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리뷰=서울] 전수산나 기자 = 오븐에서 갓 꺼낸 수플레같이 한껏 부풀어 오른 듯한 단어 ‘발레리나’. 단어 하나로 ‘여성스러움’과 ‘우아함’의 이미지를 확보한다. 어쩌면 이런 통상적인 이미지가 발레리나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무대 뒤에서의 수많은 훈련과 피할 수 없는 부상, 경쟁구도 등으로 만들어진 무대 위에서의 모습을 본 이라면 절대 그들을 아름답기만 한 존재로 여길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엘도라도, 260쪽, 1만4천800원)는 전직 발레리나였던 정옥희의 인생을 고스란히 담은 에세이다. 발레를 전공하게 된 계기로 이야기가 시작되며, 발레리나로서의 인생과 그만두고 나서의 인생을 들려준다. 그 과정에서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 그로 인해 만들어진 지금의 정옥희를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독자는 단순히 발레리나의 삶에 대한 책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발레는 누군가의 또다른 전공을 의미한다. 사람은 보통 자신만의 전공분야를 가지고 살아간다(직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전공이 자신과 안 맞을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전과를 하기도 한다. 작가는 자신이 어렸을 때 정한 전공, 하지만 결코 긍정적으로만 생각되지 않았던 전공에 대한 속사정을 말하고 있다.
“내 이름은 정옥희다. 요즘은 물론이고 내가 어렸을 때에도 이미 한물간, 친구 엄마들의 이름이었다.” “난 이름을 바꾸기보단 자아가 조금씩 단단해지는 쪽을 선택했다.”
“발레를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간 지 한참이 지났을 때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어김없이 꿈에선 무대로 돌아갔다.”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많은 걸 표현할 수 있었다. 발레는 내게 언어를 주었고, 그 언어는 어린 나를 다독여 주었다.”
“난 지금 타인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한 것은 아닐까. 작은 성취에도 무한한 격려를 보낼 줄 알고, 실수나 실패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