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식 [‘내안의 물고기’ 동행기]-(1)
하영식 [‘내안의 물고기’ 동행기]-(1)
  • 더프리뷰
  • 승인 2021.07.06 20:16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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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하영식 작가의 [내안의 물고기 동행기]를 몇 차례에 나누어 싣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중장기(2019-2022년) 창작지원 작품으로 선정된 신은주무용단 <내안의 물고기> 프로젝트 중 1차연도 창작활동을 위한 리서치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난 4월 부산 알로이시오 기지에서 열린 이 공연을 위해 2019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수 차례에 걸쳐 리서치가 이어졌는데 필자는 대본작가로 참여, 모든 창작활동을 위한 리서치에 동행했다. <내안의 물고기>는 관객이 전시를 관람하듯 이동하며 각각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춤을 관람하는 전시형 공연이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통해 인간의 근원을 묻는 작품으로 4원소인 물, 불, 흙, 공기 등 고유한 환경영역 안에서 인간의 지점을 탐구한다.

[더프리뷰=부산] 하영식 작가 = 우리 인간의 몸이 물고기에서 나왔다는 닐 슈빈의 <내안의 물고기>라는 책을 보면서 나의 손을 살펴봤다. 모든 동물의 팔이 같은 형태라는 그의 말이 너무 생소해 나의 팔을 이리저리 다시 살펴봤다. 그의 말에 의하면 내 팔과 손은 어깨로부터 1번 뼈-2번 뼈-작은 뼈들-몇 개의 뼈들(손가락뼈들)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모든 동물들의 팔은 움츠러들었든 펴졌든 간에 같은 형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실증해놓은 자료들을 보니 부정할 수 없었다. 물고기 지느러미가 팔다리와 손과 발로 진화됐다니!

<종의 기원>을 써서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찰스 다윈은 인간이 원숭이에서 진화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번에는 물고기에서 인간이 진화했다면서 책도 내고 강연도 다니는 학자가 있다! 닐 슈빈은 화석을 찾아다니는 고생물학자이지만 유대인이다. 유대인들은 신의 창조론을 믿으며,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는 유대인들이 쓴 구약성서에 근거를 두고 있다. 유대인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의 이미지는 검은 양복에 머리 양쪽을 땋고 ‘키파’를 쓰고 토라를 소리 내어 낭송하는 모습이다. 닐 슈빈은 유대인이면서도 진화론자, 그것도 진화론 학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학자이다. 하지만 다시 깊은 숨을 쉬고 난 다음, 나 자신을 되돌아보니 내 탓이란 생각도 들었다. 나 자신의 논리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들의 주장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살아온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든 사건이었다. 1859년에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간했으니 이미 160년 전에 진화론이 공개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160년이 지난 지금 물고기에서 사람이 진화했다는 주장에 놀라워한다는 건 나 자신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이다. 이제부터는 시대에 맞게 업데이트를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내안의 물고기>란 책이 나에게 이런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나 자신에게는 인생에 있어서 일대 사건임은 분명하다.

찰스 다윈 (c)Julia Margaret Cameron
찰스 다윈 (c)Julia Margaret Cameron

진화론에 대해 한동안 생각에 빠져있으면서 다윈에 대해서도 다시 간략하게 읽었는데 그의 아버지도 진화론자였다는 것이다. 추론컨대 그의 조상들 모두가 진화론자였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당시 영국의 사회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원숭이에서 인간이 진화했다고 공개적으로 발설해버린다면 마녀나 마법사로 몰려 화형까지도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당연히 수천 년 동안 누구도 인간이 동물에서 진화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다윈은 갈라파고스를 여행하면서 원시상태의 동물들을 관찰한 뒤 인간이 진화됐다는 증거를 <종의 기원 Origin of species by Natural Selection>에서 밝혔다. 다윈에 와서 시한폭탄처럼 터져버린 것이다. ‘적자생존’이나 ‘직립보행’ 등의 용어가 열풍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그리고 원숭이가 인간으로 진화했다는 주장은 당시 세계를 충격 속으로 몰아넣은 대사건이었다. 당시에 다윈을 보호해준 힘은 대학에 있었다.

