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인생 50년...무대 위에서 그리는 윤석화의 자화상
무대인생 50년...무대 위에서 그리는 윤석화의 자화상
  • 이시우 기자
  • 승인 2021.10.14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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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 산울림, 윤석화 아카이브1 ’자화상’
'하나를 위한 이중주' '목소리' '딸에게 보내는 편지'의 감동을 다시 한번!
윤석화 아카이브 '자화상 1' 포스터

[더프리뷰=서울] 이시우 기자 = 연기 인생 50년을 바라보는 배우 윤석화가 오는 10월 21일부터 11월 20일까지 소극장 산울림에서 윤석화 아카이브 <자화상 1>의 첫 번째 무대를 연다. 윤석화가 연출, 구성, 출연으로 참여해 본인의 무대 위 삶을 되돌아보면서 관객에게도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다.

<자화상>은 그동안 윤석화가 소극장 산울림에서 출연했던 연극 중 대표작들을 선정, 명장면들을 엮어 재구성하는 형식이다. <윤석화 아카이브> 작업의 첫 편으로, 자신의 첫 산울림 무대였던 <하나를 위한 이중주>, 임영웅 연출과의 첫 작업이었던 <목소리>, 그리고 장기공연의 신화를 이끌어낸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골랐다. 이번 <자화상 1>에선 이러한 작품들의 하이라이트를 연기, 노래, 안무 등을 통해 자유롭게 재해석하며 풀어내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윤석화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담은 영상이 연극적으로 활용될 것이다. 특히, <하나를 위한 이중주>에서는 스테파니를 치료하는 펠트만 박사 역으로 배우 김상중이 목소리를 맡아 특별 참여한다.

한편 <윤석화 아카이브>는 아카이브 1–소극장 산울림을 시작으로, 2-예술의전당 편(<덕혜옹주> <명성황후> <마스터클래스>), 3-사라진 극장 편(<신의 아그네스> <나, 김수임> <위트>)으로 연이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어려운 시기에 극장을 찾는 관객들을 위해 특별 이벤트도 준비중이다. 윤석화를 응원하는 동료 연기자들(송일국 유준상 박정자 손숙 최정원 박건형 박상원 유인촌 김성녀 배해선 남경주 양준모 등)이 일일 하우스 매니저로 참여, 공연 시작 전 직접 프로그램북을 나눠주고 공연 시작을 알리는 안내 코멘트를 맡을 예정이다.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한 윤석화는 <하나를 위한 이중주> <목소리> <딸에게 보내는 편지> <신의 아그네스> <명성황후> <덕혜옹주> <마스터 클래스> <나, 김수임> <위트>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한국 연극계의 대표 여배우로 자리잡았다.

“윤석화, 돌아보다, 배우의 삶을”

연기 인생 50년을 앞두고 있는 배우 윤석화. 서정주의 싯귀처럼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돌아와’ 거울 앞에 선다. 긴 세월 그는 아름다운 꽃이었고, 때론 세파에 흔들리고 상처받는 갈대였고, 그 누구보다 굳건히 무대를 지켜온 나무였다. 생명과도 같은 연극은 그의 자존심이었고, 어느 무대에 서더라도 폭발하는 에너지와 강렬한 존재감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그의 연기는 연극의 매력 그 자체였다. 배우 윤석화를 통해 살아 숨 쉬던 그 수많은 인물들을, 그와 함께 울고 웃던 시간들을 우리는 기억한다. 세상이 더 빠르게 변해가고 연극이 지닌 본연의 힘마저 위태로워진 시대에, 우리는 문득 그리워진다. 무대 위에서 혼신을 다하는 윤석화의 그 불꽃같은 열기와, 관객과 소통하며 연극에 생기를 불어넣던 그 유쾌한 입담과, 극장을 나선 후에도 전율처럼 남던 그 강렬한 여운. 배우도 관객도 나이를 먹고 어쩌면 희미한 기억 속 어딘가에 봉인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그 순간들을, 윤석화는 관객과 함께 마주 보며 대답 없는 질문들을 던지려 한다.

“윤석화, 돌아가다, 고향 같은 무대로”

자화상. 윤동주가 말했듯, 들여다보면 미워지는 얼굴, 가여워지는 얼굴, 그래도 그리워지는 얼굴. 지금의 윤석화가 과거의 윤석화에게 던지는 질문. 지나간 무대들은, 과거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지금의 나는, 빛바랜 거울 속의 내 모습과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그 긴 연기인생 속에서 유독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면들과 이야기를 되새기는 일, 그것이 배우 윤석화가 무대 위에서 그리고자 하는 자화상이다. 그 여정은 아마도 길 것이고, 시작은 어쩌면 자연스럽게도 소극장 산울림이다.

