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花樣年華) Carpe Diem’ - 박상훈 사진전
‘화양연화(花樣年華) Carpe Diem’ - 박상훈 사진전
  • 이미우 기자
  • 승인 2021.09.16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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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나우서 11년 만의 개인전

[더프리뷰=서울] 이미우 기자 = 평범한 것을 비범화시키는 탁월한 시선의 사진가 박상훈의 여덟 번째 개인전이 10월 1-31일 한 달 동안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열린다(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 일요일 휴관). 오프닝 리셉션은 10월 5일 오후 5시로 예정돼 있다.

2010년 <torso> 시리즈 발표 이후 11년이라는 긴 침묵을 깨고 <화양연화(花樣年華)>라는 타이틀로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전시이다. 자연 중에 사람이 가장 흥미로운 탐구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시선과 방식으로 신선한 시대적 사진 언어를 제시한다.

박상훈은 본인에게 아주 익숙한 장소들인 작업실 근처 도산공원, 봉은사 등에서 산책을 하다 보이는 것들에 주목한다. 어디서나 평범하게 볼 수 있는 꽃, 벌, 나비, 벌레, 개미 등 아주 평범한 것들, 아주 작고 존재감 없는, 그리고 너무나 평범해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그러한 것들을 통해 작가만의 비범한 시선과 새로운 양식을 보여준다.

박상훈, 화양연화 Carpe Diem Flower 10, 2018-2021
박상훈 '화양연화 Carpe Diem Flower 10', 2018-2021

“프로 사진가로 명성이 높은 박상훈 작가가 한국의 프로 사진작가들이 손대기를 꺼려하는 꽃 사진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통속적인 보기(seeing-as)를 뛰어 넘어 보기(seeing)를 하는 작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말하자면, 그는 사적으로 형성된 사회적 ‘나의 눈’이라는 보기의 주체를 간헐적으로 내려놓고 순수한 어린아이의 눈, 즉 ‘진아(眞我)의 눈(unalloyed eye)’으로 세상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 (홍가이의 평론에서)

오랫동안 아날로그 작업을 해왔던 그가 이번 전시에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서 두가지 형식이 중첩되고 융합된 새로운 형식을 제시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허물을 벗는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는 치열한 작가정신을 엿볼 수 있는 작업인 셈이다. 그의 작품에서는 자연스럽고 처연한 아름다움을 지닌 꽃들 사이에서 디지털로 해석된 가상의 아침 이슬을 발견하는 놀라움과 즐거움을 준다. 꽃에 걸린 디지털 픽셀로 만들어진 이슬은 꽃에게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화룡정점의 순간으로 해석된다.

박상훈, 화양연화Carpe Diem Flower 01, 2018-2021, Detail Image
박상훈 '화양연화Carpe Diem Flower 01', 2018-2021, Detail Image

그의 작업에서 인체의 토르소나 나무의 토르소가 하나의 이야기인 것처럼 그의 오랜 작업 <새벽풍경>과 <화양연화> 시리즈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어진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 시공간의 감각적 합일 등 그의 철학을 탁월하고 섬세한 그만의 감각으로 이번 <화양연화> 시리즈에서 또 다시 보여준다.

그는 꽃에 걸린 이슬 역시 찰나찰나 순간순간의 영원성이라는 같은 하나의 맥락을 지니고 있음을, 인생이 모두 아름답지만 꽃, 벌레, 이슬을 보고 있고 내가 존재하는 이 순간의 경이로움을 말한다. 꽃들 사이에서 신비롭게 발견되거나 혹은 공기 중에서 춤을 추듯이 존재하는 픽셀로 만들어진 이슬, 그리고 행인들의 몸짓 등에 내재된 진정한 화양연화, Carpe Diem, 즉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스스로 즐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박상훈, 화양연화 Carpe Diem Flower 02, 2018-2021
박상훈 '화양연화 Carpe Diem Flower 02', 2018-2021

”무심히 보았던 꽃 한 송이와 벌레들이 안간힘을 쏟으며 살아가는 이유를 여전히 모르겠다. 반짝이는 별처럼, 영롱한 이슬처럼 살고 싶어 하는 것일 게다, 짐작할 뿐이다. 지금 보고 듣고 느끼는 순간순간이 화양연화라고...“ (작가 노트)

”어릴 적 아주 어릴 적부터 주먹만 한 가슴 한켠에 가지가지 온갖 씨앗들이 날아와 터를 잡은 지도 모른 채, 쌓이는 시간만큼이나 켜켜이 묻혀버린 씨앗들은 언제 피어날지 모를 긴 여정을 함께하다 어느덧 번개처럼 발아(發芽)되는 것을 마주하게 된다. 놀라움과 반가움으로 맞이한 그 씨앗들이 꽃으로 피어날지 나무로 자랄지 모를 싹에 물을 주고 가지를 치며 애써 키우다가도 미련 없이 돌아서는 나를 본다.“ (작가 노트)

2015년부터 3년간 인천국제공항에서 김환기 화백과 함께 한국을 알리는 작가로 선정된 바 있는 박상훈은 1982년, 86년과 94년 <우리나라 새벽여행>展 등으로 한국 풍경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한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들의 사진을 찍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화려한 이미지로 기억되는 유명인사들(안성기, 송강호, 김희애, 김혜수, 전도연 등) 사진에서 미장센을 철저히 배제한 인간의 모습, 그들의 깊은 내면을 이끌어내어 자신만의 사진 언어를 구축해 호평을 받았다.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새롭게 도전하는 그의 치열함 때문이며, 그의 이런 정신은 이번 <화양연화>展에서도 한층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풍경, 인물, 누드 등 다양한 장르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 온 그는 모교인 중앙대학교에서 사진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다.

사진가 박상훈 (사진제공=갤러리 나우)
사진가 박상훈 (사진제공=갤러리 나우)

박상훈 이력

개인전(총 8회)

2021 <화양연화> 갤러리 나우, 서울

2010 <torso> 갤러리 그림손, 서울

2006 <Who are you> 갤러리 인, 서울

2004 <박상훈 박상희 형제전> 파리 한국문화원, 프랑스

1994 <우리나라 새벽 여행> 예술의전당, 서울

주요 단체전

2011 사진가 임응식 탄생 100주년 사진전, 현대국립미술관, 서울

2009 KARSH 사진전, 예술의 전당, 서울

2008 한국현대사진 60년 초대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07 거울신화, 아트선재센터, 서울

2006 동강국제사진제, 동강사진박물관, 강원도

2005 대구사진비엔날레, EXCO, 대구

1998 98서울사진대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1994 한국 현대사진의 흐름, 예술의전당, 서울

1993 93한국현대사진전, 예술의전당, 서울 등 다수

수상 및 게재

1994 The New York Festivals, 미국

1992 Photo Technique International 독일 잡지 게재 등 다수

작품집

<화양연화-Carpe Diem>

<우리나라 새벽 여행>

<돌의 노래>

<쉬면서 길에게 길을 묻다>

작품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박경리토지문학관, 이디야 커피, 커피 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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