원숭이가 인간으로 진화했다는 진화론은 지금도 논쟁거리가 돼 있지만 이제는 물고기의 화석들을 증거라고 들이대면서 인간이 물고기에서 진화했다고 주장하는 세상이 왔다. 충격적인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지는 세상이니 그렇게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닐 슈빈의 주장을 단지 동네 복덕방에서 떠드는 수다 정도로 치부해버릴 수는 없었다. 그의 주장을 더 살펴보고 싶었다. 그의 이론을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고생물학자 닐 슈빈은 자신의 책 <내안의 물고기 Your inner fish>에서 모든 동물들의 팔은 움츠러들었든 펴졌든 간에 같은 형태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모든 동물들의 팔의 구조는 1번 뼈-2번 뼈-작은 뼈들-몇 개의 뼈들(손가락뼈들)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로부터 모든 동물들은 같은 조상인 물고기로부터 진화했다는 사실을 주장한다. 화석의 연대기를 추정한 결과 물고기가 진화하기 시작한 시기는 4억 년 전으로 본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중에는 지느러미가 손으로 진화되고 원시적 형태인 두 개의 발과 꼬리와 함께 네 발로 발전하여 서서히 물에서 뭍으로 올라온다. 먼저 물고기는 지느러미가 발과 손으로 진화하면서 물에서 뭍으로 올라오게 된다. 물고기는 물고기-양서류-파충류-포유류의 4단계 순서를 거쳐 인간으로 진화했다는 주장이다.

위의 그림은 물고기가 양서류로 진화하는 과정을 그렸다. 지느러미만 있던 물에만 살던 물고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지느러미가 손과 발로 진화하면서 물에서 뭍으로 올라오게 된다. 각 단계마다 발견된 물고기의 화석 이름이 존재한다. 틱탈리크(Tiktaalik) 물고기 화석의 발견은 네발 달린 물고기가 뭍으로 올라왔다는 가설을 증명해준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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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물학자 닐 슈빈(Neil Shubin)(사진제공=하영식)

‘내안의 물고기’라는 주제로 프로젝트 세미나의 발제를 준비하면서 진화론에 대해서 더 많은 사실을 알게 됐다. 진화론을 주장한 사람들은 많았다. 다윈뿐만 아니라 고대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낙사멘더는 아예 인간은 물고기에서 나왔다고 콕 집어서 얘기했다는 사실이다. 그의 스승은 그리스 철학의 거두인 탈레스인데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는 주장으로 유명하다. 인간이 물에서 나왔다는 주장을 한 탈레스나 인간이 물고기에서 진화했다는 주장을 한 아낙사멘더가 살았던 곳은 밀레투스라는 소아시아(지금의 터키) 연안 해안가의 작은 마을이었다. 어쨌든 그리스의 철학자들도 자신들이 살던 곳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도 신을 믿었던 유신론자들이 있었던 반면, 신보다는 자연에서 모든 만물이 나왔다고 생각한 무신론자 내지 자연주의자들이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신을 믿었고 신에게 규칙적으로 기도까지 했던 철학자였던 반면, 탈레스나 아낙사멘더는 자연에서 모든 것이 나왔다고 믿는 자연주의자들이었다. 창조론이나 진화론 같은 이론은 순간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라 인류가 태초부터 논쟁해오면서 축적해온 이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글을 쓴 하영식은 국제분쟁 전문 기자 겸 난민 전문 작가이다. 젊은 시절부터 세계를 여행하며 해외 각지에서 장기간 생활했다. 현지인들과 일상을 함께하는 가운데, 인류에 드리운 다양한 문제를 직접 목격하고 취재했다. 멕시코 빈민 지역 선교사, 미국 중·고등학교 교목, 폴란드 산골 영어 교사, 이스라엘 키부츠 운영위원, 아테네 대학 동양문화 강사 등으로 활동했고, 일곱 차례에 걸쳐 기차로 시베리아를 횡단했다. 아시아 언론인 최초로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 게릴라 기지를 방문해 취재했고, 중동과 근동 곳곳의 국제분쟁과 그에 따른 난민 문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대중에 알렸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등 해외 유력 매체를 비롯, 〈한겨레〉 〈경향신문〉 〈레디앙〉 등에 분쟁·난민 관련 기사와 칼럼을 기고했다. 펴낸 책으로 <난민, 멈추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 <희망을 향한 끝없는 행진, 난민> <세상에서 가장 슬픈 여행자, 난민> <IS: 분쟁전문기자 하영식, IS를 말하다> <얼음의 땅 뜨거운 기억> <남미 인권 기행> <세상에서 가장 느린 여행> <굿바이 바그다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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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2021-07-08 13:00:08
리서치 기억이 새롭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

안보경 2021-07-18 11:43:42
잘 읽었습니다 ! :) 너무 기대됩니다 ㅎㅎ

배재은 2021-07-18 11:45:14
잘 읽었습니다! 너무 멋져요~

안은진 2021-07-18 11:48:07
좋은글 감사합니다 ~~

정하윤 2021-07-18 11:49:26
잘 봤습니다 기대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