1988년 <하나를 위한 이중주>로 처음 산울림 무대에 섰던 윤석화는 그 후 2004년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소극장 산울림과 함께하며 산울림의 황금기를 이끈 주역들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고향’이라고 부르는 산울림의 무대에서, 그는 임영웅 연출을 비롯한 산울림 단원들과 동고동락하며 수많은 관객들을 맞이해왔다. 힘들었지만 열정 하나로 버티던 시절, 그때 그는 배우였고, 연출가였고, 번역가였고, 무대감독이었고, 연극의 모든 것이었다. 이제 아주 오랜만에 그 무대로 돌아온 그는, 예전의 낡은 대본을 다시 펼치며, 그 객석과 다시 마주하고자 한다. 그때의 긴장감보다는 훨씬 여유 있고 자유롭게, 옛 친구와 다시 만날 때처럼, 반가우면서도 살짝 설레는 마음으로.

화가 조덕현, <윤석화 아카이브>를 위해 작품 헌정

오랫동안 윤석화의 진정한 팬이자 장르를 넘는 우정을 지속해온 예술가 조덕현이 이번 공연을 위해 '윤석화 오마주'를 만들었다. <윤석화 아카이브> 프로젝트가 총 3부로 기획됨에 따라, 각 테마에 맞추어 삼면화(triptych)로 제작될 예정이다. 대망의 첫 번째 작품은 <딸에게 보내는 편지> 테마로, 1930년대 할리웃 스타의 클리셰 스타일를 차용했다.

조덕현, '윤석화 오마주' (장지 위에 연필로 그린 그림)

 

■ 작품 소개

● <하나를 위한 이중주> (1988.12.14.-1989.4.30.)
“음악은 일종의 천국이에요. 음악은 인간을 일상생활로부터 끌어올려 다른 세계로 데려가줘요. 바로 그것이 저의 승리죠.”

톰 켄핀스키의 원작을 윤석화가 번역했고, 주인공인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파니 역을 맡아 절망과 구원 사이를 오가는 섬세하고 열정적인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윤석화는 인물의 심리적 변화가 두드러지는 순간들을 포착, 30년 만에 다시 스테파니와 만난다. 스테파니를 치료하는 펠트만 박사 역은 배우 김상중이 목소리로 특별 참여한다.

● <목소리> (1989.10.27.-1990.1.31.)
“꿈을 꿨어요. 깊은 바다에 잠겨 오직 가느다란 공기관으로 연결되어 있는 꿈. ᠁ 결국, 당신이 이 전화를 끊으면 그 공기관이 끊어지는 것이네요.”

천하의 윤석화도 긴장하고 주저하게 만들었던 장 콕토의 1인극. 임영웅 연출과의 산울림 첫 작업이기도 했던 이 작품은, 전화기 하나에만 의존한 채 여배우 한 명이 오롯이 무대를 감당해야 했던,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 결과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윤석화라는 배우의 '목소리'가 얼마나 다양한 표현과 울림을 지니고 있는지 새삼 확인하게 된다. 전화기 너머의 누군가에게 토해내는 절규, 죽음과도 같은 사랑,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그 순간을, 이제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된다.

● <딸에게 보내는 편지> (1992.3.20.-1992.12.6.)
“내 딸아, 난 노력하고 있어. 생각은 잘 못하지만 난 노력하고 있어. 난 애써서... 다시 태어나려고 노력하고 있어. 문제는... 너무 늦은 걸까?”

아놀드 웨스커의 원작을 임영웅이 연출한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신의 아그네스> 이후 대중에게 각인된 배우 윤석화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된 전설적인 공연이다. 단 한 번의 암전도 없이 90분 동안 무대를 지키며 열연하고 노래하는 윤석화는, 장기공연 내내 산울림의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에게 큰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생명과도 같은 딸을 둔 배우 윤석화에게도, 이 공연을 기억하는 관객에게도,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그가 다시 들려줄 선물과도 같은 노래와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한편 산울림 아트앤크래프트(소극장 산울림 건물 1층, 2층)에서는 그간 산울림 극장 52년의 역사를 담은 아카이빙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오늘날의 활발한 여성 서사가 있기 이전부터, 일찍이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공연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켜왔던 산울림의 ’여성 연극‘에 초점을 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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