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독일 폴크스뷔네 ‘울트라월드(ULTRAWORLD)’ 초청공연
국립극장, 독일 폴크스뷔네 ‘울트라월드(ULTRAWORLD)’ 초청공연
  • 이시우 기자
  • 승인 2021.11.10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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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아바타의 여정을 통해 성찰하는 인간의 삶과 현실세계
독일어권에서 가장 핫한 신예 주자네 케네디 연출
'울트라 월드' 공연 포스터(제공=국립극장)

[더프리뷰=서울] 이시우 기자 = 국립극장은 11월 25-27일(목·금 오후 7시 30분, 토 오후 3시) 독일 폴크스뷔네(Volksbühne am Rosa-Luxemburg-Platz Berlin)의 <울트라월드 ULTRAWORLD>를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인다. 2020년 1월 초연한 작품으로, 국립극장으로서는 2016년 프랑스 테아트르 드 라 빌의 <코뿔소> 이후 5년 만에 초청하는 외국 작품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외국 프로덕션의 내한 공연이 대부분 취소된 가운데 11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시작되면서 국립극장도 이번 시즌 첫 번째 외국 초청공연을 무사히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유럽 현대연극을 주도하는 대표적 극장의 하나인 폴크스뷔네는 지난 2012년 현 예술감독인 르네 폴레쉬(René Pollesch)의 연출작 <현혹의 사회적 맥락이여,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 들고 내한한 바 있다.

<울트라월드>는 2013년 독일 ‘올해의 신진 연출가’ 출신으로, 현재 독일어권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주자네 케네디(Susanne Kennedy)가 연출했다. 멀티미디어 예술가인 마르쿠스 젤크(Markus Selg)와의 협업을 통해 미디어아트와 최신 기술을 활용한 매우 독특한 시각적 무대를 선사한다.

팬데믹 직전인 2020년 1월 기획․공연된 <울트라월드>는 마치 다가올 미래를 예견이라도 한 듯, 가상현실을 주제 전면에 내세웠다. 작품은 인간이 창조한 게임 속 가상현실에 존재하는 아바타의 모습에 실제 현실 속 인간의 존재를 빗대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나의 목적은 무엇인가?’ 등 다양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관객들은 무대 위에 창조된 가상공간에 속 아바타 프랑크의 여정을 따라간다. 게임에 등장하는 다른 캐릭터와 다르게 프랑크는 가상현실 속에서 본인에게 주어진 운명과 상황으로부터 벗어나려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게임 속에 던져진 주인공의 모습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 이야기로 다가온다. 동시에 게임과 같은 가상현실 속에 불가능은 없고 모든 것이 통제 가능하다는 생각은 착각임을 깨우쳐준다. 메타버스, 가상현실, 확장현실 등의 기술이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든 하이퍼모더니즘 시대, <울트라월드>는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성찰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진다.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11월 16일(화) 오후 7시 30분에는 관객들의 가상현실과 예술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메타버스 관객아카데미 프로그램 ‘스테이지 로그인’이 진행된다.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에서 진행되는 이번 프로그램은 <울트라월드>가 다루고 있는 가상현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국립극장 최초로 시도하는 메타버스 이벤트다. 영국 블룸버그 뉴컨템포러리즈 2021 현대미술가로 선정된 미디어설치미술가 이진준 작가(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융복합 교수)가 현실과 가상을 잇는 ‘경계공간’과 최신 기술을 활용한 공연·공간 연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또한 11월 25일(목) 공연 종료 후에는 연출가와 관객의 대화도 마련된다.

국립극장은 최근 유럽에서 주목 받고 있는 젊은 예술가들과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는 예술가들의 우수 작품을 발굴, 세계 공연계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해외초청작으로 지속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울트라월드’ 공연 사진 © Julian Röder

지금 독일어권에서 가장 핫한 연출가, 주자네 케네디

주자네 케네디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주제를 독특하고 개성 있는 비주얼로 풀어내는 감각적인 연출로 현재 독일어권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다. 주자네 케네디의 작품에는 극적인 대사도 없고, 배우들은 실제 목소리로 말하지 않으며, 표정이나 인물의 정체성도 없다. 대신 다양한 기술 활용과 시각효과로 자신만의 독특한 연출 스타일을 구축했다.

2013년 삭막한 무균실 속 소시민의 일상을 그린 <잉골슈타트의 연옥 Fegefeuer in Ingolstadt>, 2014년 실리콘 마스크와 음성 변조장치를 활용한 <왜 R씨는 미쳐 날뛰는가 Warum läuft Herr R. Amok?>가 연이어 베를린 테아터트레펜(Berliner Theatertreffen) 페스티벌에 초청 받으며 흥미로운 작업의 신예 연출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7년부터는 폴크스뷔네의 협력연출가로 발탁돼 작품을 만들고 있다.

(c)Franziska Sinn
연출가 주자네 케네디(c)Franziska Sinn

특히 최근에는 기술을 적극 활용한 무대를 통해 하이퍼모더니즘 시대를 주제로 한 탁월한 작품들을 내놓고 있다. 폴크스뷔네에서 발표한 첫 작품인 <문제에 처한 여자 Woman in Trouble>(2017)는 다양한 복제인간을 통해 성차별주의적 세태와 사이버 페미니즘적 유토피아를 표현했으며, 2019년 발표한 <다가오는 사회 Coming Society>에서는 관객이 직접 아바타가 되어 무대에 오르는 독특한 작업을 펼쳤다. 2020년에는 가상현실 게임을 배경으로 한 <울트라월드>, 2021년에는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가상공간을 여행하는 <아이앰 I AM>을 선보이며 가상현실과 아바타를 소재로 인류의 역사와 존재를 성찰하는 작품을 내놓기도 했다.

<울트라월드> 초연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일상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메타버스가 주요 키워드로 떠오른 현 상황에서 이 작품이 주는 의미와 메시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주자네 케네디는 이렇게 답했다.

“예술가는 지진계와 같이 무엇인가를 감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의식적으로는 아니지만 공기 속에 있는 무엇인가가 우리를 통과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바이러스의 형태로든 메타버스의 형태로든 미래는 이미 존재했다. 우리는 항상 메타버스에서 살고 있었고, 이제야 그 이름을 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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