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 - 재판극 '별들의 전쟁'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 - 재판극 '별들의 전쟁'
  • 김영일 기자
  • 승인 2021.08.02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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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베트남 퐁미마을에서 일어났던 사건
아르코 공연예술 중장기 창작지원사업 제3탄
그곳에 없었던 사람은 절대 모를, 진짜 전쟁 이야기. (사진제공=극단 신세계)

[더프리뷰=서울] 김영일 기자 = 올여름, 극단 신세계가 또 다른 신작 재판극 <별들의 전쟁>으로 관객들을 찾아온다.

<별들의 전쟁>은 베트남전쟁 당시의 다양한 기억에 대한 증언들을 바탕으로 창작된 픽션이다. 이야기는 1968년 2월 베트남전쟁 당시 퐁미 마을에서 일어났던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학살 사건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그날과 관련된 기억을 가진 다양한 증인들은 재판에 출석해 자신들의 기억을 증언하며 피해당사국이자 가해당사국의 자리에 위치해 있는 대한민국의 다양한 입장을 대변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누군가에게는 경부고속도로를 있게 한 경제성장의 원동력, 누군가에겐 강대국들의 이념대립 속 희생된 아픔의 역사,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냥 지나쳤던 이야기인 ‘그 전쟁’의 기억과 마주한다.

​대한민국은 제주 4.3, 광주 5.18까지 수많은 폭력의 역사를 지나오며 기억하자, 잊지 말자고 말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고 무엇을 망각해 왔을까? 여전히 끝나지 않은 전쟁의 기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이 연극은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말 베트남전쟁은 ‘남의 나라’ 이야기인가? 우리는 정말 베트남전쟁에, 학살에 연루되지 않았나? <별들의 전쟁>은 관객들을 재판의 최종 평결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배심원으로 초대한다.

​원고는 한국군 민간인학살의 피해자 응우옌티쭝이며 피고는 '대한민국'으로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의 형식을 융합한,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재판의 형식을 선보인다. ​관객들은 1968년 그날의 기억과 2021년 우리의 기억의 치열한 법정공방의 현장에서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학살 사건’에 대한 대한민국의 유·무죄를 직접 판단하게 된다.

​이러한 형식은 관객을 단순히 콘텐츠 소비자가 아닌 공연을 완성하는 한 명의 창작자로서 바라본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재판극 <별들의 전쟁>이 다루고 있는 베트남전쟁과 관련된 기억에 대해 다양한 층위의 사유를 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을 면밀한 시선으로 살피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온 극단 신세계가 재판극 <별들의 전쟁>에서는 또 어떤 민낯을 고발할지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8월 21-29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출연 강주희 고용선 김보경 남호성 민현기 박미르 백혜경 손종복 이강호 이재웅 정우진 홍은표. 예매는 인터파크,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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