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지 B PROJECT 신작 발레 ‘ALONSO(알론소)’ 공연
신현지 B PROJECT 신작 발레 ‘ALONSO(알론소)’ 공연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1.07.3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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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를 불러낸 알론소의 시각에서 조명

 

신현지 B PROJECT 신작 발레 'ALONSO(알론소)'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신현지 B PROJECT가 신작 발레 <ALONSO(알론소)>를 발표한다. 8월 19일(목) 오후 4시, 8시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소설 <돈키호테>는 문학사에서 ‘인류의 바이블’ ‘인간의 서(書)’로 불리는 작품이지만 대부분 독자들은 이 인물을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로 인식하고 있다. 컨템퍼러리 발레 <ALONSO(알론소)>는 <돈키호테>의 문학적 가치와 의미를 춤으로 재조명하는 데 의의가 있다.

<돈키호테>의 주인공 ‘돈키호테’는 사실 라만차 마을에 살던, 기사 이야기를 좋아하는 노인 알론소 키하노가 모험에 나서면서 스스로에게 만들어준 이름이다.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될지 결정하고, 그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거나 생각만 하고 있지 않고 문을 열고 뛰쳐나가 기사로서 행동을 한 사람이다. 알론소는 삶에 지치고 늙어가는 육신을 지닌 인간이지만, 그가 불러낸 돈키호테는 이상향을 향해 거칠 것 없이 나아가는 알론소의 또 다른 자아이다.

마리우스 프티파 안무의 발레 <돈키호테>에서도 돈키호테는 주변인물로 잠시 등장할 뿐 다른 고전발레 작품들처럼 사랑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러 무대작품들 속에서 돈키호테는 바질과 키트리의 주변인물로만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가 갖고 있는 열정, 정신과 가치를 춤 속에 너무 오래 잠재워 둔 것은 아닐까. 누군가는 발레작품 안에서 100년 넘게 잠들어 있는 이 기사에게 뜨거운 키스를 건네고 그를 깨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발레 <ALONSO(알론소)>가 탄생했다.

발레 '크기변환_(c)BAKI
발레 'ALONSO(알론소)' (c)BAKI

<ALONSO(알론소)>는 평범한 알론소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안에 잊고 있던 꿈의 기사 돈키호테를 불러내 함께 호흡하는 이야기다. 모두가 풍차이고 양떼라고 말한 그것도 돈키호테의 눈으로 보면 다르다. 단순히 풍차와 양떼가 아니라 내가 넘어서야 하고 전투해야 하는 무엇이다. 실제 소설 속에서 돈키호테는 온갖 모험 중에 사람들에게 늘 정신 차리라는 소리를 들었고, 집으로 돌아와 그들이 말한대로 ‘정상적인’ 정신으로 돌아온 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돈키호테를 깨운 자는 알론소이지만 반대로 돈키호테는 알론소를 살아있게 만드는 힘이었다. 이 작품은 ‘알론소’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 잠자고 있던 ‘돈키호테’를 깨워준다.

<ALONSO(알론소)>는 우리에게 존재하는 돈키호테와 알론소 키하노의 모습을 남성 2인무를 통해 나타낸다. 알론소 역은 미국의 댄스시어터 오브 할렘에서 활동 중인 이충훈, 돈키호테 역은 와이즈발레단의 이원설이 각각 맡아 두 캐릭터가 돋보이는 각기 다른 호흡과 색깔의 춤을 선보인다.

특히 엔딩 장면은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오마주로 완성했다. 역병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베니스를 떠나지 않은 작가 구스타프 에센바흐가 예술과 미의 정수를 상징하는 소년 타지오를 바라보며 죽음을 맞이하는 영화 속 마지막 장면을 알론소와 돈키호테로 치환했다. 이 장면은 우리의 육신이 목숨을 다하는 순간, 우리의 꿈과 흔적, 예술적 정수는 여전히 제 생명력을 갖고 환하게 빛나며 남겨진다는 점을 상징한다.

<ALONSO(알론소)>는 소설 속 줄거리보다는 각 장면의 이미지를 춤으로 표현하는 데 주력했으며, 이를 음악적 서사를 통해서도 드러냈다. 각 곡이 갖는 의미와 그 곡이 탄생한 배경은 <ALONSO(알론소)>의 각 장면에 정확하게 맞췄다.

발레 'ALONSO(알론소)' (c)BAKI

예를 들어 알론소가 돈키호테를 불러내는 장면에서는 슈만이 아내 클라라를 위해 작곡한 <헌정>이 흐른다. 특히 엔딩 장면을 제외하고 모든 곡은 피아노 소나타를 사용했다. 악기 하나로 세상을 담으려는 구도자적 악기이자 이상적 악기로서 사람의 인생과 닮았다는 생각에서 베토벤, 슈만, 프로코피예프,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나타로 알론소의 심정과 알론소와 돈키호테를 둘러싼 상황을 춤 언어로 이미지화했다.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오마주로 한 엔딩에서는 영화와 똑같이 말러 교향곡 제5번 4악장 아다지에토를 사용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피아노처럼 홀로 걷고 사투를 벌이지만 죽음의 순간, 우리가 살아왔던 삶의 모든 것이 어우러져 오케스트라 교향곡으로 조용히 울려 퍼지기를 바라는 생각을 담고 있다. 특히 슈만의 두 곡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피아니스트 이진상의 라이브 연주 음원을 후원받아 진행된다.

신현지의 안무/연출에 특별히 이단비 작가가 각본/프로듀스에 참여했다. 출연 이충훈 이원설 김단 김도연 윤해지 조지령 진유정.

이번 공연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 선정작으로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으며 스페인 정부 Aula Cervantes가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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