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모니터] 대구시립무용단 기획공연 ‘SPIN OFF(스핀오프)’
[공연모니터] 대구시립무용단 기획공연 ‘SPIN OFF(스핀오프)’
  • 더프리뷰
  • 승인 2021.10.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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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용수가 아닌 안무가로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 춤
 임현준 안무, '웃픈 happsady' (사진제공=대구시립무용단)

[더프리뷰=대구] 권효원 현대무용가 = 김성용 예술감독 부임 이후 2019년부터 새로 기획된 대구시립무용단 단원 창작 기획공연 ‘SPIN OFF(스핀 오프)’. 작년에도 기획되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취소되어 아쉬웠는데 올해는 다행히 공연을 하게 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관람했다. (2021.9.30-10.1,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

대구시립무용단 단원들이 직접 안무하고 출연하는 ‘스핀 오프’는 매일 함께 땀 흘리고 호흡하는 동료들과 각자 안무자와 무용수가 되어 창작 작품을 내놓는 공연이다. 그들이 직접 안무한 작품이 춤을 통해 관객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가 되었다. 여섯 안무가(김홍영, 김동석, 박종수, 송경찬, 임현준, 최상열)의 다양한 작품은 이틀에 걸쳐 하루에 세 편씩 공연되었다.

독립 무용가인 나에게 대구시립무용단이 갖추고 있는 작품 제작 시스템은 이상적이다. 모든 단원이 상근단원이고 전용 연습실도 갖추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시간적, 공간적 환경이 더 좋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연 후에 들어보니 코로나 이후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무용수들이 교차 출근을 하면서 공연을 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해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나 역시 창작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작품을 제작하고 그것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과정들을 거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많은 작품들이 무대에서 공연되기 전까지 생각지도 못한 우여곡절의 상황을 무수히 겪는다. 요즘같이 모이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의 작업은 얼마나 큰 어려움이 있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어려움을 견디며 무대에 선 여섯 명의 안무가 작품을 감상한다.

김홍영 안무 <Triangle>

김홍영 안무 'Triangle'
김홍영 안무, 'Triangle' (사진제공=대구시립무용단)

2020년 스핀 오프는 코로나로 취소되는 바람에 짧은 작품 리서치 영상 클립을 제작해 온라인으로 관객과 만나는 ‘텅 빈 객석’으로 대체되었는데, 당시 제작된 안무자의 작품 리서치 영상이 작품 도입부에 재생되었다. 1년이 연기되었으니 작품이 짧지 않은 시간 리서치를 통해 만들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작품은 세 무용수(송은주, 박기범, 김홍영)가 삼각 구도로 앉아서 손으로 삼각형을 만들며 시작된다. 이들의 움직임은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일정한 하나의 흐름으로 진행되는데 안무자의 묵직하게 연결된 움직임이 각자 다른 세 무용수의 같은 흐름으로 확장된다. 군무의 형식이 주를 이룬 이 작품은 각자의 다름이 안무자의 하나의 움직임 플로(흐름)로 연결되어 조화를 이루었다.

 김동석 안무 <Texture Body>

 김동석 안무, 'Texture Body' (사진제공=대구시립무용단)

안무자의 솔로로 이끌어 가는 이 작품은 천 마스크를 얼굴 위로 올려 쓴 채 눈, 코, 입을 모두 가리고 시작된다. 무대 위에서 무용수가 시각적 동기를 배제하고 춤을 춘다는 것은 하나의 감각을 상실하는 동시에 열려있는 다른 감각을 더욱 확장하는 또 다른 의미의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오로지 청각과 스스로의 움직임에 의한 촉각에 집중한 상태로 진행되어 관객과 시각적 소통(Eye Contact)을 하지 않아도 무용수가 무대 위에서 움직이는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관객과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박종수 안무 <저녁노을>

 박종수 안무, '저녁노을' (사진제공=대구시립무용단)

