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좋은 연주는 내 자신부터 행복하게 해” - 피아니스트 조성진
[인터뷰] “좋은 연주는 내 자신부터 행복하게 해” - 피아니스트 조성진
  • 이시우 기자
  • 승인 2021.09.05 2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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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음반 발매기념 순회연주 “역시 에너지는 관객이 있어야”
2023년까지 유럽, 미국 등 스케줄 거의 확정
기자 간담회 모습(사진=크레디아)
조성진 기자 간담회 모습(사진=크레디아)

[더프리뷰=서울] 이시우 기자 = 지난 8월 27일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새 앨범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스케르쪼 Chopin: Piano Concerto No.2 · Scherzzi>가 발매됐다. 한국인 최초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2016년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담은 앨범을 낸 후 두 번째 쇼팽 앨범이다.

새 음반 발매 기념으로 이루어진 리사이틀 투어는 9월 4일 전주를 시작으로 5일 대구, 7일 서울, 8일 인천, 11일 여수, 12일 수원, 16일 부산으로 이어지며 9월 18일(토)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 앙코르로 대미를 장식한다.

서울 공연의 입장권 예매는 9월 9일(클럽발코니 유료회원 및 예술의전당 유료회원)과 10일(일반관객) 진행된다. 또한 18일의 앙코르 공연은 네이버TV를 통해 실황 중계될 예정이다. 관람은 네이버TV – credia tv채널(https://tv.naver.com/klassica)에서 가능하며, 온라인 관람권은 9월 3일(금) 오후 5시부터 1만원에 예매할 수 있다.

조성진은 9월 3일 오전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5년 쇼팽 콩쿠르 당시의 소감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긴장되며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고, 우승을 했을 때 ‘이제 콩쿠르를 안 해도 되겠다’라는 안도와 기쁨을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콩쿠르 덕에 원하는 연주를 많이 할 수 있었고, 좋은 음악가들과 함께 좋은 홀에서 연주할 수 있는 것에 감사히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당시의 연주 스타일이 현재의 연주 스타일과 조금 달랐을 것이라며, “일부러 다르게 하려고 한 적은 없으나, 매일 거울을 보면 나는 똑같다고 느끼는데 남들은 늙었다고 하는 것처럼 연주 스타일도 변한 것 같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번 쇼팽 콩쿠르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승의 비결이 있었다면 여태 나간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을 텐데 그렇지 않았고, 운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컨디션을 조절해 무대에 설 것, 그리고 많은 기대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번 앨범에 쇼팽을 담은 데 대해 “2016년 이후로 의식적으로 쇼팽을 녹음하지 않았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는 많은 기회를 얻고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모두가 탐내는 자리이지만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각인될 위험이 있다. 그것을 원치 않아서 다른 작곡가의 곡들을 녹음했고, 5년이 지났으니 이쯤이면 다시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5년 전 <콘체르토 1번>을 녹음했기에 같은 악단과 지휘자로 사이클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콘체르토 2번>을 넣었고, 쇼팽의 곡 중 스케르초가 길이와 구성적인 면에서 무게가 있다고 생각해 녹음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어 “여태 생소한 곡을 연주한 적은 많지 않은데, 앞으로는 야나체크 소나타로 시작해서 많이 연주되지는 않은 헨델 같은 곡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음악에도 추억이 작용하는 것 같아요. 스케르초는 네 곡 모두 성격이 다르고 훌륭한 곡인데, <스케르초 2번>은 저랑 추억이 많은 곡이에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연주한 곡인데, 중학교 3학년이 되던 해 1월 정명훈 선생님 앞에서 연주해서 선생님과의 인연도 생겼고, 2007년에는 신수정 선생님이 들으셔서 인연이 생겼어요. 어떤 곡이 더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스케르초 2번>은 제게 특별한 곡이에요.”

조성진의 연주 모습(사진=크레디아)
조성진의 기자 간담회 연주 모습(사진제공=크레디아)

지난해 코로나가 발생할 무렵 3월 미국에서 연주를 하고 베를린으로 돌아가자마자 모든 연주가 취소되었고, 처음에는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오히려 기대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예술가들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다음이 언제가 될지 모르니까 새로운 곡을 연습해도 손에 잘 안 붙고, 어떤 곡을 완성하려 하지도 않게 되더라. 평소에 못했던 곡을 연주해보기도 했다”며, “피아니스트로서 활동하면서 연주하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연주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느끼게 됐다”고도 했다.

그는 평소 연주를 중계하는 것을 싫어하고 매우 긴장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콘서트를 많이 하면서 적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관중 콘서트는 라이브를 대체할 수 없다며, 관객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시간이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베를린 필과 첫 온라인 콘서트를 했을 때 많은 생각과 감정을 느꼈어요. 슬픔의 느낌도 있었고,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다는 데 대한 감사함도 있었고요. 저는 사람에게서 얻는 에너지가 있다고 믿는 편이에요. 그럴 때 시너지도 나오고요. 온라인으로 할 때는 리사이틀보단 협연이나 실내악이 수월한 것 같아요. 이번에는 관객이 있으니까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2020년 음반 녹음 당시를 상기하며 그는 “사람마다 녹음에 대한 철학이 다를 것 같다. 글렌 굴드는 녹음을 더 선호했던 편인데, 저는 무대를 더 선호한다”며 “그래서 녹음할 때도 라이브 콘서트처럼 하려고 하는데 관객 유무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져서 어렵다. 그래도 최대한 비슷하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들어보면 느낌이 다르다. 관객한테 받는 에너지 때문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자신에게 ‘음악가로서의 성공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어렵고, 자신은 아직 배워 나가는 입장이며 마흔이 되든 쉰이 되든 똑같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정도면 완성됐다’는 생각을 갖는 순간부터 발전은 없다고 믿는다고. 계속해서 발전을 도모하는 그답게 곡을 연주하고 해석할 때 모든 방면, 모든 방법을 열어놓고, 자신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여러 사람들과 선입견 없이 의견을 나눈다고 말했다.

그는 야나체크 <피아노 소나타>와 라벨 <밤의 가스파르>는 자신이 연주한 피아노 솔로 곡 중 테크닉적으로 가장 어려운 듯하다며, 음악적으로 거의 완벽한 곡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젊었을 때 자주 연주하고 싶은 곡이고 나이 들면 못 할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조성진은 2019년 통영에서 지휘를 한 적도 있는데, 그것은 “실험적 이벤트였고, 그때 지휘는 안 하겠다고 결정했다. 이유는 제가 재능이 없다. 대신 피아노 연주를 많이 하겠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외국 일정은 2년 전에 다 결정이 나서, 피아니스트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삶을 산다. 내후년 생일에는 어디에 있겠구나, 그런 걸 생각할 수 있다”고 운을 떼며 “내년 3월은 뉴욕, 베를린에서 연주한다. 그 후의 일정을 공개하는 것은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아직 못 받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다음 앨범으로는 “여태 해보지 않은 작곡가, 아마 바로크 쪽으로 해 볼 생각”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오늘은 오늘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내일 일은 내일 하자”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는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카네기홀, 빈에서 연주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런 꿈은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저는 제가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좋은 연주를 하면 많은 행복을 얻는 것 같다. 앞으로 할 작업이나 프로젝트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목표는 내년에는 조금이라도 더 계획된 연주를 하는 것이다. 아마 협연을 주로 할 것 같고, 3월에는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미국을 투어할 예정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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