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 새해맞이 남남북녀 혼사예탐굿 <이성재박수의 서울새남굿>
기해년 새해맞이 남남북녀 혼사예탐굿 <이성재박수의 서울새남굿>
  • 박상윤 기자
  • 승인 2019.02.04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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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재재단 <굿도 보고 점도 치고>
한국문화재재단 '굿도 보고 점도 치고' 첫날 이성재박수의 서울새남굿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한국문화재재단 '굿도 보고 점도 치고' 첫날 이성재박수의 서울새남굿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진옥섭)의 첫날 '굿도 보고 점도 치고' 이성재박수의 서울새남굿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진옥섭)의 첫날 '굿도 보고 점도 치고' 이성재박수의 서울새남굿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더프리뷰=서울] 박상윤 기자 =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진옥섭)은 기해년 새해를 맞아 오는 설 연휴기간인 2월 3일부터 6일까지 충무로에 위치한 한국의집에서 <이땅의 굿, 굿도 보고 점도 치고>를 개최한다.

그 첫째날 프로그램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제104호 서울새남굿 전수교육조교인 이성재박수의 서울새남굿이 성황리에 열렸다.

소원성취를 비는 새해맞이 예탐굿

‘예탐’의 뜻을 『조선무속고(朝鮮巫俗考)』에서는 예탐(豫探)으로 풀이하였는데, 집안의 경사스런 일을 조상들에게 미리 알려 재액(災厄)을 예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굿판은 새로운 한 해를 아무 탈 없이 잘 보내게 해 달라고 신께 대접하고 부탁하는 홍수막이이자 재수굿이고, 새해맞이 예탐굿이다. ‘정월에 드는 홍수 설날 차례로 막아내고, 이월에 드는 홍수 이월 영등으로 막아내고...’ 이렇게 일 년에 드는 열 두 홍수를 신년에 다 막아내자는 뜻으로 하는 홍수막이는 탈이 나거나 위험에 처했을 때 하는 일반굿처럼 치료하거나 사후처리에 대한 의례가 아니라 앞으로 닥칠 재앙이나 해로운 일을 미리 막아 내자는 예방의 의미에서 하는 것이다.

남쪽의 박수와 북쪽의 만신...

이 시대의 큰 무당 4인이 펼치는 <4일간의 신명나는 릴레이 굿판>

남남북녀 서울 박수 두명과 황해도 무녀 두 명이 나흘간 펼치는 이 땅의 굿은 그래서 “굿도 보고 점도 치고” 새해의 모든 액운을 미리 막아 달라고 하는 의미의 송구영신 천신굿이다. 4일간 매일, 장장 4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굿판에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서울새남굿 전수조교인 이성재 박수, 서울새남굿 이수자인 이영희 박수, 황해도평산소놀음굿 이수자인 이용녀 무녀, 그리고 만구대탁굿 전수조교인 민혜경 무녀가 차례대로 한바탕 굿 잔치를 펼친다. 단순히 굿만 하는 일반 행사가 아니라 굿하는 중간 중간에 관객들에게 새해 운세를 점쳐주는 새해맞이 재수굿이다. 한편, 이번 행사의 사회는 ‘난장 최고의 입담’ 진옥섭 이사장이 직접 나선다.

'굿도 보고 점도 치고' 첫날 사회와 함께 굿에 참가하는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굿도 보고 점도 치고' 첫날 사회와 함께 굿에 참가하는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진옥섭) '굿도 보고 점도 치고' 첫날 이성재박수의 서울새남굿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진옥섭) '굿도 보고 점도 치고' 첫날 이성재박수의 서울새남굿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 첫째 날, 피리불고 굿하는 박수무당 이성재의 생애 마지막 공개 굿

2.3(일) / 이성재 / 국가무형문화재 제104호 서울새남굿 전수교육조교

새해 연휴 첫날인 2월 3일에는 이성재 박수의 굿판이 펼쳐진다. 이성재는 14살 봄날, 옆동네에서 상여 나가가는 것을 보고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렸다. 이후 지관과 함께 초상집에 불려다니며 묘터도 잡아주고 음양오행에 따라 방위도 정해주면서 장례에 직접 참여하게 되었다. 세찬 신의 풍파가 몰아쳐 우울증으로 정신병동에 스스로 찾아 들어가기도 했다. 동네 개인택시기사의 소개로 계룡산자락의 하신부락에 사는 용하다는 박씨무당에게 내림굿을 받았다. 입으로 피리부는 흉내를 내면서 신의 계시를 받아들였다. 이후 서울새남굿 보유자인 김유감 무녀를 만나고 이상순 무녀를 만나면서 피리불고 굿하는 서울굿에 심취하게 된다. 현재는 대한경신연합회 이사장직을 맡아 무속행위가 당당한 종교임을 만천하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이번 굿판에서는 부정거리, 불사거리, 도당거리, 상산거리, 별상거리, 작두거리, 신장거리, 대감거리, 뒤전거리의 굿이 펼쳐진다.

