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리뷰=서울] 강창호 기자 = 지난 1월 26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첼리스트 이정란의 리사이틀 <Franz & Felix>가 열렸다. 이날 이정란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위대한 두 음악가의 대비처럼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와 조화를 이루며 흥미로운 듀오를 펼쳐 보였다.
무엇보다 슈베르트와 멘델스존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동시대의 낭만주의지만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온 것 같은 두 사람의 이질적인 삶과 작품세계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극명하게 대비된 삶을 살아온 두 작곡가의 삶을 통해 그들의 인생과 음악을 다시금 조명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1부 슈베르트 곡을 연주하기에 앞서 이정란은 부와 고통의 색을 의미하는 자색(紫色 , purple) 톤의 드레스를 통해 가난과 고통의 삶을 살았지만, 결코 음악만큼은 차고 넘치도록 부유했던 슈베르트를 대변하는 듯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슈베르트의 불꽃같은 삶과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설명을 나직이 풀어놓았다. 반면 2부 멘델스존의 음악을 소개할 때는 밝은 레드핑크 계열의 드레스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색깔의 결'과 한결 가벼운 목소리는 "행운아"라는 의미를 가진 멘델스존 이름의 <Felix펠릭스>를 표현하기에 더없이 적절했다.
슈베르트 Franz vs 멘델스존 Felix
빈곤과 고통의 음악가 슈베르트 그리고 풍요와 행복의 음악가 멘델스존, 그들의 삶을 비교해 볼 때 여러 인생에 관한 생각들이 교차한다. 슈베르트는 1000여 곡이 넘는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지만 참으로 지독한 가난과 외로움 그리고 질병과 싸우며 짧은 31년의 생을 살았다. 반면에 소위 ‘엄친아’라고 할 만큼 부유한 은행가의 집에 태어나 ‘19세기의 모차르트’라 불리는 멘델스존은 풍요와 행복 가운데 그의 천재성을 마음껏 펼쳤다. 그 역시 38세의 짧았던 삶 속에서 바흐를 비롯하여 모차르트, 베토벤 그리고 슈베르트 등 주옥같은 곡들을 발견하여 세상에 알린 공로자이기도 하다. 공통점이 있다면 그 둘은 신동의 과정을 거쳐간 천재였다는 것과 짧은 삶 그리고 베토벤을 향한 열렬한 추종자였다는 것. 만약 그 둘의 운명이 바뀌었다면 어땠을까? 슈베르트가 멘델스존이 되고 멘델스존이 슈베르트가 되는… 그렇다면 과연, 그 둘은 여전히 슈베르트고 멘델스존이었을까?
흑과 백의 듀얼리즘! 슈베르트 d단조 VS 멘델스존 D장조
그러나 여전히 우리 곁엔 슈베르트가 있고 멘델스존이 있다. 한 겨울의 폭풍 같은 바람을 맞으며 들어야 할 것 같은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는 목소리만큼이나 비르투오적인 첼로의 깊은 비브라토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두근거리는 심장의 진동처럼 슈베르트의 절절한 마음이 느껴지는 이정란의 첼리즘은 라쉬코프스키의 피아니즘과 어우러져 그의 외로운 d단조의 노래들을 객석으로 전달했다. 또한 가장 밝은 장조로 알려진 D장조로 꾸며진 멘델스존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협주적 변주곡과 첼로 소나타 제2번은 구김없는 삶 속에 화려하고 세련된 멘델스존의 행복을 펼쳐냈다.
어둠과 빛이 한 무대에서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펼쳐진 이번 리사이틀은 1부가 ‘어둠’이라면 2부는 밝은 ‘빛’이었다. 프로그램 구성과 컬러 그리고 감정의 연출은 전체 콘셉트가 ‘듀얼리즘’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동시대 낭만음악의 젊은 천재 슈베르트와 멘델스존의 대비를 그려낸 공연이었다.
이윽고 첼로와 피아노의 여음을 뒤로하고 공연장 밖을 빠져나오면서도 여전히 한쪽 귓가에 슈베르트 또 다른 귓가에서 멘델스존이 들려오는 것은 무엇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