무대 위에 스탠드 옷걸이 한 점과 붉은색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 그리고 검은색 의상의 무용수들이 잠깐씩 등장했다가 퇴장한다. 붉은색 의상을 입은 세 명의 무용수(이광진, 손하은, 박종수)가 이끌어가는 이 작품은 안무자 특유의 음악 선정과 표현적인 장면 구성으로 ‘스핀 오프’의 다른 안무가들의 작품과는 다른 분위기를 띠었다. 세 무용수의 각자 솔로 중 손하은의 솔로 마무리 지점에 관객을 가만히 응시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묘한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때로는 많은 말을 할 때보다 단순해도 강력하게 다가오는 말 한 마디가 있듯, 실컷 춤을 추고 난 후에 가만히 관객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무용수가 지금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작품은 집단무가 아닌 파편적 장면들이 나열되며 진행되었는데 작품 후반부 세 명의 무용수가 나란히 서로 기대어 서서 함께 저녁노을을 바라보는 듯한 장면에서는 긴 하루의 마무리에 옆에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했다.

송경찬 안무 <ZEROxHEART>

 송경찬 안무, 'ZEROxHEART' (사진제공=대구시립무용단)

안무 노트에 쓰인 ‘인간의 기계화, 인간성을 되찾으려는 노력’에 대한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화두였기에 궁금했다. 네 명의 무용수(김분선, 강주경, 서해영, 송경찬)가 마치 기계가 움직이듯 하나의 큰 형태 안에서 주로 두 명씩 대칭을 이루며 스타카토의 움직임으로 작은 형태를 변형해 가는데 작품 끝까지 비슷한 움직임의 질감과 형태로 진행이 된다. 강렬한 전자 음악을 바탕으로 비명인지 웃음소리인지 모를 사람들의 말소리와 아름다운 오페라 아리아가 희미하게 들리는 이 작품은 마치 사람은 항상 존재하고 있는데 보이는 모습은 모두 기계처럼 보이는, 함께 춤추면서도 서로가 사람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표현한 듯했으며, 이렇게 수많은 형태를 오차 없이 실현하기 위해 무용수들의 연습량이 얼마나 많았을 지를 짐작하게 했다.

 임현준 안무 <웃픈 happsady>

어두운 조명에 리듬을 타듯 흔들거리는 다섯 무용수(박정은, 오찬명, 김경영, 여연경, 임현준).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서 맞고 틀림이 다르듯 다섯이 모여 뒷모습으로 흔들거리는 첫 장면은 맞고 틀림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라고 조용히 외치는 듯했다. 이후 전면 조명을 받으며 관객을 바라보고 있는 안무자의 웃픈 표정이 안무 노트에 쓰여 있듯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맞고 틀림을 규정하는 수많은 기준들, 부조리를 비웃는 듯했다.

 최상열 안무 <무의식의 의식>

 최상열 안무, '무의식의 의식' (사진제공=대구시립무용단)

이 작품은 ‘비오는 밤 교통사고를 당한 여자’의 무의식에서부터 출발한다. 무대 끝에 쓰러진 여자(이람)의 발목을 잡고 반대편 무대 끝으로 끌고 가는 남자(김인회), 잠깐 암전이 되었다가 다시 조명이 들어온 공간에는 그 남자가 쓰러진 여자와 같은 자세로  그 자리에 누워 있다. 이후 안무자 최상열과 무용수 김인회의 2인무가 주를 이루며 최상열 안무자만의 테크니컬한 움직임을 김인회 무용수와의 호흡을 통해 완성한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진행된 역동적인 2인무가 끝나고 노라 존스(Norah Jones)의 <Don’t know why>가 흘러나오며 쓰러졌던 여자가 다시 무대 위에 나와 모래비를 맞으며 마무리된다.

생각보다 긴 팬데믹은 사회의 다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공연예술계에 막대한 어려움을 안겼다.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지금 상황에서 예술가가 해야 할 일들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대구시립무용단에게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 내년 ‘스핀 오프’에서는 또 어떤 안무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역시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앞으로도 꾸준히 작업에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 권효원은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독립 무용가로 활동하고 있다. 사람과 춤, 동시대에 대한 고민을 화두로 작품을 만드는 현대무용 단체 ‘권효원&CREATORS’의 리더로,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창작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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