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프리카 현대무용의 대모 제르멘 아코니, 베네치아 황금사자상
[단독] 아프리카 현대무용의 대모 제르멘 아코니, 베네치아 황금사자상
  • 배소연 기자
  • 승인 2021.09.24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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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그녀의 헌신과 노력의 결과로 세상의 빛을 본 아프리카 현대무용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제르멘 아코니 (사진제공=베네치아 무용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제르멘 아코니 (사진제공=베네치아 무용 비엔날레)

[더프리뷰=서울] 배소연 기자 =  ’아프리카 현대무용의 대모'라는 호칭 외에는 달리 부를 길이 없는 제르멘 아코니(Germaine Acogny)가 2021년 베네치아 무용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시상식은 축제 기간인 지난 7월 24일 이탈리아 베네치아 피콜로 아르세날레 극장(Teatro Piccolo Arsenale)에서 있었다. 

평생 아프리카 현대무용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세네갈 출신의 아코니는 평생공로상에 해당하는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은사자상은 현재 안무가로서 상승일로를 타고 있는 북아일랜드 출신의 우나 도허티(Oona Doherty)가 받았다. 

아코니는 시상식에서 "춤으로 삶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라며 "아프리카 현대춤의 부흥과 변화를 위해 열정을 전파한 데 대한 격려라고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베네치아 댄스 비엔날레의 무용감독을 맡은 웨인 맥그리거는 그녀의 작품들을 추천하며 "창의적이며 멘토로서의 그녀의 영향력은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수많은 젊은 무용가들에게 유산이다."라며 ”멈추지 않는 그녀의 비전에 우리 모두 주목하고 축하해야 한다“고 전했다.

오늘날 ‘아프리카 현대무용의 어머니'로 세계적인 평가를 받게 된 아코니의 원동력은 수준 높은 예술성과 교육열, 그리고 실천력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44년 5월 28일생인 그녀는 세네갈계 프랑스인으로 흑인 체형으로 자신에 맞지 않는 자세를 요구하는 기존의 현대무용에서 벗어나 아프리카의 전통춤과 움직임을 중심으로 그 동안 배운 현대무용의 테크닉을 접목, 아프리카 현대무용을 개발했다. 

제르멘 아코니의 저서 ’아프리카 춤(African Dance)‘
제르멘 아코니의 저서 ’아프리카 춤(African Dance)‘

1977년부터 1982년까지, 레오폴드 셍고르(Léopold Sédar Sénghor) 세네갈 초대 대통령과 불세출의 세계적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Maurice Béjart)가 설립한 무드라 아프리카(Mudra Afrique) 무용학교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면서, 아프리카 대륙의 무용학교 모델로 아코니만의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했고 현대 아프리카 안무의 주창자가 되었다.

모리스 베자르에서 주잔네 링케(Susanne Linke)와 올리비에 뒤부아(Olivier Dubois)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무용가들과 활발한 교류를 했으며, 남편 헬무트 포그트(Helmut Vogt)와 함께 2004년 6월 서아프리카 현대무용의 산실인 모래학교(École des Sables)를 설립했다. 그 외에도 아프리카 장비(Jant-bi) 무용단 창립을 통해 후학 양성부터 무용 교류, 작품 개발, 국내외 공연 등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쳐 왔다.

제르멘 아코니가 설립한 모래학교 전경 (사진출처=모래학교 페이스북)
제르멘 아코니가 설립한 모래학교 전경 (사진출처=모래학교 페이스북)

프랑스와 세네갈에서 대통령과 문화부장관 등이 수여하는 훈장을 받았고, 최근에는 서아프리카경제협력기구(ECOWAS)의 예술부문 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지금까지 걸어온 그녀의 아프리카 춤에 대한 열정과 헌신의 행보는 아프리카 청년들에게 그들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일깨워주었다. 

아코니는 최근 모래학교의 교장 자리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더욱 자유로운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 한 차례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은사자상을 수상한 우나 도허티 (사진제공=베네치아 무용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수상한 우나 도허티 (사진제공=베네치아 무용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받은 무용수/안무가 우나 도허티(1986-)는 무용 작품에서 보기 어려운 성 정체성과 종교를 소재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했다. 2015년 자신이 안무한 <희망 사냥과 나사로의 승천 Hope Hunt and the Ascension into Lazarus>을 알아본 평론가와 관객들을 통해 서서히 영국과 유럽에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30분 짜리 솔로 작품으로 더블린 프린지(2016), 에어로웨이브즈(2016/17), 에딘버러 프린지(2017)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한국에서는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의 초청을 받았으나 개인 사정으로 행사 직전에 취소된 바 있다.

제르멘 아코니의 ’Somewhere at the Beginning‘ (c) Thomas Dorn
제르멘 아코니의 ’Somewhere at the Beginning‘ (c) Thomas Dorn

올해 베네치아 무용 비엔날레는 7월 23일부터 8월 1일까지 열흘 동안 열렸다. 특히 제르멘 아코니와 미카엘 세르(Mikaël Serre)는 공동 안무작 <Somewhere at the Beginning>을, 우나 도허티는 <Hard To Be Soft. A Belfast Prayer>를 선보였으며, 그 외에도 조세프 나지, 웨인 맥그리거&크리스털 파이트, 마르코 다고스틴 등 총 15편의 작품이 공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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