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천시립무용단의 역사성과 무용수들의 정체성을 위하여
[인터뷰] 인천시립무용단의 역사성과 무용수들의 정체성을 위하여
  • 김미영 무용평론가
  • 승인 2021.08.18 2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인천시립무용단 윤성주 예술감독
인천시립무용단 윤성주 예술감독(사진제공=인천시립무용단)

[더프리뷰=인천] 김미영 무용평론가 = 인천시립무용단 창단 40주년 기념 ‘춤추는 도시 인천 2021’이 특별 기획되었다. 6월 30일(수)부터 7월 18일(일)까지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는 개막공연, 야외 특별공연, 횡단보도 플래시몹과 특별전시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이 모든 행사의 뒤에 윤성주 예술감독이 자리하고 있다. 2017년에 부임한 윤성주 예술감독은 인천시립무용단 40주년의 축하와 기쁨을 함께 느낄 수 있고 또한 코로나로 위축된 사회 분위기를 환원시키며 새로운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축제를 준비했다.

“40년이라는 역사는 하루 아침에 생긴 게 아닙니다. 한 순간 한 순간이 다 쌓여 지금이 된 것이니 어느 순간은 좋았고 어떤 때는 나빴다고 말 할 수 없어요. 이번 행사에 40주년 특별전시가 있었는데 단원들이 이 모든 것을 함께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하게 된 것이에요. 지금까지 이 많은 것들을 해낸 단원들에게 자랑스럽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단원들의 입장에서 인천시립무용단의 역사성을 알고 그들이 스스로 정체성을 한 번 더 깨닫고, 성장해 온 시간들을 한 번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했던 겁니다. 제가 아홉 번째 감독인데 앞서 여덟 분의 감독이 있었고 그 시간들을 딛고 선 모든 것이 기반이 되어 지금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 지금까지 고생해 온 시간, 그래서 지금까지의 주역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무용 단원 그 자신들이었다고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

2017년 처음 인천시립무용단에 왔을 때 기억을 더듬어보면 단원들이 본인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춤에 대한 갈망을 품고 있었다. 그녀는 먼저 단원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단체의 필요를 채울 수 있는 방법들을 구상해나갔다. 개인 무용단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보다 단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점검해나갔다.

인천시립무용단 '비가' (제공=김미영)
인천시립무용단 '비가' (사진제공=인천시립무용단)

무용수는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펼쳤을 때 성취감과 희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들의 개성이 무엇인지 관찰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작품을 만들었다. 작품의 적재적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그로 인해 작은 작품이라도 무용수 개인의 개성을 살려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것이 그들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무용수 각자가 예술가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갖춰 누구도 따라올 수 없도록 격려하고 주변에서도 조금씩 그것들을 알아주기 시작하자, 단원들도 스스로 더 열심히 노력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무용수들이 있는 만큼 할 수 있는 작품들을 함께 선별하고 기량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인천시립무용단은 전통을 기반으로 다양한 현대적 움직임들을 보여주는 단체이기에 두 가지를 모두 섭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철저한 기량평가를 통해 자신의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무용수라면 첫째로 어떤 춤이라도 추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매일 아침 기본동작으로 연습을 시작하고 현대적인 움직임을 잘하는 것은 물론 전통도 소홀히 해서는 안되죠. 모두가 ‘춤이 내 재산이다’라고 인식하면서 연습하고 있고 무용수 각자의 기량을 찾아 작품의 적소에 맞춰 주는 것이 제 일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천시립무용단 '만찬' (제공=김미영)
인천시립무용단 '만찬' (사진제공=인천시립무용단)

윤성주 감독은 예술감독의 소양으로 제일 먼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되도록 한 사람도 놓치지 않고 좋은 점을 끌고 가려고 한다. 부족한 부분을 과감하게 버리고 장점을 살려 모두가 합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 처음 인천시립무용단에 왔을 때 단원들이 연기력이 좋다는 것을 발견했다. 모두가 한 무대에 섰을 때 누구 하나 부족해 보이지 않도록 캐릭터를 배분하면서 각자의 개성을 살렸다.

단원들과 춤을 통해 하나가 되었다면 행정은 그녀에게 또 다른 과제였다.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재임 시절에는 기획, 마케팅, 홍보가 각각 분리되어 전문적으로 이루어졌다. 무엇보다 예술감독의 역할에 충실했는데 당시는 안무를 하기 보다는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을 요구받았다. 하지만 인천시립무용단은 예술감독과 상임안무자를 겸해야 한다. 기획에서부터 홍보에까지 모두 관여를 해야 하기에 업무가 많고 분산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정리하고 이제는 어느 정도 시스템이 마련되었다.

