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 공연
국립현대무용단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 공연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1.10.19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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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생존과 죽음, 성취와 공허에 관한 이야기
남정호 예술감독 취임 후 2020년 첫선, 2021년 대면공연으로 돌아와
국립현대무용단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 포스터
국립현대무용단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 포스터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국립현대무용단이 오는 22(금)-24일(일), 남정호 예술감독 안무작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는 지난해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공개된 작품으로, 대면공연은 올해가 처음이다. 공연이 이루어지는 60분간, 무대 위 주인공들의 생존과 탈락을 가르는 ‘유희’의 장면들이 다양한 변주로 펼쳐진다. 남정호 안무가는 사전 인터뷰*에서 본 작품을 ‘경쟁 사회에 관한 우화’라고 설명하며 “자기가 살기 위하여 타인을 배제하고 자연을 훼손하는 시대를 살아 온 삶의 기록”이라고 덧붙였다.

약 1시간 동안 총 11번,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유희와 ‘승패’
작품은 다양하게 변모하며 이어지는 유희 장면들과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존-탈락자를 반복적으로 제시한다. 유희의 장면이 하나씩 끝날 때마다 승리자들만의 특권처럼 짤막한 축무가 펼쳐진다. 무대 위 무용수 12명이 최종 1명이 될 때까지 유희의 굴레는 계속된다. 작품이 전개되는 방식이 명백히 구조화되어있다면, 개성 강한 무용수들이 선보이는 각자의 움직임들은 무대 위 다양성과 재미를 더한다. 일상적·유희적 움직임을 춤으로 엮어내는 남정호 안무의 특징이 이번 작품에도 잘 깃들어 있다.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 연습실 스케치 (c)고흥균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 연습실 스케치 (c)고흥균

2020년 공연과 달라진 점 - '패자'의 모습도 볼 수 있어
주로 승리의 관점에서 역사가 쓰이는 것처럼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 초연에서도 생존을 향하는 과정에 주목하고, 반대로 패자를 향한 시선은 거두었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남정호 안무가는 패자 즉 탈락자들의 이야기에도 한 번 더 주목하기를 권유하는 방향으로 작품을 발전시켰다. 2020년의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가 이긴 자들끼리의 경쟁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2021년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는 소위 ‘져서 사라진 이들’을 무대에 자주 소환할 예정이다. 연속으로 휘몰아치는 경쟁들에서 한 걸음 물러서 시야를 넓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존자-탈락자의 서사를 두루 살펴보려 한다면 작품의 주제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 공연장면 (c)고흥균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 공연장면 (c)고흥균

자연에 가한 폭력에 관한 고찰: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 속 인간과 자연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가 사람 사이의 갈등·경쟁을 주로 다루는 듯하지만, 남정호 안무가는 사람과 자연의 관계 또한 작품에 숨겨두었다. ‘나’ 또는 ‘우리’의 승리와 생존만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었을 때, ‘우리’에 포함되지 않는 존재들은 필연적으로 배제당한다. 남정호는 자연 또한 그러한 과정을 통해 배제되고 파괴되었음을 지적한다. 무대 디자인에서 이를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작품이 시작할 때 바닥 전체를 차지하고 있던 초록색 댄스플로어가 작품이 전개됨에 따라 서서히 검은색으로 덮여나간다. 자연, 생명력을 상징하는 초록빛이 계속해서 가려지고 덮이는 설정을 통해 인간의 무감각 속에서 서서히 훼손된 생태에 대한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금요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와 7시, 일요일 오후 3시에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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