'굿도 보고 점도 치고' 첫날 이성재박수의 작두거리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굿도 보고 점도 치고' 첫날 이성재박수의 작두거리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 둘째 날, 여섯 살에 신의 부름 받은 큰무당

2.4(월) / 이영희 / 국가무형문화재 제104호 서울새남굿 이수자

이영희는 양반 집안의 한량인 아버지와 무당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팔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 여섯 살 무렵 신의 부름이 시작되어 온몸이 아프고 밖으로 뛰쳐나가 종일 돌아다니다 해거름에서야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아는 소리를 하다 따귀를 맞는 일이 허다했다. 그래서 왼쪽 귀는 고막이 터져 지금도 보청기를 껴도 듣지를 못한다. 이영희는 굿의 제반절차 뿐만 아니라 무복도 직접 꿰매 입고 온갖 무화며 전, 궤도 만들 줄 아는 몇 안 되는 큰무당이다. 19살 때 최옥련과 돌다리만신 권정옥 그리고 노량진의 노들순자와 유개미만신 김유감을 만나면서 굿이 좀더 세련되고 다양해졌다. 다시 태어나도 무당을 할 거라는 이영희의 무속세계는 퇴계원 일대는 물론 전국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만큼 정평이 나있다. 이번 굿판에서는 주당물림, 부정거리, 예탐거리, 불사거리, 본향거리 대안주거리, 장군거리, 별상거리, 신장거리, 대감거리, 안당제석거리, 성주거리, 창부거리, 뒷전거리의 굿이 펼쳐진다.

▸ 셋째 날, 세계 최고의 굿판을 통일된 조국에서 펼쳐 보고파

2.5(화) / 이용녀 / 국가무형문화재 제90호 황해도평산소놀음굿 이수자

이용녀는 외할머니의 신명을 받아 숙명적으로 내림무당이 되었다. 한때는 타고난 끼와 목청 하나만 믿고 가수가 되겠다고 가출하여 서울의 어느 하늘아래서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구슬프게 부르기도 했다. 스물 두 살 되던 해 박씨 성을 갖은 강화남자를 만나 잠시나마 여자로서의 행복을 느끼기도 했지만 남편이 갑자기 저세상으로 가고 이무렵 신명이 꽉 차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게 된다. 88년 외할머니인 당대 최고의 무당 중 한명이었던 신촌만신이 운명했다. 외할머니의 장례식날 주체할 수 없는 뜨거운 불기둥을 가슴에 맞고 쓰러져 외할머니의 신명을 받아 무당으로서 첫 말문을 열었다. 이렇게 숙명적으로 무당이 된 이용녀 만신은 이후 신어머니인 조채분 만신을 따라 굿을 다니며 옛 법도대로 대동굿이며 개인굿일을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이용녀 만신의 굿은 시원시원하고 재미가 있다는 정평이다. 99년 7월 평산소놀음굿 보유자인 이선비 선생을 만나고 신어머니 조채분만신이 세상을 떠나자 이선비 만신을 신어머니처럼 모시게 된다. 이용녀 만신은 이 시대 최고의 무당으로 세계 최고의 굿판을 통일된 조국에서 펼쳐 보이고자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이번 굿판에서는 신청울림, 상산맞이, 초부정초감흠거리, 칠성제석거리, 예탐차례, 장군거리, 성주거리, 대감거리, 마당거리의 순으로 굿판을 벌인다.

▸ 넷째 날, 전통무속의 진수를 보여주는 희귀굿, 만구대탁굿

2.6(수) / 민혜경 / 황해도무형문화재 제1호 만구대탁굿 전수교육조교

만구대탁굿은 황해도 지역의 무당들 중에서도 큰무당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무당 평생에 세 번 하면 많이 한다고 알려질 정도로 전통무속의 진수를 보여주는 희귀굿으로 무당 자신은 물론이고, 굿에 참여한 모든 관계자, 마을 주민들의 구설수를 막고 무병장수와 부귀영화를 비는 굿이다. 민혜경은 어려서 운명적으로 언젠가는 무당이 될 자신의 앞날을 예견하고 그 버거운 삶을 비켜가고자 교회도 잠시 다녀보고 그림공부, 건축일에 몰두하기도 했다. 그러나 타고난 운명은 어쩔 수 없이 민혜경을 신의 곁으로 인도했다. 혼자 살면서부터는 지나가는 사람들 얼굴만 봐도 그 사람의 과거, 현재, 미래가 영화 스크린처럼 비춰졌고 아는 소리를 하다가 크게 봉변을 당한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본인의 경험으로 신의 신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를 스물다섯으로 정하고 스물다섯이 안 된 사람에게는 지금도 절대로 점을 봐주지 않는다. 22살이 되던 1989년 당시 서울 최고의 무당이었던 숭인동박수의 신딸로 이름을 날리던 이옥희 만신에게 내림굿을 받았다. 2003년부터는 SBS, MBC 등 방송매체를 통해 무당 민혜경을 세상에 알렸다. 2006년 인천 최고의 무당 김매물 무녀를 만나 7년 동안 김매물 만신의 거의 모든 굿을 학습받으며 큰무당으로 성장해갔다. 2016년 우연한 기회에 발을 들인 이북5도 무형문화재인 황해도만구대탁굿의 전수조교가 되었다. 이번 굿판에서는 신청울림, 산천거리, 초부정초감흠거리, 복잔내림 ·소지울림, 칠성제석거리, 성주거리, 도산말명거리, 대감거리, 예탐차례, 조상거리, 장군거리, 마당거리 순으로 굿판을 벌인다.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굿판을 펼치는 무당도 기대하는 20년 만의 한국의집 큰 굿판

해마다 대동굿 형태의 굿판이 펼쳐지지 않은 것은 아니나, 내·외국인들의 관광명소인 한국의집에서 이처럼 제대로 된 굿판이 펼쳐지는 것은 1999년 김금화(서해안 배연신굿 보유자), 이선비(평산소놀음굿 보유자), 김황룡(퇴송굿의 명인) 이 세 만신이 펼친 “새천년맞이 황해도 굿 세마당” 이후 20년 만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에 굿판을 준비하고 있는 무당들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전통한옥 내에서의 제대로 된 굿판을 펼쳐보이고자 하는 설렘과 기대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번에 굿판을 준비하는 무당들은 이번 굿판을 통해 전통문화로서의 무속을 재평가 받고자 하는 소망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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