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창작, 예술본위 축제로 거듭날 것”- 전주세계소리축제
“참신한 창작, 예술본위 축제로 거듭날 것”- 전주세계소리축제
  • 이미우 기자
  • 승인 2021.09.23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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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9일 개막, 40여회 공연
2021 전주세계소리축제 포스터 (사진제공=전주세계소리축제)
2021 전주세계소리축제 포스터 (사진제공=전주세계소리축제)

[더프리뷰=서울] 이미우 기자 = 올해 제20회를 맞는 전주세계소리축제(JISF)가 코로나19에 맞서 새롭고 참신한 창작을 지향하고, 예술의 가치와 본질에 천착함으로써 위축된 문화예술시장을 돌파하겠다는 정면승부의 의지를 내보였다.

박재천 예술감독은 22일 더프리뷰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려운 시국일수록 정도를 밟겠다”며 20주년을 맞아 지나온 길을 반추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초청공연 하나하나에도 예술성과 작품성을 우선순위에 두고, 올해를 ‘본격적 고순도(高純度) 예술제’로 격상시키는 결정적 단계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올해 축제는 오는 9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닷새 동안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14개 시.군을 찾아가며 40여 회의 공연을 올릴 계획이다.

올해 프로그램 구성을 보면 그동안 축제의 근간을 이뤄온 판소리에 대한 다각적이고 깊이 있는 재조명이 눈에 띈다.

먼저 지난 10여 년간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이른바 ‘한국형 월드뮤직’팀을 발굴하고 해외진출을 모색해 온 ‘소리프론티어’의 변화가 그것이다. 올해 소리프론티어는 ‘시즌2’라는 이름으로 판소리를 확장한 장르의 변화를 실험한다. 올 초 공모에 응한 33편 가운데 7편을 선별, 멘토링을 통해 초연 또는 각색될 예정이다. ‘창작’과 ‘새로움’이 올해 축제를 수식하는 표제어라면, ‘소리프론티어 시즌2’는 그 선두를 책임지는 프로그램이다.

출연작은 <TALE>(판소리공장 바닥소리) <풍각쟁이>(소리극단 도채비) <햄릿 혼잣말>(플레이위드) <심청: 꽃을 든 여인>(민속악회 맴돌) <여기 잠시 머물다, 다시 돌아갑니다>(한사코) <이름>(비로소 판소리) <놀부 FLEX>(휠러스) 등이다.

메인 프로그램인 ‘판소리 다섯바탕’은 스타 소리꾼 방수미, 박애리, 정상희의 연창으로 듣는 <춘향가>와 김준수, 유태평양, 정보권이 함께 꾸미는 <흥보가>가 도드라진다. 매력적인 음색과 각자 청이 다른 중견 여성 소리꾼 3인방, 젊고 패기 있는 남성 소리꾼 3인방이 매혹적인 개성과 모던한 조화를 이루며 판소리 연창의 색다른 지평을 선사한다.

‘젊은 판소리 다섯바탕’은 젊은 소리꾼 5명의 릴레이 무대로 약 3시간에 걸쳐 개인 해설을 가미해 흥미와 집중도를 높일 계획이다.

20주년 특집 개막공연 <RE:Origin> 역시 판소리 다섯바탕 눈대목의 다채로움을 선사할 예정. 축제를 상징하는 스무 명의 패널이 출연, 다양한 이야기와 공연영상 위로 20년 세월이 자료화면으로 오버랩되면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진짜 산조’와 ‘진짜 상쇠’

올해는 실내공연 중심 축제로서 작품성을 갖춘 프로그램에 공을 들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메인 프로그램인 <광대의 노래>와 <산조의 밤>은 좀 더 예술성을 갖추는 데 공을 들였다. <광대의 노래>는 ‘사금(四金)’이라는 이름으로 상쇠 명인들의 오리지널 쇠가락을 한 자리에서 듣는 무대다. 농악단의 판놀음을 조율하고 이끌어가는 각각의 리더들이 ‘상쇠’라는 묵직한 이름을 어떻게 지켜오고 열정을 쏟아 왔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 임광식, 류명철, 유지화, 손영만 명인이 출연해 각기 다른 풍경 속 하나의 어우러짐, 대동의 판굿을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산조의 밤>은 정통 산조의 깊은 맛을 내는 데 집중한다. ‘산조 같지 않은 산조’라는 비판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진짜 산조’를 제시하겠다는 것. 지순자, 강정숙 명인의 순도 높은 가야금 연주를 준비하고 있다. 수많은 명 공연 속에서 한국 음악사에 기록될 만한 두 명인의 공연을 이번 축제에서 재현한다. 바람처럼 깃드는 지순자 명인, 물처럼 흐르는 강정숙 명인의 연주는 가히 ‘국금(國琴)들의 열전’이라 불리며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춤의 격조, 모던테이블의 <다크니스 품바> 등

국립현대무용단의 <HIP合>과 모던테이블의 <다크니스 품바>, 가족공연 <미스터리 퍼포먼스 스냅 SNAP meets Sori>은 올해 프로그램 중 가장 핫한 코드. < HIP合>은 현대무용과 스트리트댄스, 국악을 접목한 공연이다. 김보람, 김설진, 이경은 등 세 안무가의 역동적인 몸짓과 국악 바탕의 사운드 디자인이 쾌감의 정점으로 이끈다. 8월 서울 초연에 이어 두 번째 무대로 전주세계소리축제를 택했다.

<다크니스 품바>는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컨템포러리 작품. 한국인의 한(恨)을 전통소리 품바의 선율에 실어 한바탕 신명의 몸짓으로 재해석했다. 남성 무용수만으로 이뤄진 작품답게 역동적인 곡선미와 강렬한 움직임이 매력적이다. 한국 무용계의 변화를 끊임없이 시도해 온 젊은 안무가 김재덕이 독창적인 표현방식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가족공연 <미스터리 퍼포먼스 스냅 SNAP meets Sori>은 동화적인 스토리텔링을 토대로 미디어아트, 그림자놀이, 마임 등과 결합된 무한한 마술의 세계를 무대 위에 펼쳐놓는다. 소리축제와의 만남을 위해 특별히 국악과 소리 요소를 결합할 예정이어서 더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밖에 선우정아, 강허달림, 하림 등 독특한 보이스를 가진 매력적인 싱어송라이터들이 축제의 풍성함을 더할 예정이다. 전북CBS 별빛콘서트, 정읍수제천보존회 등의 공연도 준비돼 있다.

미스터리 퍼포먼스 스냅 (사진제공=전주세계소리축제)
미스터리 퍼포먼스 스냅 (사진제공=전주세계소리축제)

탱고와 아쟁의 만남

아스토르 피아졸라 탄생 100주년을 맞아 멀리 아르헨티나에서 날아온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이 소리축제에서 특별히 아쟁 김영길 명인과의 합동 무대를 준비하고 있어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축제는 폐막공연 <Fever Time-전북청년열전>을 통해 마무리된다. 지난해 <전북청년 음악열전>으로 지역 예술인들의 역량을 쏟아내며 파괴적인 무대를 선사했던 소리축제. 그 성원과 관심에 힘입어 ‘매혹적인 로컬문화’의 총화를 매년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무용을 중심으로 다장르 음악들이 합을 맞출 계획이다.

자세한 공연 내용과 일정 등은 축제 홈페이지 참조. 입장권은 나루컬쳐와 인터파크를 통해 사전예약 또는 구입할 수 있다.

다크니스 품바 (사진제공=전주세계소리축제)
다크니스 품바 (사진제공=전주세계소리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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