인천시립무용단 '새봄새춤' (제공=김미영)
인천시립무용단 '새봄새춤' (사진제공=인천시립무용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지역단체로서 아쉬운 점들이 눈에 띈다. 더 좋은 작품을 위한 목표만을 향해 달리기 보다는 지역이라서 감내해야 하는 관용적 절차들이 있다.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물론 지역단체로서 해야 할 일이지만 좀 더 유연하게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열린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제가 전문무용수지원센터에 있으면서 밤낮 가리지 않고 3년을 달렸던 때가 있어요. 3년 만에 감사를 받는데 그 때 제가 ‘열심히 했다’고 말했더니 ‘열심히 하는 것 보다 잘 했느냐가 중요하죠’라고 말하더라고요.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어요. 지금까지도 내내 가슴에 남아 있어요. 누구나 열심히 하고 더 잘하려고 애써요. 잘 하고 못 하는 것은 결국 제3자가 평가를 하는 것이죠. 그들이 결코 너그럽지 않고 오히려 폐쇄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무용을 아직까지도 소비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결국 더 좋은 작품으로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예술이 그저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출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녀는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무대에 올려 무용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지역민들에게 예술이 가진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단원들의 고령화 문제도 언급했다. 무용수의 명예퇴직 제도가 있긴 하지만 단원들이 선택하기에는 시스템적으로 부족한 부분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국공립단체이다 보니 이런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하기보다는 성과나 상황에 맞추어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무용수들의 권익신장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많은 논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행정적으로 지역적으로 좋은 작품에 걸림돌이 되는 시스템에는 못내 아쉬움을 표현하면서도 인천시립무용단에 와서 생긴 좋은 변화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인천시립무용단 '담청' (제공=김미영)
인천시립무용단 '담청' (사진제공=인천시립무용단)

“이제는 어디에도 작품을 내놓을 수 있는 단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국내에서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해외로 활동영역을 넓혀야 할 때이며 이미 그런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해요. 한-칠레 수교 60주년 기념공연, 한-에콰도르 수교 50주년 행사에 다녀왔는데 굉장히 좋았어요. 이런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이런 일을 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계속 해외공연을 하려고 합니다. 이번엔 외교부 지원으로 러시아. 에스토니아 수교 30주년 기념공연을 가게 되었습니다. 자매도시 공연에서 외교부 공연까지 하다 보니 자부심도 생기고 우리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됩니다.”

인천시립무용단의 성장한 모습을 이야기하면서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는 그녀를 보며 무언가 전과는 달라진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져 물었더니 전보다 심리적으로도 많이 안정되었고 일을 맡길 수 있고 맡긴 일을 믿고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고 대답한다. 무엇보다 퇴근시간에 불안해하지 않고 퇴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그녀. 국립무용단에 있을 때도, 전문무용수지원센터에 있을 때도 그녀의 열심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늘 막중한 업무에 시달렸던 속사정을 알기에 그녀가 맞은 새로운 변화는 매우 큰 것으로 다가왔다.

인천시립무용단에서 <만찬-진, 오귀> <비가> <담청> <정재정감> 등을 선보인 그녀가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 바로 판소리 다섯마당을 무용화하는 것이다. 급하게 해야 하는 작업들 때문에 아직까지 엄두를 못 내고 있지만 이번 11월에 <수궁가>를 무용화하는 작업으로 시작된다. 판소리 다섯마당 중 하나인 <수궁가>를 어떤 작업을 통해 현대화할 것인지, 어떤 무대장치를 사용할 것인지를 구상하고 있다. 인천지역의 춤을 추었으면 하는 지역의 요구가 있기도 하고 그녀 자신도 지역단체의 예술감독으로 계속해서 소재를 찾았다. 인천지역의 춤 중에 학술적 의미를 가지는 <나나니 춤>과 무당춤이 있긴 하지만 대극장에서 보여주기엔 무리가 있다는 생각에 고민이 깊었다. 때문에 이번 <수궁가>를 시작으로 인천의 특색을 살린 작품을 만들기 위한 연구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길 바라는 마음이다.

'만찬진오귀' (제공=김미영)
인천시립무용단 '만찬진오귀' (사진제공=인천시립무용단)

윤성주 감독과 인터뷰를 하다보면 항상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몇 해 전 인터뷰할 때도 대낮에 만나 해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춤에 대한 열정이 식을 줄 모르는 그녀. 뭔가를 하면 대충은 하지 않는 그녀와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항상 나의 삶을 돌아보고 세워둔 계획을 지키기 위해 박차를 가하게 된다. 그녀의 영향력이다. 그녀를 만난 인천시립무용단이 40주년을 맞았다. 그들에게 얼마나 큰 변화가 일어날지 기대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