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판소리, 중고제(中古制) ‘적벽가’ 복원 완창공연
충청도 판소리, 중고제(中古制) ‘적벽가’ 복원 완창공연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1.07.15 12: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성환 명창, 사라질뻔 한 충청도 판소리 맥 잇는다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명창 박성환의 중고제(中古制) <적벽가> 완창 공연이 오는 7월 21일(수) 오후 7시 30분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열린다.

‘동편제’나 ‘서편제’에 비해 달리 중고제(中古制)라는 말은 다소 낯설다. 충청, 경기 지역에서 발생해 일제 강점기까지 널리 불린 판소리의 한 유파로 동편제, 서편제보다 오래됐다는 뜻을 담고 있다. 현존 판소리 중 가장 오래된 고제(古制)에 가까운 소리로, 활달하고 호방한 동편제나 구성지고 슬픈 서편제와 달리 담백하고 꿋꿋한 고제적 특징과 함께 은근하고 구수한 충청도 고유의 정서와 어법을 듬뿍 담고 있다.

충청도의 맛은 체면 없이 속내고 덤비지 않고 그저 속으로 뭉그리고 슬쩍슬쩍 속멋이 무심하게 비쳐야 비로소 “해본 가락, 하는 소리”라고 인정한다. 중고제도 그렇다.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은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和而不侈)’야말로 중고제 판소리와 미적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중고제는 이동백, 김창룡을 정점으로 마지막 꽃을 피우고 쇠퇴했다. 현재 스승에서 제자로 직접 전승된 것은 이동백-정광수-박성환으로 내려온 적벽가의 일부로서 ‘삼고초려’부터 ‘박망파전투’까지 40분 분량이 유일하다. 정광수가 초반부만 배운 것은 동편제인 유성준 바디로 적벽가를 배운 상태에서 이동백을 찾아갔기 때문이다. 동편제 적벽가는 본래 앞머리가 없는 ‘민적벽가’였기 때문에 그 부분만 배운 것이다.

명창 박성환은 2000-2003년 정광수에게 이 소리를 배웠다. 이후 직접전승이 안된 후반부를 이동백, 김창룡 등 중고제 명창들이 분창으로 녹음한 유성기반(폴리돌 적벽가)의 이동백 소리를 중심으로 복원하고 다시 짜서 2010년 무렵 2시간30분 분량의 완창판소리로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완창본을 꾸준히 갈고 닦아 중고제 탯자리인 충청의 논산, 공주, 홍성에서 네 차례 선보였다. 이제 서울에서 중고제 적벽가를 본격 완창무대가 처음 열리는 것이다.

판소리학자 최혜진 목원대 교수(판소리학회 부회장)는 “박성환의 중고제 <적벽가> 후반부 복원 및 완창은 충청지역 중고제 판소리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후반부 복원이 ‘모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전승으로 터득한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중고제 판소리 중 이동백제의 발성, 창법, 악조와 성음 등에 대한 원리를 스승으로부터 직접전승한 박성환의 <적벽가>는 중고제 판소리의 전형을 이룩한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계승은 다양한 유파의 판소리를 보여주어 획일화된 현대 판소리의 전승방식과 유통에도 큰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 평한다

중고제 판소리를 배우겠다고 찾아온 박성환에게 스승 정광수 명창은 “철 지난 소리를 뭐하러 배우냐. 다른 소리를 배우라”고 했지만, “스승님이 떠나시면 이 소리가 완전히 끊어질 게 너무 안타깝고, 옛날 소리가 어떤 건지 공부하고도 싶다”며 고집해서 배운 소리다.

박성환(52)은 충남 논산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북, 장구 소리에 끌렸고 국악이 좋았지만 어른들이 막아 배울 기회는 없었다. 대학에 가서야 풍물패에 들어갔고 군에 입대하기 전 소원으로 판소리를 배우고 싶어 김소희 명창의 제자 한정아 명창을 찾아갔다. “남자가 이런 거 하면 패가망신하니 취미로만 해라. 딱 한 달만 배우고 이후로는 내게 전화도 하지 말고 이 근처에 오지도 말라”는 신신당부에 그는 장담했다 한다.

그러나 입대 후에도 그 때 배운 소리가 계속 맴돌았다고 한다. 제대 후 진로를 고민하던 그는 자신이 진정 할 일은 판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소리를 시작한 지 10년이 지나 그는 중고제 판소리를 만나게 된다. 일제강점기를 끝으로 단절된 줄 알았던 중고제 판소리가 정광수(1909-2003) 명창에게 전해지고 있음을 논문에서 읽고 찾아간 때가 2000년 9월. 당시 아흔인 정 명창을 네 번 찾아간 끝에 허락을 받아 그의 마지막 제자가 됐다.

동편제 <적벽가>는 이미 배운터였지만 중고제는 발성이나 창법 등 음악적 특성이 크게 달라서 첫 마디 한 장단을 떼는 데만 두 달이 걸릴 만큼 무척 어려웠다고 한다. 정 명창은 이동백에게 배운 중고제 적벽가를 박성환에게 충실히 전수했고 사라질 뻔한 중고제는 이렇게 맥을 잇게 됐다. (사)한국중고제판소리진흥원 주최/주관, 공주시 후원. 전석 2만원.

중고제 '적벽가 완창 공연
중고제 '적벽가' 완창 공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