 생명 멸시와 고조되는 갈등, 슬픔에 등을 돌리는 사람들에 의해 억압받을 때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유엔, 국제형사재판소, 연방대법원, 국회, 브라질변호사협회 등 여러 기관에게 생명을 보호하고 민주주의를 보호하며 관용을 지켜줄 것을 요청한다. 브라질 정부는 이 모든 죽음을 예방하고 질병과 기아, 포기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제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팬데믹에서 벗어날 효과적인 정책과 백신이 필요하다. 대량학살에 책임을 가진 사람들을 처벌할 필요가 있다.

팬데믹 전, 브라질에서 영화, 연극, 책, 춤, 서커스, TV 시리즈, 드라마, 콘서트, 레코드, 전시, 토론 등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던 인구는 600만이었다. 팬데믹 때문에 우리 산업군이 가장 먼저 중단되고 가장 늦게 재개하는 산업군이다. 유네스코의 한 조사에 따르면 문화예술 분야에서 팬데믹의 영향은 잔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연장, 극장, 서커스에서 일하는 70% 이상의 종사자들이 팬데믹 발생 첫 몇 달 동안 수입을 완전히 잃었다. 그들은 아무 조처도 취하지 못하고 그냥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무대도 없이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문화와 예술, 감정과 성찰, 정신건강과 예능을 모든 사람들에게 제공했다. 그리고 우리는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스스로 뭉쳤다. 우리 산업은 팬데믹 전에는 브라질 국내총생산(GDP)의 3%를 차지했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한 백분율 그 이상을 상징한다. 영혼의 가벼움을 주는 코미디부터 고통이 전달되는 드라마까지, 우리 삶의 사운드트랙이 되는 음악부터 침대 곁에 놓아둔 책까지, 문화예술은 항상 기억에 남는 순간들 속에서 함께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국가 정체성을 구축하고 브라질 사람들을 특별하게 규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의 풍요로움이란 바로 다양한 관점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문화는 어떤 정부나 정당이나 이념에도 속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 삶의 일부이며 살아가는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암울한 시기에, 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사람들 때문에 모든 이가 맞서고 있다. 예술가, 제작자, 기술자, 음악산업 전문가, 교육자, 서커스, 춤, 영화, TV, 시각예술, 문학 등 우리는 힘을 합쳐 생명과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언론을 위한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교육을 받을 권리와 과학을 존중하고, 자연을 보존하라고 외친다. 우리의 절규를 메아리치게 해주세요. 아직 우리에게 남아 있는 ‘인간’의 이름으로.

영문 호소문 전문
브라질 공연제작자협회(APTR)의 호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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