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예술가들의 자화상 ‘단칸방의 메데이아’
코로나 시대 예술가들의 자화상 ‘단칸방의 메데이아’
  • 전수산나 기자
  • 승인 2021.09.0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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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한 칸에서 극적인 공연을...
단칸방의 메데이아 포스터 (사진제공=극단우아)
단칸방의 메데이아 포스터 (사진제공=극단우아)

[더프리뷰=서울] 전수산나 기자 = 광주를 중심으로 다양한 실험극을 제작하고 있는 극단 우아는 지난 9월 1일(수)부터 9월 5일(일)까지 코로나 시대 예술인의 자화상을 그린 연극 <단칸방의 메데이아>를 예린소극장(광주예술의거리)에서 공연 중이다.

이 작품은 지난 2020년 제20회 월드2인극 페스티벌 우수작품상 수상작으로, 코로나19로 인해 갈 곳을 잃은 ‘예술업계’ 종사자들의 애환을 묘사하면서 ‘배우 자신의 존재이유’와 ‘생존의 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의지로 바꿀 수 없는 위협적인 상황 속 같은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들, 그리고 관객에게 위안을 주고자 한다. 무대와 객석, 일상의 소중함에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단칸방의 메데이아’는 폐쇄된 극장에서 관객 없는 공연을 택하면서까지 배우로 살아남고자 하는 배우들을 배신과 치욕이라는 운명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존재이유와 싸우고 고뇌하며 끝까지 살아남았던 그리스 신화 속 메데이아에 빗댄 표현. 메데이아는 비참한 운명에 맞서는 악녀다. 드라마 <닥터 포스터>(<부부의 세계> 원작)의 모티브가 되기도 하는 등 현재까지도 고뇌하는 인간상, 자식을 죽인 잔인함, 에코페미니즘 등 다양한 시각에서 재해석되고 있다.

<단칸방의 메데이아>는 관객 없는 한 평짜리 공간에서 혼자만의 연극을 펼치는 배우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하는 연극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질문한다. 특히 젠더프리 캐스팅으로 매일 남남, 여여, 남남, 여여, 남녀로 이뤄진 각기 다른 캐스트가 극의 묘미를 더할 예정이다.

극단 우아의 성화숙 연출은 “연일 공연이 취소되거나 객석 수를 줄이는 상황에서 다시금 연극의 존재이유와 관객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된 것 같아요. 옆 사람의 숨소리도 들릴 만큼 빽빽한 객석에서 공연을 봐주셨던 관객들이 그립습니다. 얼른 이 코로나가 끝나고 <단칸방의 메데이아>를 추억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하고 말이에요.“라고 말했다.

출연 이호영 유우헌 이사라 차한결.

예매는 인터파크, 플레이티켓에서 가능하다. 전석 1만5천원. (경로/장애인국가유공자/예술인/코로나검사결과확인 할인)

작품 줄거리

모노드라마 <메데이아>를 준비하던 ‘청’과 ‘연’이 감염병으로 폐쇄된 극장에 찾아오며 시작된다. 청은 짐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어쩌면 극장에 올 명분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홀로 무대를 채워야 하는 공연을 위해 몇 달 동안 홀로 사투했다. 하지만 그간의 열정이 무색하게 하루아침에 셧다운돼버린 지금, 그들은 존재의 의미를 찾아야만 했다. 무대에 서서 연기하는 순간 비로소 배우가 된다. 그러다 문득 청은 자신이 배우를 할 테니 연에게 관객이 되어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배우이기에 서로의 관객이 되려 하지 않아 결국 각자의 1인극을 펼쳐나간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극장에서 2인극 같은 1인극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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