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피나 바우쉬 부퍼탈무용단 새 예술감독에 보리스 샤르마츠
[단독] 피나 바우쉬 부퍼탈무용단 새 예술감독에 보리스 샤르마츠
  • 배소연 기자
  • 승인 2021.10.24 2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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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부퍼탈을 어떻게 이끌지 관심집중
“피나의 유작 보존 vs 신작 개발“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
안무가 보리스 샤르마츠(사진=보리스 샤르마츠 홈페이지)
안무가 보리스 샤르마츠(사진=보리스 샤르마츠 홈페이지)

[더프리뷰=서울] 배소연 기자 = 독일 부퍼탈시의 피나 바우쉬 탄츠테아터(Tanztheater Wuppertal Pina Bausch) 신임 예술감독에 프랑스 출신 세계적인 안무가 보리스 샤르마츠(Boris Charmatz, 48)가 임명됐다. 임기는 2022년 9월부터.

탄츠테아터 부퍼탈 이사회는 지난 1973년 피나 바우쉬에 의해 창설된 이 역사적인 무용단의 차기 예술감독으로 보리스 샤르마츠를 결정했다고 지난 10월 21일 발표했다. 2009년 피나 바우쉬의 충격적인 죽음 이후 침체의 행보를 보였던 부퍼탈무용단이 샤르마츠의 영입으로 향후 어떻게 변신할지 크게 주목된다.

1990년 중반부터 현대무용계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샤르마츠는 예술감독직을 수락하면서 “나에겐 과분한 영광이지만, 이 여정에는 위험이 따른다. 나는 벌써부터 감정적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행복하지만 앞으로 해야 하는 일에 대한 두려움도 없지 않다. 무용수 32명을 포함, 총 60명의 단원들을 이끄는 자리에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피나 바우쉬가 인류에게 남긴 영원한 유산을 보존하고 전수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겸손함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퍼탈의 샤우슈필하우스(Wuppertal - Schauspielhaus)
부퍼탈의 샤우슈필하우스(Wuppertal - Schauspielhaus)

2009-2018년 프랑스 렌 국립무용센터 산하 무용박물관(Musée de la danse)의 감독을 역임한 그는 현재 오드프랑스(Hauts-de-France) 지역에서 ‘떼랭(Terrain, 땅)’이라는 무용단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6개월 전 부퍼탈 시와 피나 바우쉬 앙상블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추진단이 그에게 예술감독직을 제안했고, 그는 이를 주저 없이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르마츠를 추진단에 추천하고 영입하는 과정에서는 브루노 헤인데릭스(Bruno Heynderickx) 독일 헤센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샤르마츠는 기자들에게 “어떻게 이런 프로젝트를 거절할 수 있을까요? 여러 방면에 대해 구체적인 협상이 필요했습니다. 다른 예술가를 영입하는 것은 부퍼탈무용단과 부퍼탈시에게 대격동을 뜻합니다. 물론 피나의 작품들은 무대를 떠나지 않을 것이지만, 21세기를 창조할 수 있는 자유를 찾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변화를 위해 현재와 미래에 우선순위를 두고자 합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부퍼탈무용단이 피나의 유작들을 보존하는 것 못지않게 신작 제작에도 크게 정력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피나 바우쉬 작고 이후 부퍼탈무용단은 여러 사람에 의해 운영돼 왔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는 부퍼탈의 역사적인 무용수 도미니크 메르시(Dominique Mercy)와 그의 조력자 로베르트 슈투름(Robert Sturm), 2013-2016년은 무용수 루츠 푀르스터(Lutz Förster), 2017-2018년은 기획제작자/큐레이터인 아돌페 빈더(Adolphe Binder)가 이끌어왔다. 2019-2022년은 베티나 바그너-베르겔트(Bettina Wagner-Bergelt)가 감독직을 맡고 있다.

한편으로는 피나를 승계하면서도 새로운 시대를 겨냥한 신작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과 피나의 작품에만 집착하는 의견이 맞서면서 단원들 사이에서 또는 단원들과 감독들 사이에서 갈등도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돌페 빈더는 취임 이후 유럽의 떠오르는 스타 안무가인 그리스의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안누(Dimitris Papaioannou)와 노르웨이의 알란 루시엔 외옌(Alan Lucien Oyen)을 객원 안무자로 초빙, 신작을 제작했으나 피나의 작품을 레퍼토리로 고수해야 한다는 대다수 단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고심하다가 1년 여만에 떠나기도 했다. 피나가 남긴 작품은 모두 44편이다.

한편 보리스 샤르마츠는 태생적으로 독일과 깊은 인연을 지니고 있다. 아버지는 독일 출신 유태인이며 증조부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숨을 거두었다. 샤르마츠의 어머니는 독일어 교사였고 샤르마츠는 어린 시절에 자주 베를린에서 여름방학을 보냈으며 독일 문학과 시에 몰두했었다고 한다.

(부퍼탈무용단의 미래 계획 등에 대해서는 더프리뷰 9월 21일자 [김윤정 칼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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